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사무총장은 23일 오전 10시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의혹을 불식시키고 정치문화 개선의 계기로 삼고자 16대 대선자금을 공개하기로 했다"면서 "한나라당의 동참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여야 모두 투명하게 밝히고 가야 한다고 한 적이 있다"면서 " 여야의 합의로 대선자금, 특히 후원금의 내역이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한나라당이 응하지 않아 할 수 없이 현행법 테두리에서 우리당만이라도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지난해 9월30일 대통령선거대책위 출범이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총 402억5천여만원의 대선자금을 모았으며 그 중에서 361억4천여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또 "수입 내역은 선거보조금 123억9천978만8천원, 선거보전금 133억4천157만8천원,후원금 145억1천261만2천원 등 총 402억5천397만8천원이며 지출 내역은 선거비용 280억877만7천원, 정당활동비 81억3천761만4천원 등 총 361억4천639만2천원"이라고 밝혔다.
관심을 모았던 법인 및 개인 후원금에 대해 이 총장은 "156명의 법인 및 개인이 1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냈으며 모두 74억5천212만4천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후원자의 이름과 금액을 개별적으로 밝히지 못하도록 돼있는 정치자금법의 규정에 따라 개인과 법인의 이름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왜 잘못없는 우리 당을 끌어들이나"
한나라당은 23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 제안을 총선을 겨냥한 '신당 띄우기', '야당 흔들기'로 규정하고, 민주당의 대선자금 일부 선 공개 파장을 차단하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홍사덕 총무는 이날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혼돈 속에 빠져있는 정부여당 대신 원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경제살리기, 민생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여권과 차별성을 부각시키면서도 "신당출범을 위한 작태를 보이는 국정현안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전면투쟁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총무는 이어 "내일(24일) 의원총회를 열어서 굿모닝시티의 범죄적 자금이 민주당 대선자금으로 쓰여진 것과 관련 그를 이용해 대통령이 신당 출범의 길을 열려는 최근의 모습에 대해 의원들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오늘 대선자금을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아마도 선관위와 입을 맞춰 숫자 짜맞추기식으로 공개할 것"이라고 폄하한 뒤, "민주당은 대선자금이 아니라 불법적인 비자금을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 의장은 또 "고해성사는 죄 지은 사람이 혼자 고백하는 것이지 물귀신처럼 야당까지 끌고 들어가면 안된다"며 "잘못 없는 우리당을 끌어 들어들이는 것은 신당을 만들기 위한 의도"라고 성토했다.
이 의장은 특히 노 대통령의 여야 대선자금 공개 제안을 "대통령의 신종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비리로 얼룩진 신당은 태어나자마자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주천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대선자금을 공개하면서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민주당의 대선자금 선 공개 파장을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돼지저금통 같은 단순한 계산도 못하는 민주당이…. 오늘 갑자기 대선자금을 공개한다고 해서 진실이 바뀌겠나. 민주당은 오늘 이름뿐인 공개를 하고 나서 우리당에 압박을 가할 것이다. 우리는 선관위에 모든 것을 신고했고, 더 하거나 뺄 것이 없다."
박진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노 대통령의 일련의 행보에 내년 총선을 겨냥한 '신당 띄우기'와 '야당 흔들기'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며 "'여야 동시 공개' 주장은 정치권 전체에 누명을 씌워 비리집단으로 매도당하게 만들어 판 자체를 갈아 엎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항간에는 노 대통령의 신당 띄우기, 야당 흔들기를 위한 '그랜드 플랜'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며 "불법적인 대선자금모금 비리에 대해 잘못을 고백하고, 사죄하고 책임을 지기는커녕 야당 흔들기를 위한 정략을 도모하고 있다면 이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기사 이어집니다)
<3신: 23일 오전 9시10분>
SBS-TNS 여론조사 "대선자금 여야 동시공개" 78.8% 압도적 찬성
지난 21일 노무현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에 제안한 '대선자금 동시 공개'에 대한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BS가 지난 21∼2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TNS(테일러넬슨소프레스)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야 모두 대선자금을 공개하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찬성 78.8%로 나타나, '여당의 대선자금 의혹을 모면하려는 의도라서 반대한다'는 의견 20.5%보다 훨씬 높았다.
