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문화관광부 국정감사에서는 본안에 들어가기도 전에 '동아일보 기자의 취재를 거부하겠다'고 언급한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의 증인채택 여부가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세종로 문화관광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지난 21일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의 '동아일보 기자의 취재 거부' 문제를 성토하면서 증인채택을 신청했고, 20여분간 설전을 벌였다. 또한 이와 관련한 대통령의 진의 여부와 이창동 문화부 장관의 입장을 줄기차게 요구하면서 본 감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질의 중에도 잇따라 이병완 홍보수석의 발언을 문제삼아 현 정부의 언론탄압론을 제기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헌정유린 사태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날 문화부 감사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홍보수석의 동아일보 취재거부' 건은 정병국(한나라당) 의원이 의사발언으로 증인신청을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정 의원은 "권양숙 여사의 투기의혹을 다룬 동아일보 19일자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아는 바 없다'고 일절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면서 "홍보수석이 동아일보 취재를 거부한다는 보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보수석이 개인 의견을 들어 동아일보 취재거부를 밝혔으나 이는 헌법유린 사태"로 전제한 뒤 "일개 청와대 비서관이 대통령 의사에 반해서 이렇게 할 수 있느냐, 또 이같은 의사결정권을 비서관이 가지고 있느냐"고 따졌다.
그는 "홍보수석 자신만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면 얘기가 되지만 홍보수석실 직원 모두에게 취재거부를 지시하는 한편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떨어뜨리려고 했던 동아일보 적개심의 발로인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사실확인도 해주지 않고 의혹을 보도한 신문사에 취재를 거부한 것은 언론탄압이자 헌법을 유린한 행위이기 때문에 오늘 확인감사 증인으로 홍보수석을 채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관광위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고흥길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회의에서 동아일보 취재거부를 지시한 청와대 홍보수석의 조처에 대한 확인감사를 위해 이병완 홍보수석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월권행위이자 '제왕적 수석'이라는 표현으로 홍보수석을 비판했다.
이원창(한나라당) 의원은 홍보수석의 취재거부가 '대통령의 뜻'인지 밝혀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이 의원은 "대통령의 진의인지, 홍보수석의 개인 뜻인지 상임위에서 직접 증인을 채택해 그 여부를 가려야 한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정병국 의원 역시 대통령의 뜻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거들고 나섰다. 정 의원은 "일개 수석이 투기의혹을 다룬 보도에 대해 임의로 취재거부를 했다는 것은 엄청난 언론탄압"으로 전제한 뒤 "대통령이 있고 비서관이 있다, 비서관 얘기는 대통령 얘기로 받아들이는 게 관례"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뜻이라면 문화부 장관의 뜻도 있을 터"라고 덧붙이고 "동아일보 건은 언론 관련 문제인 만큼 홍보수석이 문광위 증인으로 출두해서 얘기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김성호(통합신당) 의원은 문광위 소속 감사 사안인지 여부와 증인신청 방식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며 국정공방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했다.
김 의원은 "권여사 투기 의혹은 정무위원회 감사 사안으로 문광위에서 이중으로 다룰 내용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문화관광위는 간사 협의를 통해 증인신청을 했지 즉석에서 신청한 사례는 없었으므로 사전 합의가 필요하다, 간사 회의에서 신청여부를 의논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사전협의 없이 한나라당측 주장대로 증인채택이 강행되면 간사제도 취지가 훼손되고 증인신청이 남발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측 의원들은 "국감이 열리기 전 어느 의원이 다른 당 간사로 선임될지도 모르는 유동적인 상황이었다"면서 "간사회의에서 합의되지 안되면 상임위 전체 표결로 증인채택 여부를 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홍보수석 증인채택을 둘러싼 격론은 배기선 위원장이 간사협의로 증인신청 채택을 결정하겠다고 선포하며 다음 순서로 겨우 넘어갔다.
하지만 이윤성(한나라당) 의원이 "홍보수석 발언이 대통령의 생각인지 확인할 의사가 없는가"라며 "언론 주무부서 장관으로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이창동 장관에게 답변을 촉구해 공방을 이어갔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거센 공박으로 오전 국감을 끝낸 문화관광위는 쉬는 시간에 간사 회의를 열고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에 대한 증인신청 채택 논의를 연장하기로 했다.
고흥길 의원은 오후 국감이 시작되자 기자실을 방문, "홍보수석 증인채택 건을 당장 결정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오늘은 더 이상 다루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늘 갑자기 증인문제가 거론된 데다 다음번 문광부 확인감사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게 연기 이유이다. 고 의원은 증인채택에 대해 반대는 없었다고 전했다.문광부 확인감사는 다음달 10일 열린다.
한편 자신을 둘러싼 여야간의 '증인채택' 공방에 대해 이병완 홍보수석은 "국회에서 합의가 돼 정식으로 요청을 하면 안 나갈 수 없지만, 과거의 관례 등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며 "아직 결론이 안 났으니 좀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 수석은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취재거부 지시는 어제 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의사와 상관없이 내 개인의 뜻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나? 홍보수석실 직원들에게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한 것도 내가 데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할 수 있는 지시"라고 밝혔다.
그는 윤태영 대변인이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동아일보> 기자의 질문을 피하지 않고 답한 것에 대해서는 "대변인은 (다른 직원들과 달리) 대변인으로서 역할과 소임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 | "정치권과 거대 족벌신문의 방송사영화 기도를 들추라" | | | 언론노조, 문화관광위 국감장 앞 피켓시위 | | | | "문화관광위는 국민 위한 국감을 하라."
제16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 시작된 22일.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 언론노조)은 문화관광위원회의 첫 국감 현장인 문화관광부 정문 앞에서 "족벌신문을 비롯한 기득권 세력의 힘자랑에 휘둘리는 국감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국감을 하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이날 '16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 부쳐'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언론개혁에 디딤돌을 놓는 국감이 될 것'을 문화관광위에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디지털TV 전송방식 변경 △방송의 공영성 강화와 사영화 기도 저지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한 신문고시 강화와 신문공동배달제 전면실시 등 하반기 언론개혁 과제에 대한 문광위 활동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만일 국감 현장에서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즉각 특단의 대책을 취할 것"이라는 게 이번 국감에 대한 언론노조의 방침이다.
언론노조는 우선 시청자 권익에 배치되는 DTV전송방식 추진에 대한 엄정한 추궁과 진실규명을 요구했다. 이어 분별한 경품공세와 무가지 살포 등으로 탈법이 난무한 신문시장에 대한 감독기관 본연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따질 것과 함께 신문개혁 입법 제·개정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다.
또 언론노조는 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위협하는 요인, 일부 정치권과 거대 족벌신문의 방송사영화 기도의 부도덕함을 들춰내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특히 "공정위의 신문시장 불공정행위 조사를 언론탄압으로 몰고, KBS를 급박하는 등 언론장악 음모를 노골화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다시 조중동 등 족벌언론과의 파렴치한 동맹관계를 자랑하며 국감 무대를 더럽힐 경우 강도 높은 한나라당 해체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