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들과의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다. 작년 유월의 첫날 런던 자연사 박물관을 찾아갔을 때 그 곳 야외 전시실에서 첫 대면을 했다. 자연사 박물관과 연결된 지하철 입구를 빠져 나온 초입에서부터 초대형 전시 패널 수십 개에 전시된 이 사진들은 이 곳을 지나가는 모든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는 헬리콥터 위에서 세상 곳곳을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들이었는데 작품을 보는 동안은 내가 마치 세계일주라도 하는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끝없는 사막에 낙타를 타고 가다. 조그만 부락의 우물을 만나고 읍내로 들어가 천연 염색의 옷감을 실어 드넓은 바다를 항해한다. 그리고 다다른 복잡한 도시에는 빌딩과 자동차가 가득하고 복잡함이 싫어 빠져 나온 평야와 초원…. 이윽고 도착한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다!"
우와, 엄청난 여정에 보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그 후 7월 중순경 폴란드 크라코우에서 또 이 사진들과 만났다. 중세 도시의 모습을 잘 간직한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 예정보다 하루를 더 머물 때다. 강변을 산책하고 어스름이 지기 시작할 무렵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공원 야외 울타리에 커다랗게 내걸린 사진들과 그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얼마 전 런던에서 보았던 그 사진들이다. 여기서 또 만나다니 반갑다. 지나가다 우연히 들른 양복 차림의 아저씨를 제외하고는 나처럼 산책을 나온 가족들과 연인들이 대부분이다. 모두 가벼운 차림에 편안한 모습이 좋아 보였다.
생각해 보니 이 사진전 말고도 꽤 많은 야외 사진전시회를 본 기억이 있다. 프랑스 뤽상브르 공원의 담장을 둘러싸고 열린 사진전, 바르샤바 와지엔키 공원 야외 전시 등등 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사진전이 꽤 있었다.
레몬의 톡 쏘는 상큼한 맛만큼이나 싱싱한 활력과 생기는 이런 데서 나오는 게 아닐까? 무언가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차려 입고 시간 내서 가는 대신 저녁 먹고 공원에 산책을 나왔다가, 혹은 조깅을 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잠시 발걸음만 멈추면 볼 수 있는 전시에서 일상의 다른 장면을 보는 느낌은 꽤 괜찮다.
하지만 이 전시들이 늘 아름다움만을 전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나(Aina) 같은 비영리단체의 포토저널리즘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살아있는 느낌이다.
박물관에서 전리품처럼 전시된 신전의 기둥과 조각상 등을 볼 때 마치 남의 집에 와 있는 듯 불편해 보였거나 돈을 내고 들어간 미술관에서 수많은 작품들에 치여 그 감동이 절반에도 못 미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눈을 돌려 거리의 무료 전시를 찾아가 보아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