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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들이 찾아간 기방에서는 이미 올 줄을 알고 나 있었다는 듯 방이 마련되고 술상이 차려져 왔다. 뒤이어 몇 명의 기녀가 들어와 포교들의 옆에서 술상을 따르며 노래를 불렀는데 백위길은 처음 당하는 일인지라 모든 것이 어색하기만 했다.

"아, 이 사람! 거 애향이가 술 한잔 올린다지 않나! 오늘밤은 여기에 양반들도 오지 않으니 신나게 떠들고 놀자고!"

최근 조정에서 기방을 드나들며 방탕히 노는 양반들을 기찰 한다는 어명이 있은 뒤였기에 기방은 포교나 궁궐의 별감, 승정원 사령들의 발걸음이 더욱 잦아졌다. 보통의 경우에는 양반들의 눈치를 보며 기방에 드나들지 않거나 드나들더라도 쥐죽은듯이 술잔만 기울이는 그들이었기에 웃고 떠드는 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컸다.

떠드는 소리와 노랫소리에 정신없이 멍하게 술잔을 든 채 앉아있는 백위길에게 한 기생이 교태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술을 권하고 있었다. 백위길은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술잔을 받았는데 손이 조금씩 떨리며 술을 흘리는 바람에 뭇 포교들의 놀림감이 되었다.

"거 이 사람 보게나! 여색에 홀려 풍을 맞았군! 수줍어 하기는 하하하!"

이순보가 멋쩍게 웃는 백위길을 손가락질하며 놀리자 백위길의 얼굴은 더욱 붉게 상기되었다.

'숙맥 같으니라고! 아마 포도청 생활을 하며 웃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거다!'

이순보는 속으로 백위길을 비웃으며 한편으로는 백위길 곁에 있는 애향이에게 수작을 걸었다.

"거 애향이는 젊은 놈이 좋다 이거냐? 이리로 한번 오너라."

애향이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약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싫사옵니다."

"싫다고?"

"이포교께서야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 아니겠사옵니까?"

말이야 맞는 말이었지만 이순보로서는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 일로 계속 시비를 걸어봐야 자신의 체면만 구길 것 같으니 이순보는 그저 술만 마시다가 스윽 자리에서 일어섰다.

"벌써 가시렵니까?"

안주상을 들고 들어오던 퇴기 오월이가 짙은 분 아래로 주름진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때 여러 남정네들의 가슴을 애태웠던 오월이었으나 퇴기가 되고 보니 찾아주는 이가 없어 안주상이나 나르고 마당에서 비질이나 하는 신세였건만 기방을 떠나서는 먹고 살길이 막막했기에 모든 것을 감수하며 남아 있었다.

"오래간만이군 오월이."

이순보는 건성으로 오월이의 말을 받으며 미투리를 신고 마당에서 크게 헛기침을 했다. 백위길이 많은 술값에 놀라며 주섬주섬 주머니를 끌러 돈을 세고 있을 때쯤 다른 방에서 붉은 옷을 입은 무리들이 왁자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바로 궁궐의 별감들이었다.

"허! 어떤 놈들이 그렇게 소란스러운가 했더니 우포청 포졸들 아니신가?"

대뜸 얼굴을 마주치자 별감들은 시비조로 나왔고 포교들은 애써 외면하며 발걸음을 재촉하려했다. 하지만 이순보로서는 계속 나쁜 기분이 쌓여있던 마당에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별감 무리들과 마주치자 술김에 큰 소리부터 나왔다.

"흥! 궁궐에서 개처럼 빌어먹는 놈들이 뭐가 잘났다고…."

별감들 중 하나가 이순보의 대꾸가 어이가 없다는 듯 다가서서 대뜸 가슴팍을 밀쳐버렸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이순보는 비틀거리다가 그대로 오월이와 부딪혀 나뒹굴었다. 그 광경을 본 별감들이 큰 소리로 비웃었고 이에 포교들이 화난 표정으로 별감들을 쏘아보았다.

"아니 포졸들이 작당해서 우릴 치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유난히 입술이 붉은 별감의 말에 포교들은 속으로 분해하면서도 궁궐에서 일하는 그들을 차마 건드릴 수는 없기에 '나중에 한번 두고 보자'는 말을 곱씹을 뿐이었다. 그때 백위길이 쏜살같이 달려와 입술 붉은 별감의 가슴팍을 힘껏 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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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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