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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신문사들은 우리 교육을 과연 걱정하고 있는가. 이들은 최근 사교육 열풍, 평준화 문제 등을 놓고 잇따라 대형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른바 교육기사 홍수 시대다. 기사 속엔 '무너진 공교육'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신문들 중 일부는 신문사 홈페이지 안에 특수목적고 진학반을 차려놓고 있어 '돈벌이'에 더 치중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초등학교 조기유학 소개업체까지 운영하며 학부모들을 유혹하고 있는 신문사 홈페이지도 있다. 필자는 두 차례에 걸쳐 신문사들의 이런 모습을 고발한다... 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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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목적' 위해 특목고 찬성했나?


우리 언론은 조기 유학 전쟁 중?

'우리 신문사들은 전쟁 중이다. 어떤 전쟁인가. 다름 아닌 코흘리개 초등학생을 놓고 해외유학을 서로 많이 보내기 위해 벌이는 피 튀기는 싸움이다!'

많은 이들은 위와 같은 말에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다음과 같은 기사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2003년 7월 31일치 10면 머릿기사.
<조선> 2003년 7월 31일치 10면 머릿기사. ⓒ 조선닷컴

해외유학·연수 봇물…줄줄 새는 달러(<조선> 2003년 07월 31일치 10면)
"유학과 어학연수를 떠나는 학생이 해마다 증가함에 따라, 올해 상반기 이로 인한 교육 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유학과 해외연수 붐은 ‘외화 유출’의 폐단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가정 파괴’ 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

[김선주칼럼] 로또복권과 대학입시(<한겨레> 2003년 10월 16일치)
"기회균등? 어림없는 소리다. 진짜 부자들은 초등학교부터 세계의 8학군이라는 보스턴으로 유학 보낸다. 그들은 이중국적에 화려한 국제적인 경력을 갖고 귀국해 우리들 자녀들의 머리 위에 올라앉게 되어 있다."


말하긴 쉽다. 문제는 행동이 아닐까. <조선> <중앙> <동아>는 물론 <한겨레>까지 자회사를 차려놓고 초등생 유학 돈벌이에 나서고 있어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겨레>는 이미 2000년 해외유학 전문소개업체인 '교육과미래'(www.haniedu.co.kr)를 창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 자회사인 이 업체는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만 해도 미국 미시건 초중고 연수, 미국 오리건 초중고 연수 등 8차례에 걸쳐 초등학생 단기 유학을 진행했다. 일반 중고생 또는 대학생 연수까지 합하면 그 횟수는 더욱 많아진다.

<한겨레> 유학사이트 '교육과미래'
<한겨레> 유학사이트 '교육과미래' ⓒ 한겨레닷컴

<한겨레>, 다섯 살 유아 뉴질랜드 연수 운영

1월 현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호주 정규수업 청강, 뉴질랜드 정규수업 청강, 영국 정규수업 청강, 뉴질랜드 방학 단기연수 등 5∼6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지원자를 모으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 연수는 만 5세부터 10세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초등학생에 이어 유아 해외유학까지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 연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시기는 대부분 학기 중. 한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초등 3학년 이상이 참여할 수 있는 영국 정규수업 청강 프로그램을 보면 12주 학습에 비행기 삯과 교복비를 빼고도 1580만원을 받았다.

@ADTOP@
다음은 '조기유학 문의게시판'에 적은 이 업체 담당자의 답변이다.

"한겨레에서는 학생이 지원하는 학교에 대한 수속 진행 모두를 도와드립니다. 학생이 원하는 학교의 지원서 작성을 학생과 함께 마무리하고 한겨레에서 발송해드리며 진행 상황에 대해서 한겨레에서 체크하고 관리해드립니다."

이에 대해 '교육과미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한겨레플러스> 오아무개 본부장은 "한겨레플러스는 한겨레의 계열사로서 신문 논조를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면서 "조기 유학 수요가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 차원에서 조기 유학 사이트를 운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학사기 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우리가 기여하려고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겨레> "조기유학…국제적 미아"라고 해놓고선

하지만 지난해 9월 29일치 '조기유학과 정체성'이란 외부 칼럼을 실은 <한겨레>는 독자들한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자회사지만 <한겨레>의 품안에 있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칼럼의 끝은 다음과 같았다.

"아직 자신의 정체감이 완전치 않은 청소년기 이전에 혼자 떠나는 조기유학은 아이에게 공부보다 더 큰 정체감의 고민을 더한다. …젊은이들이 국제적 미아가 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조선> 유학사이트 화면.
<조선> 유학사이트 화면. ⓒ 조선닷컴
<조선>은 한층 치밀하게 초등학생 유학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조선>의 자회사인 에듀조선 유학센터(www.yuhakchosun.com)는 한 눈에 유학프로그램을 알아보고 신청할 수 있도록 해놨다.

<한겨레플러스>처럼 단기와 장기 유학을 나눠서 모집했다. 단기유학으로는 초등 3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캐나다, 호주 등지를 대상으로 했다. 특이한 점은 초등학생인데도 1학기에서 2년 정도의 기간으로 단기전학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행기 삯과 생활비를 빼고도 한 학기에 2600만원 정도의 돈이 든다고 이 사이트는 설명했다.

조기유학 장사 나선 '조중동' 자회사들

장기유학에서도 조기유학 코너를 따로 뒀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중국 등의 유학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초등학생 등의 조기유학을 바라는 학부모들의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 주기 위한 노력으로 보였다.

<중앙> 유학사이트 화면.
<중앙> 유학사이트 화면. ⓒ 조인스닷컴
초등생을 상대로 한 조기유학 사업에 뛰어든 언론사는 4대 신문 가운데 <동아> <중앙>도 해당됐다. 특히 <중앙>은 서울 강남역 근처에 '중앙일보 유학센터'를 차려놓았다. 이 유학원을 소개하는 사이트(www.yuhakservice.com)에서는 '중앙일보사의 명예를 걸고 운영하는 유학원'이란 말을 내세웠다.

이쯤 되면 신문사들이 우리나라 초등학생을 놓고 조기유학을 위한 쟁탈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막강한 홍보력과 자금력을 가진 언론사들이 초등생 유학 장사에 너나없이 뛰어든 만큼 성공 확률도 클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들의 성공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스스로 그토록 걱정하는 '초등학생 유학 붐'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동아> 유학사이트 화면.
<동아> 유학사이트 화면. ⓒ 동아닷컴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모 기업인 신문사에서 비판한 초등생 유학을 자회사에서 버젓이 운영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공기업인 언론기관이 공익에 반하는 사업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잘못된 행동이다"고 비판했다.

박인옥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처장은 "언론사라면 돈벌이보다는 스스로 자기 정체성에 대해 고려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초등생 유학이 학부모의 과욕, 허영심이라고 비판하던 펜을 뒤로한 채 스스로 유아와 초등생을 대상으로 유학업체를 차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조기 유학에 대해 무조건 비판할 수만은 없다. 더구나 수요에 따른 사업의 측면이라면 이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모 기업인 신문의 논조와 상반되는 '유아·초등생 유학 사업까지 벌이는 일은 아무래도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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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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