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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한나라당 언론대책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노무현 정권은 언론통제를 즉각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왼쪽부터 이경재, 김병호, 하순봉, 고흥길, 장광근 의원).
올해 초 한나라당 언론대책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노무현 정권은 언론통제를 즉각 중단하라"며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왼쪽부터 이경재, 김병호, 하순봉, 고흥길, 장광근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의 대(對)신문 전쟁 선포, 인터넷 국정신문 발행추진, 공정거래위의 신문지국 조사 계획 발표 등은 고도로 기획된 정치적 음모다. 기존의 언론시장을 인위적으로 재편·장악함으로써 내년 총선 승리와 통치 기반의 토대 구축을 시도하겠다는 음험한 책략이다."

"지금 방송사는 한나라당에 매우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보도를 하고 있고, 그 차원을 넘어서서 아예 취급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회 문화관광위를 소집해서 관련자를 전부 불러 이 문제를 따져보겠다."


첫 번째는 지난 5일 한나라당 언론대책특위와 한나라당 소속 국회 문광위원 연석회의에서 나온 성명이고, 두 번째는 같은 날 김병호 한나라당 홍보위원장의 발언이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며 연일 비난을 한데 이어 국회 차원에서의 대응을 공언했다. 동시에 일부 방송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에 편파적이고, 불공정하다'며 관련자를 국회로 불러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적인 언론관 아닐까?

원내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라도 국회라는 든든한 빽을 내세워 언론에 압박을 가하면서도, 노무현 정부가 언론과 마찰을 빚으면 언론탄압·언론장악 음모라고 몰아붙이는 셈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노무현 정부가 국정홍보에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국정신문>에 대해서도,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보다는 '국정신문'이라는 용어에 무게를 두고 "기존 언론시장 질서의 인위적 재편" 운운하며 그에 따른 예산을 100%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미 오프라인 <국정신문>이 발행된 지 오래됐는데도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다가, 갑작스레 <인터넷 국정신문> 발행 계획을 문제 삼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7월 24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했다. 기자들의 토론회 취재 열기기 뜨겁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7월 24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했다. 기자들의 토론회 취재 열기기 뜨겁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 언론정책의 이중성

최병렬 대표는 지난달 24일 중견언론인 모임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 나와 현 정권의 언론정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금 대한민국 언론은 많이 달라졌다. 잘못이 있다면 그 잘못을 지적할 방법이 있다.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면 몰라도 옳지 않다."

그러자 패널이 다시 이렇게 물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한나라당도 '방송개혁안'을 내놨는데, 지난 대선에 대한 '분풀이용' 또는 '방송장악용'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일부 방송의 제작 행태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고, 그와 관련 당내에서 법적 보완조치가 논의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것을 '방송장악'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방송개혁안을 발표하자 언론노조는 물론 시민단체에서는 "저열한 방송장악 음모를 중단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다음은 당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나온 성명의 일부이다.

"… 양휘부 전 이회창 후보 공보특보의 방송위원 추천 건에서도 보였듯이 한나라당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이 무엇인지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정당이다. 또 '방송개혁안'에서 보듯, 한나라당은 사사로운 개인의 돈벌이와 공중을 위한 방송의 공익성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한나라당의 '방송개혁안'은 방송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자가당착적 오류에 빠진 한나라당이 내부 개혁은 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우호적이었던' 방송을 '편파적이었다'고 어거지로 매도하며 방송을 대자본의 수족으로 개편하겠다는 저열한 방송장악 음모이자, 국민에 대한 천박한 협박에 불과하다.…"


6공 문공부 장관 최병렬과 21세기 야당 대표 최병렬

최 대표는 한나라당에 항의하러 온 전국언론노조 대표단을 만나 "우리는 언론과 싸울 의사가 없고, 다만 조금 덜 비우호적으로 해주길 바란다"며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내가 대표로 있는 한, 총선을 앞두고 언론계와 전면전을 벌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난 그렇게 바보가 아니"라고도 말했다.

맞는 말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방송과 전쟁을 해서 얻을 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해서 지금 언론과 전쟁을 선포해 득이 될 게 있을까. 오히려 노 대통령이 언론에 대한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면 높일수록 언론이 위축되기는커녕, 두 배 세 배 더 센 강도로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지 않나.

이날 토론회에서 최 대표의 '이중적 잣대'는 한 번 더 도마 위에 올랐다. 최 대표가 문공부장관 시절 노태우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한다고 하니까 야당에서도 같은 시간 때 방송 시간을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문공부 출입기자들을 불러 '노태우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야당 대표와 같은 것으로 취급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웬일인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추진에 대해 최 대표는 "(야당 대표에게도)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문공부장관 시절에는 선진국에서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는 궁색한 변명이 뒤따랐다.

본인이 여당이나 정부에 몸담고 있을 때는 안되던 것이 야당일 때는 되어야 한다는 전형적인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6월 23일 전국언론노조가 한나라당의 `방송개혁안`에 항의하며 당사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6월 23일 전국언론노조가 한나라당의 `방송개혁안`에 항의하며 당사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 오마이뉴스 최경준

'X새끼' 발언과 '꼭지가 돌아' 발언의 차이는?

