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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몸살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고생하고 있는데 아내가 내 방에 들어와서 킥킥하고 웃습니다. "이 여자가 미쳤나? 무슨 일이길래 지금 남편은 아파 죽겠는데.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웃냐?"고 했더니 아내가 이럽니다.
“내가 방금 애들 방에서 인터넷 하다 나왔잖아. 그런데 넝쿨이는 끝 방에 가서 시험공부하고, 아딧줄은 교육관에 가서 공부하고 있고, 은빈이는 안방에서 숙제하고 있고 당신은 아프다고 하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안 웃겨요? 온 집안 식구들이 다 뿔뿔이 흩어져서 이산가족처럼 살고 있으니, 좀 붙어 있으면 안되나?”
우리 집은 교육관을 수리해서 목사 사택으로 사용하다 보니 방이 많습니다. 겨울에는 난방비를 아끼느라 방을 다 사용할 수는 없지만, 난방비 걱정할 필요 없는 여름철에는 모든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저녁시간을 보냅니다. 책벌레 넝쿨이는 끝방에 가서 열심히 책을 읽고 은빈이는 이방 저 방 옮겨 다니면서 참견을 하다 오빠들한테 야단을 맞고 징징거리곤 합니다.
아내는 요즘 애들 방에 들어가서 인터넷 웹서핑을 열심히 하다 잘 때쯤 나타납니다. 아딧줄은 가장 넓은 소예배실(새벽기도회실 겸 식당)에 가서 밥상을 펴놓고 공부를 하다 역시 잘 때 나타납니다. 나는 그 시간에 신문을 보거나 <느릿느릿 이야기> 답글을 답니다.
우리집은 저녁 9시 30분 경 잠자리에 듭니다. 아이들 시험기간 빼놓고는 일찍 자는 편입니다. 나는 저녁 9시만 되면 잠이 쏟아져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아내와 은빈이가 내 방으로 건너와 같이 잠자리에 듭니다.
그리고 사내 녀석들은 자기들 방에서 안자고 안방에 들어와 잡니다. 내 방에도 모기장을 치고, 애들이 자는 안방에도 모기장을 치고 잡니다. 그런데 한참 자다보면 사내 녀석들이 다 내 방에 들어와 자고 있는 것입니다. 넓은 안방을 두고 내방에 들어와 자는데,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면서 발길질을 하지 않나,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잠꼬대를 하질 않나 가관입니다.
넝쿨이는 모기장을 둘둘 말고 자는 바람에 모기가 모기장 안으로 들어와 모기에 물리기도 합니다. 내가 어느 때는 너무 좁게 자느라고 편히 못 자서 애들한테 야단을 칩니다.
“야 이놈들아, 너희들 때문에 아빠가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 왜 너희들 방 놔두고 아빠 방에 들어와 자는 거야? 아빠는 너희들 때문에 이러단 눌려 죽겠다. 내일부터 다 따로 자란 말이야! 알았지?”
마지못해 “네” 합니다. 그래서 그 다음날 내 방에서 아내와 은빈이랑 셋이서 자고, 넝쿨이는 안방에서 아딧줄은 자기 방에서 잠을 잡니다. 그런데 한참 자다보면 어느 틈엔가 사내 녀석들이 내 방에 들어와 내 배에 다리를 걸쳐놓고 자고 있는 것입니다. 불을 켜고 보면 그것도 두 녀석이 내 이부자리에 한데 얽혀 자는데 꼴이 말이 아닙니다.
아딧줄은 엉덩이가 얼마나 큰지 꼭 함지박 만하게 징그럽습니다. 넝쿨이는 여전히 모기장을 둘둘 말고 자고 있습니다. 애들이 처음에는 따로 자다가 오줌 누러 일어나서 화장실에 갔다가 다 내 방으로 들어와 자는 것입니다. 겨울이고 여름이고 우리 집은 식구들이 자는 모습은 그야말로 진풍경입니다.
우리집 식구 사정을 잘 아는 후배 목사부인이 우리집 식구들은 <코스비가족>이라고 합니다. 싸우기도 잘하고 웃기기도 잘하고 또 뭉치기도 잘한다고 그렇게 부릅니다.
시골에서 오래 살다보니 염소들의 특징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염소들은 추운 겨울에는 서로 떨어져서 자고, 더운 여름에는 서로 몸을 맞대고 잠을 잡니다. 참 미련하지요. 우리집 식구들은 염소도 아니고, 추우나 더우나 한방에서 자야 할 일이 없는데, 아직까지 한 방에서 뭉쳐서 자야 하는 까닭을 도통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아내가 "꼭 피난살이하는 것 같다"고 해서 같이 웃기도 했습니다.
다 자란 아이들이 조금 징그럽기도 하지만, 그러나 우리집 다섯 식구들이 서로 한데 뭉쳐 잠을 자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닙니다. 가족끼리 깊은 사랑의 연대감을 갖게 하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 내 사랑하는 피붙이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