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린 시절 들었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언제나 끝이 똑같았다. 주인공이 누구든 줄거리가 어떻든 맨 마지막 이야기는 언제나 이렇게 끝났다.
“그래서 시집 장가가서 아들 딸 낳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단다.”
사람들은 평범한 것이 가장 훌륭한 것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시집 장가가서 아들 딸 낳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것도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인간의 삶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할머니는 평범한 삶이 가장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셨고, 당신의 손자 손녀들이 그렇게 살 거라고 믿고 계셨다. 가장 가까이 있는 내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일 그 자체가 행복 아니겠는가?
유년시절 내가 즐겨 그렸던 그림 중에 하나는 작은 초가집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어머니의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그리기 위해 부엌문은 언제나 열려 있었다. 아궁이에는 불이 이글거리고 가마솥에는 뜨거운 김이 솟고 굴뚝에서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부엌개량을 해서 나무를 때서 밥을 짓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따금 가난한 독거노인이 살고 있는 집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풍경을 보면 어릴 적 내가 즐겨 그린 그림 생각이 난다.
인간의 행복은 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것을 모르고 사람들은 먼 데서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그것을 깨달은 사람은 인생의 철이 난 사람일 것이다. 사물이나 사람이나 자연을 볼 때 한자로 볼 ‘관(觀)’자를 쓴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또는 어떤 눈으로 보느냐가 중요하다.
더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다 더럽게 보인다. 고약한 생각을 품고 사물을 보면 어떻게 보이겠는가? 사람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인도사람들은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영혼을 본다고 한다. 그만큼 그들은 커다란 눈으로 강렬한 시선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무한히 깊게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도사람들은 거리에서 한 번 본 사람이라도 평생 동안 잊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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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떠한가? 이제 우리는 아무도 서로를 깊이 있게 보지 않는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보고 관심하지 않는다. 따스한 마음, 밝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와 관련된 사람에게만 관심을 보일 뿐이다. 그 나머지 사람들은 일회용품으로 스쳐지나갈 뿐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조차 사라진지 오래다.
이런 말이 있다.
“사람들끼리의 소통은 진정한 바라봄에서 생긴다.”
겉으로만 이루어진 아무 의미없는 만남들, 외모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들…. 그게 바로 우리 모습이 아닌가? 이제부터라도 서로의 눈과 내면의 영혼을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나 스스로 일회용품처럼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좀더 진지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아야 하겠다. 사람들 사이에 진정한 바라봄이 있다면 세상이 얼마나 따뜻하고 좋겠는가?
새해를 맞이하며 그동안 나의 게으름을 깊이 반성하면서 새해에는 작은 실천부터 하기로 결심한다. 새해에는 이부자리를 펴고 개는 일은 아내에게 미루지 않겠다. 이것 때문에 다툰 적이 많았다. 아내가 차린 밥상 앞에서 진지한 기도를 드리고 정성껏 음식을 먹겠다. 새해에는 아이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지 않고 조용하게 말하겠다. 어머니 집에도 자주 찾아가야겠다. 무엇보다 내가 섬기는 교우들,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정성껏 대하도록 하겠다.
결국 행복의 파랑새는 내 안에 있으므로 그 파랑새를 놓치지 않도록 하겠다.
조용한 아침
새롭게 맞이한 한해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기꺼이 넉넉한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리라
헛된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순하고 정한 마음으로 살면
그 속이 얼마나 편하겠는가
등불의 심지를 돋우면
온 방안이 환해지듯이
내 비뚤어진 심보를 바로잡고
착한 마음과
아름다운 생각으로 가득 채우면
그 속이 얼마 깊고 좋겠는가
새롭게 맞이한 한해에는
매사에 조급한 마음으로 서둘지 말고
천천히 느릿느릿
버릴 건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야 겠다
물 흐르듯 유순하게
항상 밝은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내 마음의 창을 열어 두겠다
꼼짝없이 밝음의 포로가 되어
환하고 밝게 살아간다면
그 속이 얼마나 따습고 좋겠는가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일이다
(박철 詩. 한해를 비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