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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글쎄 중은 안 된다지 않소!"
해질녘이 되면 보통 인적이 끊기는 한강 나루터에서 때아닌 시비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두 명의 승려와 3명의 갓 쓴 사내가 뱃사공을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참이었다.
"글쎄, 내가 다 책임진다지 않나! 자네는 그저 배로 강을 건너게 해주면 되는 걸세!"
눈 밑에 큰사마귀가 달린 사내의 말에 뱃사공은 코웃음을 쳤다.
"아니. 어찌 책임을 진단 말이시오? 괜히 이 늦은 시각에 사대문 근처에서 중이 얼찐거리면 순라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강을 건너게 해준 나까지도 엮여서 치도곤을 당한단 말이오."
"거, 그래서 배 삯을 두 배로 준다고 하지 않나!"
허여멀쑥한 사내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냅다 질렀건만 뱃사공은 오히려 일을 마치고 갈 차비를 하며 말했다.
"먼저 돈을 내야 한다 하지 않았소! 일단 물만 건너고 뛰어버리면 배 삯을 받을 길이 없는데 뭘 믿고 당도하면 돈을 준다는 말에 넘어가겠소? 장사 한 두 번 하는가…"
"아, 글쎄 저 쪽에 기다리는 사람이 있데도! 이거 앞뒤가 꽉 막힌 사공이네."
키 작은 사내가 펄펄 뛰었지만 뱃사공은 아예 대답조차 않으며 저녁이라도 먹으러 가는지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 갔다.
"이런 망할 중 행색을 하니 우리가 저런 천한 것들에게도 무시당하네."
옴 땡추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리자 예의 혹 땡추가 눈치 없이 한마디를 보태었다.
"어디 땡 중 행색 때문에 그렇겠소? 형님 얼굴에 덕지덕지 난 옴 자국보고 더러워 그러는 것이지."
옴 땡추가 사정없이 혹 땡추의 뒤통수를 때리며 윽박질렀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배나 골라라! 원 난장맞을 뱃사공에게 걸려 늦기만 하는구나!"
옴 땡추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마귀 사내가 칼을 뽑아 들고선 배를 묶은 두꺼운 밧줄을 한칼에 잘라 버렸다. 옴 땡추 일행은 재빨리 배에 탔고 혹 땡추가 긴 장대를 잡고선 배를 저어가기 시작했다.
"아 이런! 한양에서 잘나가던 한량 이필호가 중놈도 모자라 뱃놈이 되었구나 서글퍼라!"
"이 놈아 똑바로 저어 나가라. 물살 따라 흘러가다가 청나라까지 가겠다!"
"예, 예 나으리~"
옴 땡추와 혹 땡추가 실없는 소리를 주고받을 때 나루터에서 한 사내가 뛰어나와 징을 치며 소리를 질렀다.
"도둑이다! 도둑 잡아라!"
아마도 뱃사공들끼리 돌아가며 나루터에 묶여 있는 배를 지키는 모양이었다. 옴 땡추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멀리 침을 퉤! 뱉었다.
"이거 도성까지 조용히 가려고 했는데 일이 꼬이는군."
순식간에 나루터에 수 십 명의 뱃사공들이 모여들었고 너나 할 것 없이 배를 몰고서는 옴 땡추 일행이 탄 배를 뒤쫓았다. 매일 같이 배를 몰던 이들이라 그 속도는 혹 땡추가 힘을 다해 저어 가는 배의 속도에 비할 바 아니었다. 강 중턱을 넘어설 즈음 어스름한 하늘 아래에서도 옴 땡추일행과 뱃사공들이 서로 얼굴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자 옴 땡추는 배 위에서 벌떡 일어서 소리쳤다.
"이보시게들! 미안하게 됐네! 내 강 저편까지 가면 배 삯은 후하게 쳐 줄 터이니 그리 알게!"
뱃사공들은 코웃음을 치며 배를 저어오며 소리쳤다.
"야 이 중놈아! 그런 소리는 고기밥이 된 후 염라대왕 앞에서나 지껄여라!"
뱃사공들은 뱃전에 발을 지탱하며 긴 장대를 들어 옴 땡추 일행을 후려쳤다.
"어이쿠! 이 놈들 봐라!"
하마터면 머리에 장대를 얻어맞을 뻔한 혹 땡추가 장대를 들어 뱃사공들을 밀어 버리려 들었지만 도리어 중심을 잘 못 잡는 바람에 흔들리는 뱃전에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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