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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의 신년사 전문이다.
■ 조선일보 신년사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희망과 기대로 가슴 설레이게 합니다. 오늘 우리도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안고, 2004년 새해의 출발점에 섰습니다.
지난 한해는 나라 안팎의 사정도, 언론계 안팎의 사정도 모두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지난 한해 우리나라를 표현하는 4자 성어로 '우왕좌왕'을 선정했습니다. 나라 전체가 나침반 잃은 배처럼 목표를 잃고 표류한 한 해였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같은 시대 상황에서 언론마저 목표를 잃고 혼란과 혼돈에 동승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일제 식민지 시대 그 폭압의 암흑기에도, 신간회의 기치 아래 분열된 민족주의 세력을 하나로 합치는데 앞장섰고, 강제 폐간되던 그 날까지 한글 신문을 고수하며 우리의 얼을 지켜왔습니다. 새해 우리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나라와 국민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어두운 바다의 뱃길을 환히 비춰주는 등대의 역할을 조선일보가 맡아야 합니다.
사우 여러분. 지난 해 우리는 부단히 스스로를 혁신했습니다. 뉴스면과 오피니언면을 분리하는 과감한 지면 개편을 단행했으며, 1면에서 9면까지의 뉴스면을 컬러화 해, 본격적인 '컬러 뉴스 시대'를 열었습니다. 정동 별관과 부평 공장에 새롭게 설치된 첨단 인쇄설비가 바로 '컬러 뉴스 시대'의 주역입니다. 올해는 평촌과 성남의 인쇄 설비도 새롭게 바꿀 것입니다. IMF에 못지않은 어려운 경제여건이었지만 광고와 판매도 기대이상의 성과를 이끌어냈습니다.
사우 여러분. 새해 우리가 갈 길도 결코 평탄하지 않습니다. 국내 정치는 불안하고, 경제 여건 또한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4월 총선을 전후하여 나라 안은 또 다시 분열과 혼란으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에 편승하여 우리 신문을 흠집내려는 특정 세력들의 음해 역시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우 여러분. 주변 여건이 어렵고 혼란스러울수록, 우리는 중심을 잡고 바로 서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리는 우리가 지켜야할 원칙이자 가치입니다. '나라와 미래를 생각하는 신문, 조선일보'도 이 바탕 위에 서 있습니다.
언론이 지녀야할 가장 중요한 정신의 하나가 바로 비판 정신입니다. 비판 정신은 국가사회가 썩지 않게 하는 '소금'의 역할을 합니다. 조선일보는 어떤 비바람이 몰아쳐도, 언론 본연의 비판 정신을 결연히 지켜나갈 것입니다. 언론이 국가 사회적으로 담당해야 할 또 다른 중요 기능의 하나가 '빛'의 역할입니다. 어렵고 소외된 계층에게 따뜻한 사랑의 빛을 비추어, 사회 곳곳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역할입니다.
조선일보의 지면은 올해 '어두운 곳, 낮은 곳'에 집중적으로 '빛'을 비추어 나라 전체를 밝게 만드는 일에 발벗고 나설 것입니다. 한 숟갈의 양식이 필요한 불우 이웃들, 기댈 곳조차 없는 소년소녀 가장들, 홀로 사는 노인들, 박봉의 근로자들…, 이 모두가 '빛'을 비추어야 할 대상입니다. 정부와 사회의 정책 잘못과 무관심으로 거리를 헤매는 청년 실업 문제 역시 우리가 잊어서는 안될 과제입니다. 조선일보의 지면은, 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의 손을 내미는 아름다운 이웃들의 이야기에도 결코 소홀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우 여러분. 조선일보는 '1등 신문'이 아닌, '최고의 신문'을 지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최고의 인재들이 조선일보로 모여들도록 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몸높이와 울타리를 겸허하게 낮추어야 합니다. 낮은 곳으로 물이 흘러들듯, 보수와 진보, 연령의 구분없이 한국 최고의 인재들이 조선일보로 모여들게 해, 새로운 조선일보의 정체성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사우 여러분. 올해 경제상황은 지난 해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건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회사는 사람을 키우는 일을 비롯해 신문제작과 회사 발전에 필요한 문제들에 관해서는, 결코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사우 여러분. 정동 별관 6층 엘리베이터를 나서면 벽면에 '수처작주'라는 글귀가 붙어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주인이 돼라'는 말입니다. 그래야 개인의 발전도, 회사의 발전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말뜻 그대로, 사우 모두가 주인이 됩시다. 그러면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우리는 능히, 이를 극복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우 여러분. 2004년 새해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가정에 늘 웃음과 행복이 가득 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1월 2일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
■ 중앙일보 신년사
존경하는 중앙일보 임직원 여러분! 설레임과 기대 속에 또 새로운 한해를 맞았습니다. 새해에도 여러분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오늘 여느 해와는 다른 특별한 감회를 안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올해는 제가 중앙일보 발행인으로 취임해서 제2창간을 선언한지 만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되돌아보면 정말 숨가쁘게 달려온 역동의 장기였습니다.
