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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퉤! 더러운 포졸 놈들!"

궁중의 하인인 최몽현은 비록 이틀 나절이었지만 옥에 갇힌 것이 분하다는 듯 포교들 앞에서 노골적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가 비록 궁중의 하인이긴 하나 모반과 관련된 일이라서 그렇지 평소 때 같았으면 포도청으로 잡혀온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궁에 출입한다는 것 자체로서 그 위세는 상당히 컸던 탓이었다.

"다들 기분이나 풀러 가세나!"

최몽현 일행은 주막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서는 술을 진탕 마셔대며 큰 소리로 포도청을 욕하기 시작했다.

"진짜 구린 건 그 놈들인데 괜히 평소에 묵은 감정으로 잡아 쳐 넣은 것 아닌가!"

"알고 보면 포도청 놈들만큼 더러운 것들도 없지! 사실 역적 놈들과도 각별한 사이라는 소문이 있네!"

"에이 가이삿기들! 이봐 주모! 술이 떨어졌으면 냉큼 가져와야 할 것 아니야!"

이들이 하도 목청껏 떠들어대자 옆자리에서 한 사내가 술기운에 불그죽죽해진 얼굴로 쏘아붙였다.

"어이 이보슈! 여기 당신들만 있소! 목소리 좀 낮춥시다!"

최몽현은 그 말에 상당히 기분이 상했다는 듯 술사발을 쾅 소리가 내려놓은 뒤 다짜고짜 사내의 멱살을 잡았다.

"넌 뭐냐? 포도청 졸개쯤 되는 모양이군?"

"어… 이 사람이 말로 합시다!"

"에라!"

최몽현은 사내를 밀어 술상에 엎어지게 만들었고 사내의 패거리들이 최몽현에게 달려들며 순식간에 주막은 난장판이 되었다. 마침 주위를 기찰하던 김언로가 이를 보고 포졸들과 함께 육모방망이를 휘둘러 싸우던 사람들을 넙치가 되도록 두드려 팬 뒤 모조리 포박해 버렸다.

"어라? 너희들은 궁중에서 일하는 하속들이 아니냐? 그 사이 다시 옥으로 들어오고 싶은 모양이었구나!"

눈두덩이가 멍들고 코피가 흘러내리는 최몽현 일행을 포도청으로 끌고 들어가며 김언로는 마음껏 비웃어 주었다. 당직 종사관인 한상원이 이들을 보고서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궁에서 일하는 자들이 어찌 이리 예의가 없단 말이냐? 이보게 김포교."

"예."

"어차피 이 자들을 가둬봐야 궁에서 일할 사람들을 포도청에서 단죄할 수도 없는 일. 이름을 기록해 두었다가 형조에 알려라."

김언로는 자기가 직접 혼내주지 못하는 게 내심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고 도로 풀려난 최몽현 일행은 자신들이 하찮게 여기던 포도청 포교에 두 번씩이나 끌려 갔다온 것이 분해 견딜 수 없을 지경이었다.

"거 이보게들."

삿갓을 눌러쓴 사내가 최몽현을 불렀다. 최몽현은 또 뭐냐는 식으로 소리를 질렀다.

"뭐요!"

"궁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렇소만!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것이오!"

삿갓사내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를 던졌다.

"일전에 포도청에 끌려가 사람 중에는 별감도 있었네. 그들을 찾아가면 포도청 포졸들을 혼내줄 만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게야. 날 따라와 보게나."

최몽현이 생각해 보니 과연 그러하긴 했다.

"그런데 댁은 뉘시오?"

삿갓 쓴 사내는 아무런 말 없이 나는 듯한 걸음으로 앞서 나갔고 최몽현 일행은 뛰다시피 해서 그를 따라갔다.

"다들 왔는가?"

최몽현 일행이 온 곳에는 별감들이 모여 회합을 하고 있었는데 그 일면이 놀라웠다. 무에청 별감은 물론 왕대비전의 별감 등 그야말로 은근히 위세를 자랑하는 이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포도청 대장이 우리 쪽을 좀 더 헤집어 본다고 하며 백모라는 포교는 박대감의 집에 은거하던 '금송아지'를 빼돌려 숨겨놓고 있다 하외다. 어서 명을 받들어 시행해야지 방법이 무모하다며 이렇게 탁상공론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오. 우리를 도울 궁중의 하속들도 여기 와 있소."

최몽현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혼란스러웠지만 포도청에 대한 분을 풀 수 있는 기회임에는 틀림없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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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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