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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경찰이 아는 척 하네" 강제철거당시 폭행당하는 주민들을 모른척했던 경찰이 오늘은 에워싸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늘은 경찰이 아는 척 하네"강제철거당시 폭행당하는 주민들을 모른척했던 경찰이 오늘은 에워싸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 박현주
25일 주택공사의 강제철거로 집을 잃은 용두동 주민 32명과 대전지역철거민대책위원회(이하 철대위)소속 회원들 20여명이 대한주택공사 대전충남지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려다 경찰과 마찰을 벌였다.

주민들은 천막을 빼앗긴 채 비닐과 종이박스를 깔고 노숙에 들어갔다. 밤 11시까지 전투경찰 1개 중대가 바닥에 누운 주민들을 에워싸고, 철대위와 주택공사 직원간의 언쟁이 계속되었다. 천막을 빼앗긴 후 농성단은 해산하지 않고 주택공사 앞에서 자리를 깔고 누워 잠을 청했다.

철대위의 김창일 간사는 "명백히 집회신고를 하고 허가 받은 시위임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천막을 빼앗고 차량을 견인해가려 한다"며 경찰을 비난했다.

재개발,재건축 상담센터 용두동 주민들의 상담은 언제 받을까
재개발,재건축 상담센터용두동 주민들의 상담은 언제 받을까 ⓒ 박현주
이번 3차 철거때 집을 뜯긴 철거민 최경일씨는 시위현장에 나온 노모(74세)가 걱정되어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노숙을 하러 나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칠순 노모와 아내, 딸 2명 (10세, 7세)과 함께 살던 7평짜리 집을 잃은 그는 현재 200만원짜리 사글세방에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살고 있다. 피난촌 시절부터 살아온 고향집이 보상가 500만원에 허물어진 것을 본 후 끝까지 싸울 결심을 했다고 한다.

"50년 동안 산 집을 잃고 노숙자 처지가 된 것이 한없이 억울합니다. 용역깡패들이 노인네들을 때린 것도 용서하지 못하겠구요. 이제 우리는 우리의 이익만을 위해서 싸우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물러선다면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들어있는 다른 지역 사람들도 똑같이 당할 겁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겁니다."

심란해서 잠이 안온다는 한 할머니는 바닥에 포장도 못 깔게 하는 것들이 사람이냐며 분노했다.
"대동아 전쟁때도, 6.25때도, 5.16때도 이런 난리는 안 겪었어. 그때는 공습만 피하고 나면 돌아올 집이 있었는디. 집뜯긴 게 가장 억울해."

피곤한 하루
피곤한 하루 ⓒ 박현주
3차 강제철거 후 주택공사는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저항하는 철거민들을 외면하고 있다. 현재 남아서 투쟁하고 있는 29가구의 55%가 1천만원 미만의 보상액을 책정받았고, 90%가 60세 이상의 고령으로 생계수단이 없는 상태다.

주택공사는 95년 주거환경개선사업 지구로 지정될 당시에는 현지개량과 일부 공동주택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97년 11월 용두 1지구를 공동주택단지로 확대 지정하였다.

도시재개발법 제4조 3항에는 '재개발 기본계획을 수립 또는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공청회를 개최하고 당해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은 후 도시계획법 제 75조의 규정에 의한 지방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한다'라고 되어있지만 실질적인 공청회는 개최되지 않았고, 통,반장등으로 구성된 개발 추진위원회에서 인구조사, 호구조사, 서로 오래 살았는가를 상호 보증하는 문서 등으로 속여 도장을 찍어가는 등 날치기식 절차를 통해 73.6%의 주민동의를 얻어낸 후 이렇다할 공청회도 없다가 2001년 2월 보상가를 발표하였다.

나의 살던 고향은...
나의 살던 고향은... ⓒ 박현주
평당 평균 80만원의 보상가를 받게 된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1년 8개월 동안 투쟁하고 있다.

비난의 여론이 거세어지자 지난 7월 5일 주택공사는 18평형 75세대를 11평형 75세대로 변경해 분양과 임대형태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을 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힘겨운 투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주택공사 간판밑의 철거민들
주택공사 간판밑의 철거민들 ⓒ 박현주

덧붙이는 글 | 현재 주민대책위원회와 철대위가 내놓은 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정주권을 보장하라.
   ① 20-30년 무이자 거치 10년 상환으로 20-25평형 아파트를 분양해 달라. (서울지역 전
례있음)
   ② 보상금은 현재 감정가 보상금으로 그대로 받겠다. 
   ③ 분양 받기까지 거처할 가수용 단지를 용두동 사업지구내에 만들어 달라.
●생계 대책을 수립하라. 

대전지역철거민 공동대책위원회(준)에서 철거민을 위한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식량과 옷, 생필품도 부족합니다. 뜻있는 분들의 도움부탁드립니다.

임시 연락처: 전화)042-621-8891(빈들교회) Fax) 042-621-8890
농협 453027-51-014260 예금주: 이옥희

●공동대책위원회 참여단체●
대전지역 건설 노동조합, 대전충남 녹색연합, 새날 나눔터, 대전 실업극복시민운동협의회, 민주화 실천 가족운동 협의회, 참 사랑 일꾼회, 노점상 연합회 대전지부, 대전 노동자회, 사회당, 늘푸른 노동자 학교, 대전지역 학생 연석회의, 대전 충남 연합. 민주노총 대전 지역본부, 민주 노동당, 전국 철거민 연합회, 대전NCC 인권 위원회, 대전 NCC 사회 환경 위원회, 빈들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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