조간화, 섹션신문, 가로쓰기, 전문기자제도, 기획취재팀, 지면 재배치, 주말섹션 등 우리 중앙인들이 지혜와 의지를 모아 만들어 낸 여러 개혁 조치들은 한국 신문계를 뒤바꾼 변화의 추진력이었으며, 중앙일보 성장의 직접적인 동력이 됐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최정상의 문턱에 와 있습니다.
존경하는 임직원 여러분! 우리는 호흡을 가다듬고 또 한번의 도약을 준비하는 시점을 맞았습니다. 매우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 내부의 역량이 충분히 갖춰져 있고, 외부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0년간의 경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지만, 그 힘이 축적되면서 더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또 불편부당한 공정 보도,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는 통합자로서의 자세 등은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 갈등이 심각한 우리 사회에서 커다란 무기가 되고 있습니다. 10년 전 제2창간을 선언했을 때의 여건이 백지 상태나 다름없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밑그림이 훌륭하게 그려져 있는 상태라고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중앙가족 여러분! 이제 우리는 확고한 최정상의 신문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호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물론 신문간의 경쟁이 하루아침에 결정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지난 10년의 경험에서 얻은 자신감이 있고, 호의적인 잠재 독자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하기 나름입니다.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해온 것이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 한 것은 하드웨어적인 개혁이었습니다. 섹션신문을 만들고 가로쓰기를 하는 등 독자들은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었지만 신문사들이 무시하고 있던 그런 일들입니다. 중앙일보의 선도적 개혁에 대한 반향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추진한 것은 가치와 논조의 정립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열린 보수, 자유주의, 민주주의, 세계주의, 상생주의, 실용주의 등입니다. 이런 것들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사나 칼럼을 지면에 제대로 반영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흔히들 지면의 힘을 얘기합니다만, 색깔과 목소리는 진보와 보수의 끝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열린 보수도 인상적인 색깔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큰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재작년 내셔널 어젠다 중 '예산 1% 북한 돕자'라는 제안과 지난해 이문열과 황석영을 필두로 시작한 '시대를 논하다' 등에 대한 반향에서 우리는 그 점을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더욱 열린 자세로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해 나가고, 갈등과 분열을 통합하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독자들의 신뢰와 사랑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임직원 여러분! 저는 오늘 또 한가지 제안을 하려 합니다. 그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해 왔지만 실현 노력은 본격화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바로 기사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켜 다른 신문과 차별화된 지면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류신문으로 가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관문입니다. 기사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독자들의 가슴을 움직이는 기사가 질이 우수한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의 열과 성과 혼이 느껴지지 않으면 독자들은 감동하지 않습니다. 그냥 흘려 볼뿐입니다.
좋은 예를 최근 우리가 만들었습니다. 위크앤입니다. 6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입니다만 독자와 광고주들이 인정하는 차별화된 상품이 되었습니다. 위크앤 팀원 전체가 부단한 창의력과 집중력을 발휘한 결과라고 저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제작 주기가 다르고 일하는 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다른 부서라고 못할 것 없습니다. 위크앤이 '하면 된다'는 선례를 보여줬다고 봅니다.