또한 '민주당이 대선자금을 먼저 공개할 경우, 한나라당도 공개해야 한다'는 질문에 찬성이 91.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대선자금을 검증할 주체로는 중립적인 시민단체가 좋겠다는 의견이 37.3%로, 특별검사나 검찰이 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
'대선자금을 검증해서 위법 사항이 드러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는 질문에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응답이 65.9%, 정치개혁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 이번만은 문제 삼지 말자는 응답은 32.1%였다. 정치자금 제공자를 공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찬성이 72.7%로 반대 25.1%를 크게 앞섰다.
노 대통령의 민주당 후보 경선 비용을 공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선 자금의 일부니까 공개해야 한다가 52.5%로 조건부 공개나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한 '굿모닝 게이트'에 대한 검찰수사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뇌물사건 수사라는 의견이 51.1%로 정치적 목적이 담긴 수사라는 견해보다 우세했다.
한편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주장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60.6%로 절반을 넘었고, 검찰이 정치권 외압에 굴하지 않고 수사를 잘 하고 있다는 평가가 67.4%로 검찰권 남용이라는 평가보다 훨씬 높았다.
이번 조사는 SBS가 TNS에 의뢰해 21∼22일 이틀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이다.
[해설]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최병렬 대표의 시도는 성공할까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최틀러'라는 별명답게,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자금 파문과 관련해 여야 정치권에 던진 '공'을 강하게 받아쳤다. 최 대표가 이처럼 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우리에게 그런 엉터리 같은 것을 공개하기를 요구한다면 우리 야당은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일언지하에 잘랐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보여진다.
우선 한나라당은 비교적 자유로운 반면 청와대와 민주당의 입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는 '굿모닝 게이트' 사건이 아직도 국민들에게 '약발'이 먹히고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또한 최악의 경우 한나라당에 대선자금 파문의 불똥이 튄다고 해도 그것은 최 대표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설령 대선자금 불똥이 튄다고 하더라도, '위기가 곧 기회'라고 친(親)이회창 그룹과 자연스럽게 선을 긋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보인다.
22일 오후 최 대표의 대선자금 관련 기자회견 내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노 대통령의 제안을 '신당 부양 음모론'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대선자금 문제가 자칫 청와대와 한나라당간의 공방과 대립구도로 굳어지는 것을 막고, 민주당 내 신·구주류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술을 폄으로써 최대한의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노 대통령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마치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 간다"며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과의 대립각을 새롭게 만들려 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 제안의 단초가 '굿모닝 게이트'가 불거지면서부터라는 점을 최대한 상기시켜 더 이상의 확전을 막으려고 시도했다. 이는 민주당 지도부의 엇갈린 대선자금 진술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국민들의 시선을 민주당의 대선자금 문제로 묶어두려는 시도이며, 대선자금 공개 요구와 관련한 한나라당의 '모범 답안'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최 대표의 이같은 강경 대응이 어떤 결과를 낳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더욱이 '최틀러'만큼이나 고집스러운 배짱을 갖고 있는 노 대통령과의 맞대결 구도여서 승부를 쉽게 점치기 더욱 어렵다. 다만, 대선자금과 관련된 국민들의 관심 어린 시선이 웬만한 '눈요깃거리'만으로는 쉽사리 거둬지지 않을 것만은 틀림없다. 결국 열쇠는 국민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
[네티즌 의견] "떳떳하다면서 왜 못 밝히나?"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전모 공개 및 수사기관 검증' 제안을 거부한데 대해 네티즌들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최 대표의 발표에 대해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한나라당도 대선자금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네티즌들은 민주당이 이미 오는 23일 대선자금 일부에 대해 공개할 것을 밝힌 상황에서 한나라당 역시 대선자금을 공개해 과거의 비효율적이고 음성적인 정치자금 관행을 청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글을 올린 '바운드'라는 ID의 네티즌은 "민주당의 대선자금 공개와 더불어 한나라당도 당연히 공개해야 합니다. 그것이 대다수 국민의 뜻일겁니다"라고 말하며 "여당, 야당을 가리지않고 불법을 처벌한다는 각오로 정치를 해 주십시요"라고 요구했다.
