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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난 모영하 일당은 그리 오래지 않아 붙잡혔고 백위길과 급히 뒤쫓아온 김언로에 의해 곧바로 한양 우포청으로 압송되어 갔다. 세곡을 빼돌린 죄가 매우 큰지라 엄한 문초가 시작되었다.

"죄인 모영하는 듣거라! 장부를 확인하여 보니 그간 빼돌린 세곡이 족히 오천 여 석은 된다. 이 많은 세곡을 혼자 감당할 수는 없었을 터! 대체 누구에게 넘겼느냐?"

모영하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런 말이 없었고 같이 잡혀온 패거리들은 처음이니 그저 목숨만 살려 달라고 애걸할 뿐이었다.

"여봐라! 밥을 내라!"

모영하의 죄는 비국(비변사)에서 엄히 문초하라는 명이 내린 만큼 매에도 보통 때와는 달리 인정사정이 없었다. 장(丈)스무 대에 모영하의 허벅지는 갈가리 찢어졌고 자백도 받기 전에 죽어 버릴 것이 염려된 포도대장의 명으로 매질은 잠시 멈추었다. 포장인 박춘호가 외쳤다.

"죄인 모영하는 듣거라. 세곡을 누구에게 빼돌렸느냐?"

모영하는 숨이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모든 것을 실토했다.

"요...용인의 술도가에 넘겼습니다."

"술도가? 금주령이 내렸는데 술도가가 웬 말이냔 말이냐. 그 놈의 이름을 대어라!"

"이모라고만 알뿐 이름은 모르옵니다. 정말이옵니다! 그 놈 얼굴에 큼지막한 사마귀가 있습니다. 그를 따르는 이는 김덕칠이라 하며 술도가의 세세한 일을 맡고 있사옵니다."

매타작이라도 덜어보고자 두서 없이 마구잡이로 뱉어대는 모영하의 진술을 받아 적은 서리가 수결(手決)을 받은 뒤 포도대장 박기풍에게 올렸다. 박기풍은 바로 판결을 내렸다.

"백성의 피땀어린 세곡을 축내어 사리사욕을 채운 죄 크다. 이는 조정을 능멸하고 백성들을 욕보인 일이니 마땅히 국법에 의해 저 자들의 목을 베어 효시(梟示 : 죄인의 목을 베어 매달아 대중에게 보임.)하라."

모영하 일당은 울부짖으며 끌려나갔고 포도대장 박기풍은 종사관 한상원을 불렀다.

"그대는 한시도 지체말고 지금 당장 포교와 군졸20여명을 추려 뽑아 속히 용인의 이모라는 자를 잡아오너라."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한편 용인의 이응길도 세곡선에서 빠져나온 모영하의 부하가 전해온 얘기를 듣고서는 털보 김덕칠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다.

"분명 포도청에서 사람을 보내어 이곳을 덮칠 것이옵니다. 어서 몸을 피해야하지 않겠습니까?"

"한심한 소리!"

이응길은 김덕칠의 말을 한 마디로 잘랐다.

"피하면 어디 갈 곳 이라도 있는가?

"......"

김덕칠은 막막한 심정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지금 모인 사람이 어느 정도인가?"

"40여명 가량 되옵니다만 원 채 아무대서나 떠돌며 얻어먹던 걸식패들을 끌어들인지라."

"됐네. 오늘 밤 용인은 우리 세상이 될 걸세."

"예?"

김덕칠은 뜻밖의 말에 놀란 나머지 얼굴의 털이 모두 곤두설 지경이었지만 이응길은 자신만만했다.

"우리가 용인을 차지하면 그 소문은 곧 한양으로 알려질 것이고 그러면 형님들도 내 뜻을 알고 호응해 올 것이야. 자네는 그저 내가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네."

이응길은 충분히 자신이 있었다. 거듭되는 기근으로 백성은 도탄에 빠져있기에 일단 난리를 일으키면 마치 예전의 홍경래처럼 삽시간에 사람들은 모여 들 것이라 자신하고 있었다. 홍경래가 실패한 이유는 한양까지 진군해 가는 길이 멀었을 뿐더러 도중에 너무 지체했을 뿐이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가지고 있는 터였다.

'하지만 용인은 바로 한양이 코앞에 있는 곳이다. 한양의 백성들은 두려워하며 큰 소동이 일어날 것이다. 망설이면 때는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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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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