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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신문 학교구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소년신문 학교구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 기진호
눈병이 전국 학교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벌써 8일 현재 5만명을 넘어섰다는군요. 눈병에 걸린 아이는 눈이 충혈되고 마음 또한 심란하게 되죠. 눈병은 대부분 '마음 병'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인데요.

학교는 이런 학생들을 그냥 귀가 조치시킵니다. 왜냐하면 눈병 걸린 학생의 병원체가 금세 다른 학생들한테도 퍼지기 때문이죠.

사회 속 '눈병' 병원체를 아시나요?

그런데 정말 무서운 눈병은 사회 속 '눈병'인 것 같아요. 이 병은 거짓 정보와 왜곡, 비방으로 짜인 일부 신문과 잡지를 보면 생길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인데요. 이런 신문과 잡지만 본 사람들은 사회 속 '눈병'에 따른 '마음 병'이란 합병증까지 앓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건 제 경험에 따른 판단입니다만, 특정 족벌신문 구독 편향 비율을 헤아려보면 전국 1만여개의 초·중등학교는 전국 군부대와 쌍벽을 이룰 겁니다. 물론 이들 기관에서 보는 신문은 대부분 관리자들이 구독하며 구독하는데 드는 돈은 거의 나랏돈인데요. 군부대가 군인들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학교도 '학생들 생각을 좌우하는 노릇을 한다'는 데 문제의 중심이 있다고 봅니다.

이에 덧붙여 <소년조선>을 비롯, <소년동아> <소년한국일보> 등 소년신문 수백만 부도 매일 전국 초등학교에 들어오는데요. 이것들은 부교재, 또는 특정 상품인 관계로 학교 안에서는 법에 따라 학생들한테 팔 수 없는 것이죠.(초중등교육법 제29조 1항, 학교에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거나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검정 또는 인정한 교과용 도서를 사용하여야 한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날마다 교실이란 공간에서 교사의 손에 의해 판매되는 것 또한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학교는 신문지국, 교사는 신문배달부'란 어처구니없는 말은 언제쯤 사라질까요.

학교 안에서 판매되는 이상한 신문 잡지들

계간'초등교육' 겉 표지.
계간'초등교육' 겉 표지. ⓒ 윤근혁
더욱 기가 막힌 일은 계간 <초등교육>이란 잡지 구독인데요. 전국 5천여 개 초등학교 교무실엔 대부분 이 잡지가 몇 개쯤은 널브러져 있을 겁니다. 이 잡지 또한 학교 돈으로 일괄 구독하는 것인데요. 전국 초등학교가 교장협의회의 내부 방침에 따라 다섯 부에서 많게는 10부씩 구독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한 부에 7천원씩 하는 이 잡지는 누가 만드는지 아세요? 이 잡지의 발행처는 다름 아닌 한국교총 산하조직인 한국초등교장협의회(회장 이승원)죠. 회비와 연수비 전용 사건 등으로 탈도 많은 임의단체의 기관지가 나랏돈으로 일괄 구독되는 행태도 문제이긴 한데요. 더욱 큰 문제는 그 내용에 있죠. 교육에 보탬이 되는 잡지라면 그 발행처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아무래도 핵심은 내용이죠.

최근에 나온 초등교육 여름호(통권 17호)를 펼쳐보면 눈을 의심할 내용들로 꽉 차 있습니다. 과연 나랏돈으로 이렇게 '반역'(?)을 꿈꿔도 되는가 할 정도로 심각한 말투들이 쌓여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거꾸로 보는 교육기사 4'에 싣습니다.)

여기서는 그 가운데 한 가지만 꼽아보죠. 이 잡지의 기획특집 제목은 '교원노조 단체교섭, 무엇이 문제인가'인데요. 이 특집란에 글을 쓴 박희정 서울교총 회장의 글 가운데 문제가 될만한 내용을 추려봅니다.

"모든 불법적인 집단행동이 동시 다발적이고 총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원인은 대통령과 정부가 코드를 잘못 선택한 결과이다. … 법을 집행하여야 할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참여정부라는 이름으로 대화와 타협이란 코드를 선택한다면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저질러 놓고 대화와 타협을 하자고 할 것이다."

'초등교육'이란 잡지에 쓴 박희정 서울교총 회장의 글.
'초등교육'이란 잡지에 쓴 박희정 서울교총 회장의 글. ⓒ 윤근혁
"교장은 대화와 타협이란 정치하지 말라"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기본 생각에 멱살을 잡고 나서고 있는데요. 사실 이 서울교총이란 단체는 지난해 대선 당시 각 학교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지지 공문을 보내 사무총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까지 당한 사실이 있죠. 이를 아는 이라면 서울교총의 수장이 위와 같은 글을 쓴 취지를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 글을 쓴 박 회장은 다음처럼 민주주의 기본철학인 '대화와 타협'을 불순하게 보고 있군요.

"정부가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대화와 타협을 우선시 하였을 때 이해 당사자를 제쳐두고 정부와 직접 대화와 타협을 요구할 것이다. 지금의 총체적 분규는 노 정권이 코드를 잘못 선택한 필연적 결과이다."

그는 한술 더 떠 교장에게도 '대화와 타협을 하지 말라'고 이상한 권고를 하고 있네요.

"교장도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를 할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이라는 행정을 하여야 한다. … 학교에 법과 원칙과 평화를 건설할 것인가 대화와 타협과 분쟁을 일으킬 것인가는 교장의 의지와 코드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특별한 논평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만 펼쳐봐도 '대화와 타협'의 중요함을 단박에 알 수 있으니까요.

이런 부류의 글은 민주주의 교육이념에 역행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더라도 이런 이상한 글을 쓰고 발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죠.

하지만 나랏돈으로 책을 만들고 판매하면서 '민주주의 국가' 이념을 팽개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모든 교육관련 신문과 잡지는 떳떳하려면 아이들한테 가야 할 돈을 터는 게 아니라 자기 단체나 개인의 주머니를 털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눈병 퍼뜨리지 마세요

팔월 한가위인데요. 두둥실 뜬 보름달을 보며 기원 한 가지 해볼까요?

"나랏돈으로 사회 속 '눈병'을 만들어 퍼뜨리는 어리석고 해괴한 일은 이제 사라지게 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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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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