오마이뉴스 독자의견란에 글을 남긴 오민씨 역시 "한나라당이 굿모닝게이트 문제를 물타기위해 민주당이 역공을 취한다는 태도로 행여 이문제를 어물쩡 넘어간다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을 겁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과거에 있었던 불법적이고 비효율적인 정치관행에 대하여 모든것을 국민 앞에 겸허하게 고백하고 국민들의 양해를 구하여 새 정치를 구현하는 기회로 삼자"고 한나라당에 당부했다.
'어진구슬'이라는 ID의 네티즌은 "여당 대표의 비리가 일단 먼저 드러났다고 해서 자신들의 구린내는 감출 수 있다고 자신하는 걸까"라며 한나라당이 오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야가 선거자금을 공개하고 잘못을 반성하여 그걸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실천을 하는 것"이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에 동의하며 대선자금 전모공개 요구는 비리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하는 네티즌 역시 적지 않았다. 조선닷컴에 글을 올린 석주형씨는 "대선자금 공동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비리사건의 은폐기도이다. 굿모닝 게이트 철저수사 운운은 현역 정치인들을 부도덕한 범죄집단으로 매도하여 자신의 코드에 맞춰 정치계를 물갈이하겠다는 의도이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대선자금 공개 논란과 관련하여 실시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네티즌들은 압도적으로 대선자금을 공개해야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포탈사이트 네이버에서 실시한 대선자금 공개 여론조사에서는 전체 참가자 11,517명 중에서 68%에 달하는 7,835명이 대선자금공개를 관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31.97%인 3682명이 반대의견을 보였다.
포털사이트 다음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이 먼저 공개해야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네티즌이 48.1%, '여야 합의로 함께 공개해야한다'는 의견의 네티즌이 49.5%를 차지해 무려 97.6%의 네티즌이 대선자금 공개를 주장했다. 반면 대선자금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은 1.8%에 불과했다.
<2신: 오후 2시40분>
최병렬 "대통령이 전모 밝히고 사과하는 게 도리"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22일 오후 2시5분께 한나라당사에서 대선자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이 (21일) 기자회견에서 한 얘기는 재탕이 아니라 3탕"이라며 "대통령이 감출 수 없는 대선자금 문제가 터져 나오자 당혹한 나머지 어려운 상황을 탈출해보고자 국민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전모 공개 및 수사기관 검증' 제안을 폄하했다.
최 대표는 "(노 대통령의 제안은) 신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려고 했던 계획이 이번 (굿모닝시티) 사건으로 어려워지자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마치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 새롭게 신당을 만들려는 정치적인 음모가 바탕에 깔려 있지 않느냐"고 정가에 나도는 '신당 부양설'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이 시점에서 노 대통령이 해야 할 것은 스스로가 비리 사건의 최대 수혜자이기 때문에 정직하게 수사에 임하고, 검찰이 수사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국민 앞에 진솔하게 밝히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을 정면으로 공격하고 나섰다.
최 대표는 "우리는 지난해 법정선거 경비와 한해 동안의 전체 수입과 지출에 대해 선관위에 회계 보고를 해 더 이상 공개할 것도 없다. 만약 더 공개한다면 '우리가 후원금을 받을 때 누구에게 얼마를 받았느냐'인데 이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며 대선자금 의혹설을 일축했다.
