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목적고가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들 학교가 과학·외국어 인재 조기 발굴이라는 당초 취지를 벗어나 입시명문고 노릇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미 전국 상당수의 학원이 초등학생에게까지 '특목고 진학반'을 운영해 '돈벌이'에 나선 사실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와 유인종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해 말 <오마이뉴스>와 <한겨레> 인터뷰를 통해 "특목고가 현실에선 입시명문고일 뿐이며 사교육을 조장하는 원인이 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들 교육수장은 사실상 특목고 확대에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화살을 겨눈 언론들이 있었다. <중앙> <동아>가 그랬다. 대신 이 신문들은 안병영 교육부총리의 특목고 확대 발언에 발맞춰 나온 한나라당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특목고 벨트' 구상에 박수를 보냈다.
<중앙>과 <동아>는 사설까지 써서 특목고 확대를 환영했다. 1월 14일치 <중앙>의 사설 제목은 "경기도 교육평준화 타파 잘했다"였을 정도다.
'평준화 해체'를 수없이 부르짖은 이들 언론이 '특목고 홍수'에 기쁨을 나타낸 것은 당연한 행동처럼 보였다. 특별 전형으로 뽑는 특목고의 확대는 사설의 제목처럼 곧 '교육평준화 타파'를 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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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특목고 대비 전체 강좌 50여만원
하지만 정말 이들은 '평준화 타파'만을 위해 이 같은 주장을 해왔을까.
"조인스터디 특목고 대비 강의는 평범하지 않은 특수목적고의 큰 목표를 위해 제작된 강의입니다."
<중앙>에서 운영하는 교육포털사이트인 '조인스터디(joinstudy.joins.com)'에 적힌 글귀다. 조인스터디는 2001년 10월 서비스를 연 뒤 지난 해 7월 조인스닷컴과 회원통합까지 한 <중앙>에서 운영하는 회사다.
이 신문사는 인터넷에 '특목고 대비 강좌'를 차려놓았다. 수강료는 '기초강좌', '심화강좌', '파이널 강좌' 등 3단계를 합해 모두 50여만원이나 됐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강좌는 영어, 수학, 과학 등 3과목만을 집중 강의하고 있다. 90일을 강의하는 과학은 기초와 심화 과정의 수강료가 각각 12만원이나 됐다. 이는 일반 오프라인 학원 수강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앙>은 같은 사이트에서 '특목고 자료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특목고 현황'이란 화면에 적은 다음과 같은 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영재교육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한 특수목적고등학교는 교육 여건의 변화와 함께 한층 발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자체 판단에 따라 <중앙> 조인스터디는 오는 2월 특목고 대비 강좌를 확대, 개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특목고 확대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요도 크게 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중앙>과 <조인스닷컴>의 공식 입장을 듣기 위해 19·20일 다섯 차례에 걸쳐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담당자와 통화할 수 없었다.
<동아> 특목고 대비 수학강좌 32만원
<중앙>처럼 특목고 대비 전용 강좌를 직접 만든 것은 아니지만 <동아> 또한 특목고 대비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동아닷컴의 '중학교실'(learning.donga.com/middle) 첫 화면에 떠 있는 수학강좌에 '특목고 입학의 열쇠'라는 문구가 보였다.
이를 열고 들어가면 "특목고나 외국어고 등 특목고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최고 수준의 문제집"이란 글귀가 보인다. 5개월씩 진행하는 수학 3강좌에 모두 32만1천원(교재포함)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강사들의 경력 또한 특목고와 관련이 컸다. 다음은 이 사이트에 올라 있는 한 강사의 약력이다.
"지난 7년동안 민족사관고, 과학고, 과학영재고, 외국어고 합격생 1500명 지도배출, 특목고 대비 수학 교재 다수 저술, 과학고 반 중3 대표강사"
<중앙> <동아>는 특목고에 대한 자료를 다룬 사이트에서 서로 약속이나 한 듯, 4700여명이 재학하고 있는 체육고와 예술고 등의 특목고는 소개하지 않았다. 반면에 합쳐봐야 1600여 명인 과학·외국어고만을 학교 이름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언론은 도의적 책임 못 면해"
'사교육망국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사교육의 폐해는 엄청나다. 하지만 <조선>을 대표로 한 보수언론은 지난해 말 '평준화 30년만에 사교육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면서 사교육 열풍의 원인을 평준화에 돌리는 해괴한 기사를 생산해냈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과 달리 평준화에서 이탈한 특수목적고가 오히려 사교육 열풍을 일으키는 현장을 <중앙>과 <동아>의 교육사이트는 스스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강원대 사범대학장을 지낸 최현섭(교육학) 교수는 "특목고 강좌가 학원이나 인터넷 강좌로 개설돼 인기를 끄는 것 자체가 특목고 입시의 저급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언론기관이 이런 잘못된 입시 과열 현상을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들도 편승해버린 것은 이미 갈만큼 갔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안승문(서울시교육위원)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정책실장은 "평소 특목고 확대를 주장하던 언론사가 자신들 돈벌이를 위해 특목고 입학 강좌를 개설한 사실에 경악한다"면서 "공교육 강화를 말하던 입으로 공교육을 망칠 특목고 사설 강좌를 진행하는 언론사는 도의적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