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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에 김모 목사의 이야기입니다. 김 목사는 큰 교회 목사는 아니지만 매우 성실한 목회로 주변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목사입니다. 성격도 온순하고 매사에 반듯하여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습니다. 교인들도 그런 김 목사를 신임하고 존경합니다.
김 목사 사모님은 활달한 성격이어서, 여기저기 다니며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여 봉사활동도 하는 등 일주일에도 몇 번씩 출타가 잦았습니다. 어지간한 사람이면 사모님의 잦은 외출에 대하여 제동을 걸고 이따금 충돌이 생길 만도 한데, 김 목사 부부는 부부지간에도 남이 부러워할 만큼 깊은 이해와 사랑으로 뭉쳐진 사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었습니다. 여기에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아침부터 사소한 문제가 발단이 되어 신경전이 오가더니 한 치의 양보가 없는 열전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동안 아내가 하는 일을 인정해주고 깊은 신뢰감으로 아내를 대해주었던 김 목사도 이번만큼은 양보할 수도 없다는 듯이 강력한 펀치를 날렸습니다. 사모님은 그동안 여기 저기 세미나에 참석하여 습득한 이론으로 남편이 허술하게 보이는 빈틈을 콕콕 찌르는 것이었습니다. 불꽃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김 목사는 속이 상해 점심밥도 먹을 수 없었습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밀고 아내가 자기를 시골교회 목사라고 무시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오후가 되자 불꽃은 사그러들고 대신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집안은 쥐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았습니다. 깊은 침묵의 시간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저녁 수요기도회가 있었습니다. 김 목사는 난감했습니다. 저녁밥도 한 숟갈 물에 말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어쩔 수 없이 기도회를 인도하러 강단에 섰습니다.
숨이 턱 막히고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 사람인가 심한 자괴감이 몰려왔습니다. 등에서 진땀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예배를 시작하여 이제 말씀을 전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김 목사는 생각지도 않았던 말이 불쑥 나왔습니다.
“교우 여러분, 오늘 저는 제 아내와 부부싸움을 심하게 했습니다. 이 기분으로는 도저히 말씀을 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먼저 제 아내에게 사과부터 하겠습니다. ○○엄마, 미안하오. 오늘 내가 잘못했소.”
잠깐 동안의 침묵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교인들은 무슨 영문이 몰라서 어리둥절한 눈치였고 김 목사의 사모님은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몇 명의 후배목사들과 함께 이 이야기는 산행을 하는 도중 잠시 쉬다가, 부부싸움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그 이야기를 김 목사에게 직접 들었습니다.
만약 나 같았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불편한 감정으로 예배를 계속 인도 했을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김 목사가 나의 후배지만, 마음속으론 나의 스승처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 들을만한 일이 있는줄 생각나거든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 (마 5,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