이어 최 대표는 "만약 우리가 (대선자금 내역을) 공개한다면 아무리 합법적이라고 하더라도 누가 우리 (야당)에게 후원금을 주겠느냐"며 "노 대통령이 우리에게 그런 엉터리 같은 것을 공개하기를 우리에게 요구한다면 우리 야당은 이를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대선자금 파문은) 굿모닝시티의 돈이 집권당 대표에게 들어갔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시작됐고, 이후 집권당 대표 입에서 그와 별도로 200억원이라는 돈이 지난 대선 노 후보의 대선운동 기간에 모금이 되었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국민 모두가 알다시피 이같은 비리사건에 대해 분명하게 수사하고 진상을 밝히는 것이 국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병렬 대표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어제(21일) 노무현 대통령께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른바 선거자금에 관해서 여러 가지 얘기했다. 이 사건의 본질을 우리가 분명히 알고 얘기해야 한다. 이 사건의 애초 시발은 서민들의 피와 땀이 서린 굿모닝시티 돈이 집권당의 대표에게 들어갔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이 사건이 보도되자 집권당 대표 입에서 그와 별도로 200억원이라는 돈이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선거 기간에 모금이 됐고, 또 굿모닝시티에서 들어온 돈 2억원도 그 선거자금에 포함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것이 사건의 시발이다. 이것은 국민 모두 알다시피 비리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 분명하게 수사하고, 진상을 밝히는 것이 국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의 책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노 대통령은 그 문제보다 다른 데 관심을 가지고 이 사건을 왜곡시키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 얘기는 재탕이 아니라 삼탕이다. 같은 얘기를 청와대가 세 번이나 반복해서 하는 형국이다. 내가 알기로 노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자금 중 감출 수 없는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자 몹시 당혹한 나머지 그 어려운 상황을 탈출해보고자 국민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옆에서 보기에 측은하기까지 하다.
당연히 대통령은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서 자기 선거자금에 불법한 돈이 들어온 것이 확인됐으면 지난 선거 때 일체의 내용을, 비록 시효가 지났다 하더라도 도덕적 입장에서 다시 신고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전모를 밝히고 사죄하는 것이 대통령의 도리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 사태의 본질은 뒤로 덮어놓고 여야 대선자금을 같이 공개하자고 나서는가 하면, 민주당은 자기 대선자금을 공개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를 말하겠다. 첫째,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자금과 관련 어려운 상황을 모면해 보려는 것도 있는 것 같지만 또 한편으로는, 언론보도도 있지만, 대통령이 신당을 만들어 다음 총선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계획이 이번 사건으로 어려워졌다고 보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마치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 새롭게 신당을 만들려는 정치적인 음모가 바탕에 깔려 있지 않은가.
또 민주당의 공개라는 것도 지금 몇 차례 공개가 있었다. 돼지저금통도 처음에는 모금액이 70억원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4억5000만원으로 내려갔다. 4억5000만원이나 되는 지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내일(23일) 공개하겠다는 것도 같은 연장선상의 문제다.
노 대통령 스스로가 이번 비리 사건의 최대 수혜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정직하게 수사에 임하고, 검찰이 수사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국민 앞에 진솔하게 밝히고, 다시 (지난 대선자금을) 신고하는 것이 대통령의 도리다.
한나라당은 야당이다. 우리는 작년에 두 가지 사실을 선관위에 신고했고, 검증 받았다. 하나는 선거기간의 법정선거 경비이고, 또 하나는 2002년 한해 전체 수입과 지출에 관한 것인데, 모두 회계 보고를 선관위에 했다. 우리는 더 이상 공개할 것도 없다. 만약 더 공개한다면 우리가 후원금을 받을 때 '누구에게 얼마를 받았느냐'인데 이것을 공개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돼 있다.
만약 우리가 공개한다면 아무리 합법적이라고 하더라도 누가 우리 야당에게 후원금을 주겠나. 이런 사정 때문에 민주당이 야당일 때 보고하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선관위에도 보고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이 우리에게 그런 엉터리 같은 것을 공개하기를 요구한다면 우리 야당은 단호하게 거부한다. 노 대통령은 사건의 본질로 돌아가 분명히 비리 문제에 대해 조사 받고, 진상을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야당 후원금에 대해 후원금을 낸 사람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공개하기 힘들다고 했는데, 익명이나 다른 기술적인 방법을 강구해 볼 수 있지 않나.
"우리가 받은 후원금의 총액은 선관위에 신고된 사항이기 때문에 지금 선관위에 전화만 해도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나 A가 얼마, B가 얼마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야당에 합법적인 돈이라 하더라도 들어오지 않을 텐데 어떤 바보가 그렇게 하겠나."
- 지난 대선자금과 관련 (대표 취임 이후) 당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적 있나.
"공식 보고 받은 적 없다. 다만 내가 실무적으로 확인해 본 바에 의하면 정확하게 선관위에 보고했고, 몇 단계에 거쳐 실사를 받았다. 그 중에 어느 기업이 얼마를 냈는지 나도 모른다."
- 정대철 민주당 대표의 사전구속영장 처리에 대한 입장은.