존경하는 임직원 여러분! 지면 전체의 질을 본격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신문을 만드는 한해가 되도록 합시다. 차별화로 경쟁력을 갖춘 신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젠 조선, 동아가 아닌 전 매체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신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신문의 환경이, 독자들의 행태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무료신문의 등장과 포털 사이트의 미디어 진출로 뉴스는 공짜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신문을 외면하는 현상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중앙일보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려면 기사 한 줄, 사설 한 줄에도 한 단계 높은 정보와 분석과 어젠다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신문 한 면마다 새로운 신문을 만들어 간다는 창의력과 집중력이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신문이나 무가지, 인터넷 등이 재래시장이나 할인매장이라면, 중앙일보는 명품 백화점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차별화된 신문은 누가 만듭니까? 저나 편집인도 아니고 편집국장도 아닙니다. 편집국 구성원 모두가 나서지 않으면 안됩니다. 제가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부·차장의 리더십이 달라져야 하며, 기자들이 일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일을 서둘러야 합니다.
중앙일보 임직원 여러분! 중앙일보는 내년에 창간 40주년을 맞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입니다만 하드웨어 개혁, 지면의 정체성 확립, 기사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제2창간 10년의 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서 중앙일보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신문으로 우뚝 서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울러 판매·광고의 과학화와 선진화도 획기적 진전을 이뤄 신문 경영의 안정적 토대를 구축하고, 신문을 중심으로 잡지·출판·인터넷·방송 등 각종 매체가 건실하게 포진하는 본격적인 중앙일보미디어네트워크 시대를 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특히 출판 부문은 허스트사와의 제휴에 이어 세계 최대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랜덤하우스와 초대형 출판법인을 발족시키는 것을 계기로 국내 최고·최대의 출판사로 도약하는 기틀을 확고히 마련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신문과 출판, 그리고 일간스포츠와 제휴해 업계 1위로 뛰어오른 조인스닷컴이 세 개의 축을 이뤄 발전을 가속화할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사회 각 부문이 변화와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요동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외부 상황은 더 이상 중앙일보에 장애요인이 될 수 없습니다. 지금과 같은 격동기일수록 내부적으로는 효율성을 높이고 외부적으로는 친 중앙 세력을 확대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희망찬 중앙일보미디어네트워크의 내일을 위해 우리 모두 힘차게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2004년 1월 5일 회장 홍석현
■ 동아일보 신년사
친애하는 동아가족 여러분. 2004년 갑신년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오늘 지난 한해를 돌이켜 보면서 먼저 사원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고자 합니다. 어려운 경영환경과 근무여건 속에서도 헌신적으로 일해 주시고, 희생을 참아 주신데 대해 회사를 대표해서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한해 숱한 일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상징적 사건으로 두 개를 꼽는다면 한국ABC협회의 신문 부수인증 결과와 여의도 사옥 부지 매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시 부수인증 결과 보도를 통해서도 드러났지만 우리는 지난 한 해 동안 발행 부수를 4만여 부, 유료 부수를 14만여 부나 신장시키면서 동아일보가 한국의 대표신문임을 대외적으로 공언한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이런 괄목할 만한 약진은 제작 판매 경영 등 전사적인 노력 끝에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값진 일이었습니다.
회사는 또 지난 30년간 사용해온 여의도 부지를 과감하게 매각했습니다. 처분 가능한 부동산은 매각해 회사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면서 재무구조를 안정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기업간 경쟁력의 원천이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는 지식정보화시대입니다. 지식정보산업의 중심에 놓여있는 동아일보는 앞으로 무형의 지적 자산과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려 나갈 것입니다.
사우 여러분, 올해 한 해는 과거 그 어는 때보다도 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대선과 북핵 문제 등으로 한미관계와 동북아 정세가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의 회복세로 국내경제가 수출은 활황을 보이겠지만 내수와 투자는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않는 경기의 양극화 현상이 예상됩니다. 여름이면 아테네 올림픽이라는 국제스포츠제전이 열리겠지만 내수산업인 신문광고 시장은 현재로선 크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올해 한 해는 '정치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치권의 큰 변화가 점쳐집니다. 대선자금 조사와 대통령측근 비리에 대한 특검, 4월에는 제17대 총선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구태정치에 대한 변화와 개혁에 대한 민의가 또다시 실망으로 바뀌지 않도록 언론이 제대로 정치개혁을 이끌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높습니다.
