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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놈들!"

끔적이는 벽력같이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앞장 선 사내의 턱을 걷어차 쓰러트려 버렸다. 다리가 불편하기에 걷어찬 후 내려앉은 동작은 불안했지만 그 일격으로 다른 사내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칼을 든 사내만큼은 끔적이의 다리가 성치 않다는 것을 금방 눈치채고서는 칼날을 곧추세우고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간신히 칼을 피한 끔적이는 칼을 쥔 손을 잡으려 했지만 상대는 그리 녹녹치 않았다. 사내는 손을 뒤로 빼며 한 손으로 끔적이를 견제한 채 그대로 베어 들어갔다. 끔적이는 간신히 몸을 피했고 칼날은 허공을 가르며 끔적이의 옷섶을 약간 갈라놓는데 그쳤다.

"거 제법 날래구나."

칼을 든 사내는 충혈된 눈으로 끔적이를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끔적이는 몽둥이를 든 사내들을 옆 눈으로 견제하며 칼끝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에잇!"

사내의 칼이 들어오자 끔적이는 재빨리 나무 뒤로 몸을 숨긴 후 몽둥이를 들고 옆에서 달려 들어오는 사내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틈이다!'

칼 든 사내는 끔적이가 힘을 다해 다른 이를 후려치고 순간 잠깐 절름거리는 틈을 보고선 번개같이 찔러들어 갔다.

'앗차!'

끔적이가 몸을 피하기 늦었다는 것을 안 순간 칼을 든 사내가 멈칫하더니 앞으로 꼬꾸라지고 말았다. 뒤에서 백위길이 주먹만한 돌을 들어 힘껏 던졌고 그것이 뒤통수에 맞은 탓이었다. 끔적이 하나로도 벅찬 마당에 백위길마저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자 몽둥이를 든 사내들은 칼을 들었던 사내를 부축해서는 도주하고 말았다.

"어디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아, 이거 큰 신세를 졌구려."

백위길은 한숨을 쉬고 끔적이에게 감사를 표하며 옷에 묻은 흙을 털어 내었다.

"혜천스님께서 돌아가는 낌새가 왠지 심상치 않으니 포교님을 뒤따라 가 보라고 한 것일 뿐 소인이 한 것은 없사옵니다."

"혜천스님께서?"

백위길은 의외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일이 생긴 뒤에는 모영하가 있음은 자명한 일이었다.

"조창의 책임자인 모가(家)가 분명 일부러 세곡선을 침몰시켜 이득을 취하려 하고 이를 숨기기 위해 날 해치려 한 것이 틀림없소. 이는 국법을 위해(危害)하는 시급한 일이니 그대가 날 한번 더 도와 주셔야 하겠소."

"어떻게 말이옵니까?"

백위길은 통부를 끌러내어 끔적이에게 건네어 주며 부탁했다.

"모영하는 내가 잡아둘 테니 그대는 이 통부를 보여주며 관가에 도움을 청하시오."

끔적이는 정색을 하며 만류했다.

"그런 자는 제가 잡아둘 수 있습니다! 어찌 포교의 증표를 제가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니오. 세곡선에는 내가 포교라는 것을 알고있는 이들이 많소. 그렇기에 거기서는 날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나 그대가 간다면 오히려 모영하가 다른 꾀를 낼 것이오. 다리가 불편한 건 알고 있으나 굳이 이런 부탁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으니 마다하지 마시오."

끔적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통부를 받아들였다.

"한시라도 바삐 다녀오겠으니 심려치 마십시오."

끔적이는 다리를 절뚝이며 달려갔고 백위길은 세곡선이 있는 곳으로 나는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방금 그 놈들이 이 사실을 알리기 전에 모영하를 사로잡아둬야 한다.'

세곡선까지 다다른 백위길은 선실로 들어가 바랑 안에 두고 갔던 오라와 쇠도리깨를 꺼내어 들고서는 모영하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모영하와 그 일행들은 낌새를 채고서는 이미 도주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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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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