"원내총무에게 상황 종합해서 판단하도록 했다. 이일은 성격상 총무의 일이다. 확실한 것은 정해지지 않았다."
- 노 대통령이 영수회담은 여야 당 대표의 회담이라고 해서 야당 대표와의 회담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대통령 얼굴 쳐다보면서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 국민 쳐다보면서 정치하는 사람이다. 며칠 전에 아파트에서 세 자녀를 던지고, 자신도 몸을 던진 어머니의 집을 갔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다. 카드 빚 2000만원을 갚지 못한 것이 사건의 원인인 것 같다. 나는 그 사람의 죽음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런 환경에서, 그 나약한 여인이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경제활동의 15% 이상이 신용불량자다.
나라가 이 정도 되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모든 것을 집어던지고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왜 이 일에 대통령이 나서지 않는가. 나는 그래서 대통령에게 심한 불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영수회담, 내가 필요하면 다시 청와대에 제기 할 것이다. 받고, 안 받고는 청와대 마음이다. 그러나 안 받으면 내가 청와대까지 찾아갈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에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만나봐야 소용없다. 그래서 기회를 보고 있다. 대통령 말에 구애받지 않고, 평가할 관심도 없다."
- 굿모닝시티 관련 검찰이 한나라당을 조사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비리에 연루된 경우 여야 구별이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여당쪽 연루된 사람은 조사하라고 하고, 야당 연루된 사람은 하지 말라고 할 수 있나. 상식적인 선에서 판단할 수 있다."
- 노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권에 대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헌법에 따라 거부권을 엎을 수 있는 재의를 요구하는 것인데, 재의를 요구할 생각은 없다. 국회의원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 문제는 내가 여러 차례 말했지만 북한이 고폭실험 하고 있다는 것을 한미 양국이 확인하고도 엄청난 현금을 싸다 줬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반드시 밝혀낼 것이다. 지금 안되더라도, 다음에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아서라도 반드시 밝혀낼 것이다."
<1신: 오전 11시55분>
최병렬 대표, 오늘 오후 2시 '대선자금' 관련 기자회견
21일 오전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여야 정치권이 대선잔여금을 포함한 대선자금 전모를 밝히고 수사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자"고 제안한 데 이어,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22일 오후 2시 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선자금 파문이 정대철 민주당 대표의 '굿모닝 게이트'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민주당의 대선자금 불법 모금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최 대표는 지난해 대선때 민주당 후보였던 노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와 굿모닝 게이트에 대한 철저한 수사' 등을 촉구하는 등 역공(逆攻)을 펼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나라당의 지난해 대선자금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올해 초 이미 선관위에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신고했으며 이에 대한 선관위의 실사 결과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최 대표의 기자회견이 이와 같은 기조로 전개된다면, 시민사회단체에서 주장하는 '대선자금 전모 공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이후 적잖은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주당이 23일 공개하는 대선자금 내역과 관련해 역풍(逆風)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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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대선자금조사특위 "노 대통령,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 한다"
22일 오전 10시10분 장광근 한나라당 대선자금진상조사특위위원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대단히 실망을 금치 못한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위기에 몰린 나머지 정략적으로 몰고 가서 위기를 탈출하려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혹평했다.
장 위원장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정치자금을 포함한 정치개혁이 아니"라며 "(본질은) 서민들의 피땀 어린 돈이 민주당의 대선자금으로 쓰였고 기업으로부터 200억원을 모아 대선자금으로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 내부의 범죄의혹 사건을 전체 정치개혁 차원의 문제로 대통령이 예단해서 몰고 가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솔직히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옳은 자세"라고 충고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신주류 핵심들이 '위기가 기회'라는 과거의 전략 전술에 집착해 신당 창당 논의의 기폭제로 사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며 "(대선자금 문제를 계기로 삼아) 정치판을 뒤엎고 새판 짜기의 계기로 삼으려 한다면 국민적·역사적 지탄과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원희룡 의원은 "('굿모닝 게이트' 관련) 40명 리스트를 검찰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휘 검사에 수사팀 보강 명목으로 라인을 변경시킨다든지 청와대가 수사에 개입하는 징후가 구체적으로 포착되면 (당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