사실 지난 한해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포스트 3김 시대를 여는 새로운 정치 질서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높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말'만 무성할 뿐 '행동'은 하나도 없는 혼돈의 세계가 아니었습니까? 진보와 보수 등 가치관의 대립과 반목이 깊어졌고 올해에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런 과도기적 상황일수록 사회의 '중심'을 잡아주는 목소리에 대한 갈증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동아가족 여러분, 우리는 올해 한 해 동안 '언론은 시민사회의 공론의 마당'이라는 언론 본연의 임무에 더욱 충실해야겠습니다. 다양한 독자의 소리를 담아 통합된 공론으로 녹여내고,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의 나아갈 길을 제시해야 합니다.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가장 많은 독자의 사랑을 자랑하는 언론사답게 한국 언론계를 이끌어나가는 맏형의 역할도 해야겠습니다.
제작과 영업, 경영을 막론하고 시대 변화를 선견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앞서가는 노력이 지면과 고객서비스 상의 혁신으로 나타나기 위해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격의 없이 활발하게 진행돼야 합니다. 잠시 한눈만 팔아도 세상의 변화를 놓치는 세상에 우리끼리 마저 대화의 문을 닫고 있다면 더욱 더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의 전사적 경영목표는 명실상부한 양강 체제 구축과 흑자경영의 실현입니다. 지난해 부수 공사 결과에서 드러난 본지의 상승세를 몰아 확고한 양강 체제를 형성해 신문시장을 선도해야 합니다. 신문시장을 선도하려면 얼굴이 있어야 하는데 '신뢰받는 신문'이 바로 동아일보의 얼굴입니다. 작년이 신뢰받는 신문 출범 원년이었다면 올해는 출범 2차 연도가 되는 해입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고객 서비스 전반에 걸쳐 '신뢰받는 신문'을 내실화하는 해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독자가 변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신문을 보는 눈높이와 반응은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순발력 있게 읽어내 제작과 영업전략에 반영하지 못하면 곧바로 독자로부터 신뢰를 잃고 심판을 받게 되는 게 오늘의 현실입니다.
신문은 더 이상 계도자가 아닙니다. 독자의 갈증을 풀어주고, 꿈과 희망을 주는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가 '신뢰받는 신문'을 하자는 이유도 이러한 신문시장의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적응하기 위한 것입니다. '신뢰받는 신문'은 고객주의, 최고의 품질, 신뢰를 3대 핵심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신뢰받는 신문' 동아일보는 한국 신문시장의 대표 브랜드이자 우리의 신문발행 준칙이 될 것이며, 독자에게는 넘쳐나는 정보 홍수 속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일상의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신뢰받는 신문이 제대로 정착되고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신뢰지수를 개발했습니다. 올해부터 이 지수를 적용해 독자의 신뢰 획득을 위해 콘텐츠나 고객서비스 등이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 그리고 독자 수의 증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점검할 것입니다. 사원 여러분 각자가 '신뢰받는 신문' 동아일보를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그 역할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신뢰받는 신문을 구현한다는 것은 동아일보에는 콤마 하나 틀리는 것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잡습니다'가 나오지 않는 유일한 신문 동아일보, 이 전통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갑시다. 광고와 판매 등 영업 측면에서는 고객의 특성에 따라 영업의 주안점을 달리하는 맞춤형 마케팅과 공세적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구사해 흑자경영을 시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과 노출도가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정보소비자의 정보 획득 경로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이신문과 온라인 미디어를 아우르는 종합미디어로서 온라인 전략을 재점검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간의 연계전략을 더욱 현실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또 올해에는 시행 2년째를 맞는 신 인사제도의 평가체계를 개선해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더욱 더 쌓아나갈 것입니다. 평가의 생활화를 정착시켜 신 인사제도가 인재를 육성하고 경쟁우위를 높여나가는 동력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이런 노력은 실적과 성과에 따라 대우받는 진정한 보상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핵심역량과 지식역량을 키우기 위한 지식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컬러인쇄 능력 확대를 위해 윤전기 증설 등 시설 인프라를 계속 확충해 경쟁력 강화의 토대를 넓혀 나갈 것입니다.
