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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8일 새벽 5시.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포크레인을 앞세우고 300명의 용역 철거반이 대전시 용두동의 새벽을 군홧발로 짓이겨놓았다. 이들은 바리케이드를 쳐 취재진의 출입을 막고 달려들어가 집을 지키고 있던 주민과 학생,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그리고 재빨리 포크레인이 진입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울부짖었다. "하늘님, 하늘님, 이 땅을 한번 보시오, 하늘님 이 억울한 땅을 보시오..." 용두동 강제철거 현장에서는 시민사회단체 20여명, 학생 50여명, 주민 30여명, 총 100여명이 항거했다. 새벽 4시부터 오전8시까지 생생한 상황을 시간대별로 기록하였다.(용두동 철거 문제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관련기사를 참조하십시오.)
새벽 04:00
어둠이 깔려 있는 폐허에 곤하게 잠들어 있는 천막. 인기척에 아주머니 한 분이 일어나 앉았다.
새벽 04:30
학생들과 주민들이 일어나 싸울 준비를 한다. 모닥불을 피우고 솥은 얹고 국을 끓인다. 할머니들이 아주머니들이 뜨거운 국물을 떠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선 채로 밥을 말아먹는다. 예정에 없던 아침밥이라 더욱 달기만 하다. 피곤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부지런히 숟가락질을 한다.
새벽 4:40
이제 집결이다. 10분만에 밥을 후딱 해치우고 대열을 정비한다. 밑에선 철거반과 경찰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시위대는 맡은 곳으로 부지런히 걸음을 옮긴다. 각 조마다 '똥탄'을 들고 이동한다. 그 전날 철거에 대항하기 위해 비닐종이에 화장실 똥을 퍼넣어, 일명 '똥탄'을 만들었다. 힘도 무기도 권력도 없는 이들이 방패삼아 대항할 수 있는 것은 기껏 똥이다.
새벽 5:00
주민들의 얼굴에서 굳은 결의가 번뜩인다. 한두 번 싸우는 건 아니지만, 오늘은 유달리 긴장된 표정이다. '동지가'를 힘있게 부르고 전의를 다진다.
새벽 5:20
드디어 포크레인 한 대가 진입하기 시작했다. 아주머니 두 분이 포크레인을 막아서고 항의하기 시작한다. 집이 헐릴 위기에 처한 꼬마들도 잽싸게 포크레인 위에 올라서서 시위한다.
새벽 5:30
검은 티셔츠, 검은 바지, 마스크를 한 철거반이 군화발로 뛰어온다. 이들은 순식간에 콘크리트 더미 속으로 흩어지고, 아직 헐리지 않은 집에서 항거하고 있는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끌어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똥탄'이 날아들고 비명소리 터진다.
한편 입구에 인간 바리케이드를 친 철거반은 취재진의 진입을 한사코 막는다. 진입을 막을 뿐만 아니라 포토라인에서 촬영하는 것도 방해해서 기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아침 6:00
한편, 지붕 위에서 구호를 외치며 저항하는 학생들과 주민들이 무지막지한 폭력을 당하며 끌려내려오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아주머니 한 분이 실신하고 학생 두 명이 크게 다쳐 구급대에 실려나갔다. 한 목격자는 이렇게 증언한다.
"철거반이 무자비하게 때려요. 군화발로 옆구리를 차고 여학생들도 인정사정없이 구타하고 머리채를 잡고 끌고내려와요. 모두들 많이 다쳤어요."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오고, 울부짖는 소리는 더욱 커졌다.
아침 6:30
철거반은 바리케이드 밖에서도 사진찍는 것을 막았다. 빈들장로교회 이기철 목사님의 카메라를 빼앗아 내동댕이쳤다. 마지막 고지가 공격당하고 있었다. 옥상에서 시위대가 끊임없이 구호를 외치고 폭력철거 반대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곧 군화발에 점령당했다.
아침 7:00
한편 경찰은 산책을 한다. 시민이 용역 깡패들에게 얻어맞고 있는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순찰만 돌 뿐이다.
아침 7:30
끌려나온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았다. 강제로 끌려나온 주민들은 거의 실신 직전 상태에서 저항하며 하늘님을 찾고 있다. 왜 이런 세상에 살아야하느냐며 하늘님이 보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있어야 하느냐며….
포크레인이 작동을 개시했다. 찬란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집을 한 채 한 채 허물고 있다.
아침 8:00
포크레인 석 대가 들어가고 시위대는 들것에 실려나왔다.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상처입은 몸뚱이로 이렇게 말한다.
"구둣발로 얻어맞고 무릎꿇고 있었어요. 여학생들도 많이 맞았죠. 이것이 민주사회인가요? 사람이 구타당하고 있는데 경찰들은 가만히 구경만하고…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이 살던 집을 아무런 대책없이 부수고…."
주민, 학생, 사회단체 회원들이 한꺼번에 모아져 마을 입구에 억류되었다. 철거반은 경찰의 비호 아래 범법자들도 아닌 시민들의 귀가를 막고 있다. 이는 분명 불법행위이다.
현재 두 명의 학생과 한명의 주민이 중상을 입은 채 인근 병원으로 호송되어 치료를 받고 있고 70명의 시위대가 철거반의 군화발 밑에 억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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