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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에서 매물도 사이를 운행하는 매물도 정기여객선
ⓒ 함정도
마음 속으로만 간직한 소매물도 여행을 오늘은 반드시 가야겠다는 일념으로 아침 일찍 나섰다. 혹시 배를 타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통영으로 달려갔다. 통영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하니 아침 7시 15분.

아침 7시에 떠나는 정기 여객선은 기다림 없이 떠나 버리고 없었다. 아! 오늘도 소매물도는 포기해야하나? 갑자기 허탈감이 몰려온다. 가겠다고 모처럼 벼르고 벼른 기대감이 오늘도 무참히 무너지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마음을 달랠겸 여객선 터미널 앞 서호시장에 나갔다. 시장의 아침은 활기가 넘친다. 싱싱한 생선을 파는 할머니의 손길, 분주히 커피을 파는 아줌마의 손놀림은 모두 건강한 삶의 상징이다.

▲ 소매물도 선착장
ⓒ 함정도
시장 골목을 모처럼 한가하게 걸어본다. 한 할머니가 머위 나물 한단을 500원에 사가라고 부탁한다. 할머니는 조그만 보따리 속에 몇가지 나물을 담아 장에 돌아 다니며 팔고 있는 것 같았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다팔면 모두 500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같다.

무심코 그 할머니를 지나쳤다가 갑자기 불쌍한 마음이 든다. 뒤를 돌아 그 할머니를 찾았으나 벌써 골목을 돌아가고 없었다. 걸음을 재촉하여 그 할머니를 쫒아가 할머니의 보따리에 든 고구마 한봉지를 3000원에 사주었다.

어시장의 활기가 느껴지는 아침이다. 시장 한쪽에 있는 복국집에 들어가 아침을 해결하고 산책겸 통영항 해변을 따라 해저터널로 향했다. 해저터널을 지나 통영 대교를 거쳐 한 바퀴 돌아 다시 여객선 터미널로 돌아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여객선 터미널 매표소에 확인한 결과 오늘이 주말에 날씨가 좋고 손님이 많아 11시에 소매물도 배편이 한번 더 있다고 한다. 생각지도 않은 행운이 온 것 같은 느낌이다. 11시 배편으로 들어가서 오후 3시 40분 배편으로 나올 수 있는 계산이다. 시계를 보니 그래도 한시간 이상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점심 도시락 준비 할겸 충무 김밥을 사러 다시 남망산 조각공원쪽으로 걸어가 도시락을 준비하여 여객선 터미널로 돌아왔다.

▲ 소매물도 분교의 폐교를 알리는 교적비
ⓒ 함정도
드디어 소매물도로 향해 출발하였다. 바다는 어느때 보다 잔잔하고 날씨 또한 쾌청하다. 매물도 가는 배에서 직원에게 오늘 물 때를 확인해 보니 등대섬이 갈라지는 시간이 오후 2시 경이 될 것이라 하며 오늘 들어가면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 것 또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소매물도 가는 배 안에서 대전에서 온 젊은 부부를 만났다. 그들은 어제 통영에 내려와 콘도에서 하루 지내고 아이들과 같이 매물도에 가는 중이라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중에 그 부부의 둘째 아이가 정상아가 아니라 발달장애아라는 것을 알았다. 아이 아버지는 담담하게 자신의 아이가 간질증상을 가진 행동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의 모습을 그 아이 아버지에게는 볼 수 없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긍정적으로 살아가려는 모습이 흐뭇하게 한다.

다른 섬을 거치지 않고 1시간 10분 만에 소매물도에 도착했다. 한마디로 한가하기 짝이 없는 섬마을이다. 운송수단이라고 지게 뿐이다. 마을에 단 하나뿐인 매점, 선착장 위 주민들이 사는 마을은 민박을 한다고 적어놓은 글들이 드문 드문 보인다. 경사가 심한 마을 길을 따라 올랐다. 몇채 보이지 않는 집들 가운데는 폐허가 된 텅빈 집들이 많이 보인다. 이 곳의 삶이 어떤지 짐작이 간다.

▲ 망태봉 정상에서 바라본 소매물도 분교
ⓒ 함정도
마을을 지나 급경사를 올라서니 멀리 다도해가 눈 밑으로 들어온다. 조그마한 평지에 앉아있는 매물도 초등학교 소매물도 분교가 나타난다. 지금은 폐교되어 카우보이 처럼 생긴 아저씨가 찻집을 경영하고 교실을 개조하여 민박 및 동아리 모임을 위한 장소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곳 저곳 구경하면서 차 한잔 마실까 기웃거리는 우리를 보고는 지금 차는 팔지 않는다고 한다. 배가 부른 모양이다. 운동장 한쪽에 아름드리 나무에 줄을 매달아 그네를 만들어 시원한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이것도 카우보이 처럼 생긴 주인아저씨의 작품인 것 같다. 그네에 앉아 한참 동안 말이 없다. 대학생 동아리 모임인 듯한 학생들이 야외 벤치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소매물도의 정상 망태봉에 올랐다. 시원한 남해 바다에 조각섬들이 떠있고 하얀 파도 가루를 뿌리며 바다위를 달리는 배들이 한가롭다. 시원하다 못해 가슴속까지 시린 경치를 바라보며 먹는 충무 김밥! 바로 이것이 산해 진미가 아니겠나?...

▲ 망태봉 정상에서 바라본 등대섬
ⓒ 함정도
등대섬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물이 갈라지고 있는 시간이다. 조금 지나면 완전히 갈라져 걸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등대섬을 바라보며 경사길을 내려간다. 염소떼들은 무심히 풀만 뜯고 있다.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바닷가에 내려와 등대섬을 마주했다. 아직 신발에 물이 들어갈 정도이다. 성급한 사람들은 신발을 벗어 들고 벌써 등대섬으로 건너가고 있었다.

등대까지 가지는 못했다. 배 시간에 맞추어 온길을 돌아나가야 하기에 이 곳에서 등대섬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등대섬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오늘 여행은 덤으로 나에게 주어진 행복같다. 세상 살이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덤으로 받고도 그 행복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또한 그 행복은 반드시 자신이 연습하고 행동해 보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행복해 지기를 연습해야 한다. 스스로 연습하고 실천해야만 행복은 우리들 곁에 머무는 것이다.

아침 일찍 통영 어시장의 생동감, 가도 가도 푸른 다도해의 시원한 경치는 오랫동안 나의 기억속에 작은 행복으로 남았다.

▲ 물이 갈라져 등대섬으로 건너갈수 있다.
ⓒ 함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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