친애하는 동아가족 여러분, 이러한 회사의 방침과 경영진의 의지는 사원 여러분의 자발적 동참과 협력 없이는 결코 현실에 뿌리를 내릴 수 없습니다. 회사는 사원 여러분의 협조 없이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사원 각자가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매사에 임해주시기를 거듭 당부 드립니다. 특히 중간관리자 여러분의 몫이 중요합니다. 실천과 감동의 리더십으로 경영진과 사원 사이의 가교가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는 미국 트루먼 대통령이 자신을 늘 일깨우던 말을 이 자리에서 되풀이하려고 합니다. "모든 책임은 여기서 끝난다." 트루먼은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이런 문구를 써붙여 놓았다고 합니다. 우리 동아일보사에서 모든 결정의 마지막 책임은 사장인 제가 지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제작과 영업전반을 더 세세히 살피고 따져볼 생각입니다. 모든 책임은 사장이 지겠다는 자세를 여러분에게 몸으로 보여줄 것입니다.
올 한 해는 동아일보로서는 커다란 진전과 영광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의미 있는 해입니다. 우리 모두가 냉소적 관찰자가 아닌, 능동적 주체로서 대망의 새해를 설계하고 행동으로 옮기게 되기를 바랍니다.
동아가족 여러분, 다시 한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1월2일 사장 김학준
■ 한겨레 신년사
사랑하는 한겨레 임직원 여러분! 희망의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에도 여러분의 소망이 모두 이뤄지고 가정마다 행복이 넘쳐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또한 우리의 소중한 일터가 올해 한 해 동안 좋은 일과 희망으로 가득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2003년은 회사 안팎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우선 수년동안 한겨레 주위를 망령처럼 떠돌던 '정체성 시비'가 눈에 띄게 사라졌습니다. 또한 쌍둥이섹션 체제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윤전기 증설 문제가 공동인쇄법인 형식으로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고, 언론노조와 한겨레지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신문 공동배달 문제도 '한국신문서비스주식회사'의 설립으로 일단 첫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지난 몇 년간 논의만 거듭해온 <씨네21> 분사와 여성지 창간문제도 비로소 결실을 맺었습니다.
공동인쇄법인의 출범은 아직 미진하긴 하지만 한겨레신문의 지면 개선과 광고 영업력 증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가산동 공장으로 신문인쇄를 이전하면서 단행된 지면개편에 대해 독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광고 영업력 또한 많이 나아졌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가산동 공장으로 이전하는 데 동의해준 윤전·발송부 동료들과 노조, 우리사주조합의 결단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씨네21> 분사와 여성지 <허스토리>의 창간은 21세기의 핵심 화두라고 할 '문화'와 '여성' 문제에서 한겨레가 핵심적인 역할을 다 할 것임을 분명히 선언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씨네21>은 주간지 시장의 최고 브랜드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미래 영화영상산업을 선도하는 주체로 나설 것이며, <허스토리> 역시 여성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보듬고 나가기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들어나갈 것입니다.
