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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3월 29일자에서 자체로 선정한 ‘관심지역구 100곳’의 정당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3월 29일자에서 자체로 선정한 ‘관심지역구 100곳’의 정당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 동아일보 PDF

<동아일보>는 3월 29일자 1·3·4·5면을 거의 할애해 '관심지역구 100곳'의 정당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실었다. 1면 머릿기사 제목은 「열린우리 주춤-한나라 소폭 상승」이다. 이 신문이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설정한 의제는 '탄핵 심판론'(66.9%)과 '거여 견제론'(56.9%)이라는 대립적인 이원(二元) 코드다.

'~론'까지 붙은 그럴 듯한 스테레오 타입은 현재의 양당 선거판세를 10% 안팎의 차이를 보이는 막중세로 포장하고 있지만, 1면 오른쪽에 실린 작은 표를 보면 두 정당의 지지도는 3월 27일 현재 46.6%대 16.8%로 거의 세 배 차이가 난다.

<동아>, 여론조사 대상지역 '100곳' 중 영남만 28곳

동일한 사안을 다른 설문을 이용해 교묘하게 위장한 여론조사의 숫자 장난은 한 마디로 상징조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또 같은 날짜 7면에 반병희 정치부 차장이 「바람… 바람… 바람…」이라는 칼럼에서 탄핵바람을 권력신주류의 정치적 '상징조작'이라고 묘사하듯 동아는 이 '상징조작'을 아전인수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여론조사의 또 다른 문제점은 소위 '관심지역구'의 선별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왜 관심지역인지 그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다. 여론조사에서 표본집단에 대한 설명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동아와 코리아리서치센터는 이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고, 일부러 무시한 것이라고 밖에는 달리 이해할 수 없다.

그 답은 한나라당이 우세하거나 경합세를 보이는 영남지역이 무려 28곳이나 선택되었다는 데서 유추될 수 있다. 인구의 반 이상이 집중되어 있는 서울과 경기는 각각 20곳, 24곳이 선택되었다. 다른 지역은 남은 숫자를 헤아려보면 금방 드러나기 때문에 논외로 하겠다. 한 마디로 이 여론조사는 매우 작위적이다.

<중앙>, 미국이 급조한 논리를 여과없이 보도

<중앙일보> 3월 29일자 국제면에 실린 「한국, 포퓰리즘적 민족주의 등장」제하 기사.
<중앙일보> 3월 29일자 국제면에 실린 「한국, 포퓰리즘적 민족주의 등장」제하 기사. ⓒ 중앙일보 PDF
3월 29일자 <중앙일보>는 17면 국제면에 「한국, 포퓰리즘적 민족주의 등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있다. 이 기사는 워싱턴 미국기업연구소(AEI)가 '노대통령, 이제 그만?(Roh, No More?)'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 결과를 여과 없이 보도했다.

그 요지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한국에 나타난 포퓰리즘적 민족주의가 자본이탈과 수출 경쟁력 약화 등으로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돼 파병철회를 주장해도 노 대통령이 이를 억제할 것이라는 모순적인 주장도 같이 싣고 있다. 탄핵사태 이후 폭발한 한국인의 정치개혁 의지를 미국인들이 노무현 대통령 개인과 결부시켜 급조해낸 스테레오 타입을 그대로 보도하는 중앙의 저의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상징조작 및 자의적 표본집단 선정 등... 총선판국 반전 의도?

위 사례에서 확인된 사실은 두 신문이 보수야당에 유리한 보도를 하기 위해 작위적인 여론조사와 반한적 미국 기업연구소 세미나 결과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현재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총선판국을 보수당 편에 서서 반전시켜보겠다는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국의 참여 민주주의는 탄핵반대 촛불시위에서 나타났듯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바람'으로 표현되건, 포퓰리즘적 민족주의라고 묘사되건, 4·15총선 때 유권자들의 표심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치는 '진리'에 의해 돌아가는 게 아니라 '다수'에 의해 돌아간다. 거대 야당의 국회의원들이 다수의 힘을 이용해 대통령 탄핵을 가결했듯 한국의 새로운 민주세력이 형성한 다수의 힘은 현재의 야당에 엄청난 부담으로 되돌려 질 것이다.

동아와 중앙이 유권자들의 새로운 정치참여 의식을 끝까지 외면한 채 과거의 보수적 추억에 얽매일 경우, 그들은 4.15총선이 끝나는 순간부터 정치적·경제적 위기에 부딪칠 수도 있다. 새로운 다수는 정치뿐만 아니라 신문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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