최병렬 대표는 지난달 21일 이회창 전 총재와의 '갈등설'을 보도한 일부 언론을 겨냥, "우리 당에는 기자가 아닌 소설가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소설도 터무니없는 소설을 쓰고 있다"며 흥분했다.

"내가 이 전 총재와 무슨 이해가 충돌해 불화가 생기겠느냐. 나는 (언론이) 진실되게 써줄 것이라고 믿고 직접 전화도 받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데 소설가들이 있는 한 앞으로는 전화도 받지 않고 얘기도 안 할 것이다."

당시 언론에 대한 최 대표의 노골적인 불만 표시는 노 대통령의 그것을 연상시켰다. 심지어 최 대표가 노 대통령의 '신문 불신'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

또한 최 대표는 지난달 25일 저녁, 갑자기 당사 기자실을 찾아와 "나도 '신문쟁이' 출신(조선일보 편집국장)이라 취재 관행을 아는데, 사석에서 편하게 한 이야기는 좀 다듬어서 기사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물론 내가 한 말이니 일차적으로 내 책임이고 앞으로 말조심하겠다. 그래도 식사 후 일부 기자들에게 편하게 한 말인데 그런 게 신문 기사에 그대로 실린 것을 보고 당혹스러웠다."

이날 자신이 광주에 내려가 일부 기자들에게 "꼭지가 돌아갔다"는 등 다소 '거친' 표현을 했던 것이 다음 날짜 가판 신문에 그대로 인용돼 나온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어 그는 "이런 (나의) 말은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X새끼' 발언과는 다르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공식적인 강의에서 나온 것 아니냐"고 애써 차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X새끼' 발언 역시 민원-제도개선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민원인들이 관공서에서 겪는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나온 말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그래 가지고 민원인들 속 터지죠, 오르락내리락 한참 하다가 남는 건 뭡니까? 'X새끼들, 공무원들 저거 절반은 잘라야 돼'라고 하죠, 이거 해소하자는 말입니다"라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 언론들은 앞뒤 문맥 다 자르고, 'X새끼'라는 육두문자만 크게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다.

최 대표는 "꼭지가 돌아갔다"는 표현을 여과없이 보도한 언론의 행태는 잘못이고, 노 대통령의 'X새끼' 발언을 왜곡해 보도한 언론의 행태는 괜찮다는 것인가.

한나라당의 '신(新)보도지침'과 보수언론의 '대통령 만들기'

지난 7월 24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 당시 병역비리 수사 보도와 관련, KBS·MBC 등 방송4사에 '불공정보도 시정촉구'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문제'의 공문에는 (1)이회창 대통령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얼굴 사진을 내보내지 말라 (2)정연씨 이름 앞에 '이회창 후보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말라 (3)검찰의 공식 발표만 보도해 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의 횡포를 연상시키는 '신(新)보도지침'이라는 비판이 빗발치자, 한나라당은 며칠 뒤 협조공문 내용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공식 사과했다. 서청원 대표는 "공문에 일부 표현이 매끄럽지 못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대외공문을 보낼 때 당3역과 대표의 결재를 받도록 하겠다"고 재발방지 조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이 방송사에 보낸 협조공문은 과거 5공 정권의 보도지침과 맥을 같이하는 명백한 언론탄압이자 방송장악 음모인데도 한나라당은 이를 단지 '공문관리 소홀'과 '매끄럽지 못한 표현'탓으로 떠넘기며 사태를 진정시키려는 안일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특히 당시 MBC와 갈등을 겪고 있던 한나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1)MBC에 대한 취재거부 (2)출입기자실 부스 폐쇄 (3)시청거부 등의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MBC를 국정감사대상에 포함시키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했다.

물론 이 와중에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신(新)보도지침'에 대해 다음날 기사화하지 않았다. '대통령 만들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었을까? 그 속사정을 알 길은 없지만, '사실 보도'라는 언론의 1차적 기능을 저버린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언론은 정권의 폭압적 힘에 재갈이 물린 채 정권의 비위에 거슬리는 사실들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언론의 자유는 그 어느 때보다 만개해 있다. 노무현 정부가 언론에 불만을 표출한다고 해서 우리나라 언론이 과거처럼 정권의 통제와 간섭을 받는다고 믿는 국민은 없다. 적어도 한나라당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지 않을까

최근 언론에 대한 한나라당의 이중적 잣대를 두고 한나라당을 출입하고 있는 한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당이 새 대표 체제가 들어서고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야당으로서 (방송으로부터) 피해를 받았다는 생각은 새 대표 체제가 들어서고도 바뀌지 않았다. 여러 면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유독 언론 부분에 대해서는 예전과 다른 것이 없이 구시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새 지도체제가 들어섰으면 이제 바뀐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언제까지 이회창 전 총재의 말처럼 "방송에 한나라당의 '한'자도 나오지 않는다"고 자신의 발등만 찍고 있을 일이 아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굴절된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는 한 한나라당의 변화는 요원하다.

최근 한나라당의 변화를 위한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당밖의 여론조사에서는 자중지란을 계속하고 있는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이유를 곰곰이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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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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