지난해 11월에 비로소 설립된 '한국신문서비스주식회사'는 조중동 중심의 불법적인 물량 공세에 대응하면서 우리 신문시장을 정상화시키기고, 참여사들이 판매영업과 관리에 들어가는 막대한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저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그러나 지난 한 해는 아쉬움도 많이 남겼습니다. 큰 틀에서 오랫동안 회사의 주요과제가 됐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역량을 쏟은 나머지 정작 '혁신추진단'이 제기했던 주요한 과제들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출판사업본부를 미디어사업본부로 개편하면서 '원 소스 멀티 유즈'를 통한 수익구조 다변화와 신문부분의 수익성 제고를 중요한 과제로 설정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신문광고 매출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구조에서 거의 벗어나지 못했고, 광고영업의 활성화를 통해 사상 최악의 불경기라고 얘기되던 상황에서 그나마 최악의 경영적자를 피하는 수준에서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로운 판매 시스템 구축이라는 과제에서도 성과는 미진합니다. 아직 초기단계이기는 하지만 '한겨레 콜센터'를 내실 있게 구축했고, 통합결제시스템 도입과 고객관계관리(CRM)를 포함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명실공히 경품판촉을 대체할 '새로운 판매전략'은 아직 구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사평가제도 개선을 통해 조직문화와 구조를 혁신하는 과제도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임직원 여러분! 우리에게 2004년 한해는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입니다. 우리 스스로 내부 혁신을 통해 외부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신문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오늘의 현실은 엄중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세미나 등에서 거론되었듯이 이제 경쟁력이 없는 언론사는 도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언론시장의 구조 개편문제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방송매체의 영향력 확대와 온라인 매체의 급성장으로 인해 종이신문 시장이 위축되면서,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업계의 구조 개편문제가 최고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한겨레는 최근 외부의 언론 및 학술단체들로부터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4대 중앙일간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우호적인 여건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우호적인 여건만으로 한겨레가 생존가능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겨레 임직원 여러분! 이제 우리는 스스로 내부 혁신을 위해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다시 한번 신발 끈을 고쳐 매고 다짐해야 합니다. 혁신추진단의 제안에 따라 '퇴직금 출자전환'이란 배수진을 치던 바로 그 심정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이 있는 해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어렵게 회복한 '정론 한겨레'의 이미지와 정체성이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는 시기입니다. 한국 정치의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한국정치 현실을 비판하고 정치개혁의 방향을 제시하면서 한겨레의 정체성을 지켜나갑시다.
올해 총선은 또한 각 언론사가 구축해온 온라인 네트워크와 그 영향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2002년 대선에서 실패를 경험한 조중동 등 신문재벌들이 그동안 일전불사의 결의 아래 많은 준비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는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지금부터라도 가칭 '온-오프라인 전략기획단'을 구성해 한겨레 나름의 온라인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영향력도 극대화해 나가는 방안을 추진해나갈 방침입니다.
혁신추진단이 제기했던 '신문부문의 수익성 정상화'와 '새로운 판매전략 구축' '인사평가제도와 조직구조 혁신' 등 핵심적인 과제들에 관해서도 올해에는 반드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만들어 추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호전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광고 영업력을 안정적으로 향상시키면서 편집국, 미디어사업본부, 교육사업단 등의 조직구조를 '원 소스 멀티 유즈'가 가능하고 수익 위주의 다양한 사업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개편할 것입니다.
분사된 <씨네21>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과 수익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임직원 여러분의 중지를 모으는 한편, <씨네21> 펀딩과정에서 조달되는 자금은 경상손익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이 사업에 투자할 방침입니다. 그래야만 한겨레의 발전과 미래가 보장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새로운 판매'가 가능하도록 한겨레 안팎의 모든 역량과 네트워크를 하나로 모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신문시장에서 가장 충성도 높은 주주와 독자는 물론 각계에 포진하고 있는 한겨레의 우군들을 엮어내기만 한다면 어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강력한 네트워크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에 초안만 제시된 인사평가제도 개선안도 다시 다듬어 단계적인 실행계획으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이런 모든 일들을 효과적으로 이루는 데는 퇴직금을 출자전환한 우리가 얼마나 강한 주인의식을 갖느냐가 열쇠로 작용할 것입니다. 작년에 30억 내외의 적자를 기록하게 됨으로써 우리의 주식가치는 다시 조금 더 떨어지게 됐습니다. 임직원 개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나 회사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도 올해는 기필코 흑자를 이뤄야 합니다. 이에 따른 성과도 여러분에게 돌아가게 돼있는 것입니다. 신문독자 확장에서부터 우리의 미래 설계에 이르기까지 여러분 각자의 주인의식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존경하는 임직원 여러분! 창간 당시 한겨레는 희망과 비전이 가득한 조직이었습니다. 외부의 위협이 아무리 가혹해도 우리들은 그때마다 하나로 똘똘 뭉쳐 매번 슬기롭게 극복해 왔습니다. 저는 한겨레만의 이런 강점을 다시 살려낸다면 새해에는 통합과 혁신이라는 핵심적인 과제를 달성해 미래의 희망을 키워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직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애정 어린 비판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올해가 한겨레의 중흥을 시스템으로 담보하는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읍시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새해 포부와 계획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그리고 여러분의 가정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4년 1월 2일 대표이사 고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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