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지만 비는 여전히 내라고 무더위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모처럼 비가 오지 않는 휴일 아침 마래산에 올랐습니다. 등산로에 들어서자마자 알며느리밥풀이 반겨줍니다.
며느리밥풀은 가난한 시절 며느리의 한을 담고 있습니다. 고약하게 시집살이를 하던 며느리가 밥을 짓다가 뜸이 들었는지 보려고 주걱에 붙은 밥풀 몇 알을 물었습니다. 이것을 본 시어미가 집안 음식을 다 축낸다고 며느리를 마구 때려 죽게 했답니다.
이듬해부터 햅쌀이 날 즈음 빨간 입술에 밥풀을 문 모습의 꽃이 산 속에 피어나곤 한답니다. “음식이 아니라 밥풀뿐이어요….”하고 말하는 이 꽃은 세상을 한탄스러워하며 수줍음을 잘 타서 산 속에서만 핀다고 합니다.
산에 오르자 참싸리, 뚝깔, 산박하, 고추나물, 쑥부쟁이, 비수리, 닭의장풀, 개도둑놈의갈고리, 왕고들깨비, 개여뀌, 짚신나물, 산짚신나물, 마타리, 등골나물, 들깨풀, 돌콩, 이질풀, 쥐깨풀, 차풀, 큰벼룩아재비, 계요등, 며느리밑씻개 등 수많은 들꽃이 반겨주었지만 모기와 무더위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등산을 포기하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저는 들꽃 사진을 촬영할 때 아름답게 찍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아름다운 들꽃 사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비는 내리고 무척 덥습니다. 거리에는 차들이 넘쳐흐르고 에어컨은 쉴 사이 없이 돌고 전등은 하루 종일 켜져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