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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호의 집'이 생긴다. 대형 배호기념관까지는 아니지만 가수 배호의 정신과 예술가의 혼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삼상리에 둥지를 트는 '배호의 집'에서는 '틀림없는' 배호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과 미발표 육필 악보, LP 케이스 사진을 찍을 때 입었던 가죽 점퍼와 노래할 때 쓴 검은 렌즈 안경 등 배호의 유품을 직접 볼 수 있다.

▲ 배호 데뷔 앨범 표지
ⓒ 배기모
배호의 '두메산골' '마지막 잎새' '파도' 노래비 건립에 열성을 다한 '배호를 기념하는 전국모임(이하 배기모)'의 유형재 중앙회장은 지난 10월 22일 인천 부평역사 야외 무대에서 열린 배호 라이브 콘서트 행사장에서 "배호의 33주년 기일인 11월 7일(일) 낮 12시에 배호 묘전에서 추모식을 갖고 이어서 '배호의 집' 현판식을 가진다"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과 장흥국민관광단지의 중간 위치인 일영유원지 입구 인근의 300평 부지에 둥지를 틉니다. 차량 50대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을 포함하여 팔각정자, 물레방아, 그네 등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자연미를 최대한 살렸습니다. 그리고 배호의 노래 인생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유품들과 미발표 악보, 2003년 10월 20일 문화의 날에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수훈한 옥관문화훈장 등으로 내부를 장식합니다. 또한 배호의 주옥 같은 215곡의 제목을 붓글씨로 써서 벽면을 꾸밉니다."

▲ 2003년 문화의 날에 수훈한 옥관문화훈장과 함께(사진 오른쪽부터 국숙자 고문, 안마미 외숙모, 김광빈 외숙부, 유형재 중앙회장).
ⓒ 배기모
장흥면은 배호가 잠들어 있는 신세계 공원이 있는 곳이다. 배호의 고향은 한반도에 없다. 올해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열렸던 중국 산동성 제남이 그의 고향이다(배호의 부친 배국민이 해방 전에 그곳에서 광복군으로 활동했기 때문). 그래서 배기모 사람들은 배호가 잠든 장흥을 그의 두번째 고향이라고 부른다.

이번 '배호의 집' 설립에는 여러 사람들의 열정과 정성이 보태졌다. 배호 묘전에 '두메산골' 노래비를 세우고 매년 탄생일과 기일에 그곳에서 추모식을 하고 있는 배기모 사람들과 300평의 땅을 내놓기로 한 부부농원의 박경남·김옥순 대표, 그리고 문화적 지원을 하기로 한 임충빈 양주시장까지. 그들의 열정이 모여 '배호의 집'이라는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 레크레이션 지도자 겸 음치 클리닉 강사인 이선원 회원의 노래 솜씨는 역시 최고 수준.
ⓒ 김선영
'배호의 집'이라는 이름은 배호의 유족 측에서 붙였다. 33주기 추모식과 배호의 집 현판식에는 배기모 자문위원인 가수 배일호씨와 설운도씨도 참석할 예정이다. 두 사람 모두 배호 노래를 연습하며 가수에의 꿈을 키워 성공한 가수.

▲ 올여름 '제1회 강릉 배호 파도 가요제' 때 초대 가수로 나와 배호 대형 브로마이드 앞에서 배호의 '파도'를 열창하는 가수 배일호씨
ⓒ 배기모
모임의 여성국장을 맡고 있는 김영순씨는 중학생 시절 배호의 타계 소식을 듣고는 교실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회상했다. 홍보부장을 맡고 있는 배해수씨는 자다가도 배호 노래가 들려오면 깨어난다고 한다. 한 많은 시절, 서민의 사랑과 아픔, 그리고 민족의 서정을 노래했던 배호의 인기가 얼마나 컸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배호가 여전히 사랑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지난 2001년 12월에 배기모 창립총회와 함께 열린 김광빈옹 팔순잔치에서 김옹이 자신의 곡인 '두메산골'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습
ⓒ 배기모
지난 6월 배기모는 배호의 외삼촌이자 음악 스승인 김광빈(83)옹의 부인 안마미(배호의 외숙모) 여사의 생신을 축하하는 모임을 열기도 했다. 전국 모임과 마찬가지로 강원, 경기, 경상, 전라, 충청도 곳곳에서도 모임이 매월 있으며 배호 노래자랑도 함께 열고 있다. 특히 '마지막 잎새' 노래비가 있는 경북 지역 모임에는 '마지막 잎새'의 작사가인 정문(정귀문) 선생이 매번 참가하여 더욱 뜻깊은 모임을 만들고 있다.

▲ 부평역사 야외무대에서 열린 '배호 라이브 콘서트'에 동참한 배호파 라이브 가수 김기현씨(배기모 파주지회장)
ⓒ 김선영
지난 10월 22일 부평지회(지회장 김종구)에서는 인천 부평역사 야외무대를 빌려 배호 콘서트를 열었다. 콘서트에는 서울과 경인 지역에서 배호 노래만을 부르는 '배호파' 라이브 가수들(국숙자, 송기상, 김기현, 김청운, 김명희)이 한데 참여해 배호의 노래를 그리워하는 중장년 행인들의 발길을 묶어 놓았다.

신병으로 입원했던 이윤문 부회장은 배호 행사에는 절대 빠질 수 없다며 병원에서 달려나와 "배호 라이브 콘서트를 보니 아픈 데가 한 군데도 없다"고 호쾌하게 웃었다. 이날 행사에는 원로 음악인 신걸수씨가 아무 대가 없이 사회를 자청했으며, 장영태 예술단의 3인조 원로 악단도 '배호 부활'을 위한 자원 봉사에 가담해 콘서트 연주를 맡았다.

▲ 부평역사 야외무대에 자신이 그린 배호 초상화를 걸어 놓고 열창하는 호랑이 그림 전문 이종철 동양화가(배기모 부회장)
ⓒ 김선영
노래를 들으면 "진짜 잘 부른다"는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오는 영혼의 가수, 살아 있으면 63세의 초로에 접어들었을 불멸의 가수 배호. 묘소(배호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무덤도 나란히 있다)에 누워 있는 배호가 바라볼 수 있는 평화로운 농토에 이제 배호의 집이 들어선다. 지난 여름, 자연 농산물이 풍요로운 그곳으로 나들이했던 김광빈옹이, 공간 한쪽에 있던 피아노를 보며 한 말이 떠오른다.

"배호를 기념하는 공간이 생긴다니까 정말 좋아요. 피아노 연주도 있어야겠지요?"

▲ 부평역사에서 열린 '배호 라이브 콘서트'를 관람하는 배기모 회원들.
ⓒ 김선영
배호의 집에서는 배호파 지역 활동 회원가수들이 1주일에 한 번씩 번갈아가며 라이브 공연 자원 봉사도 할 예정이다. 배호를 기념하는 그 소박한 공간이 앞으로 '배호기념관'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뜻에서다.

지난 1일 방송된 배호 추모 특집으로 꾸며진 'KBS 가요무대'(899회) 녹화장에도 회원들은 달려갔다. 다녀온 유형재 중앙회장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KBS가 배기모에게 부활한 배호님의 브로마이드(5m*7m)를 선물했습니다. 기일인 11월 7일 33주기 추모식 때 그 위용을 선보이겠습니다."

가요무대가 방송된 후 배호 공식 홈페이지는 접속자 수 증가로 사이트 접속이 일시 중지되기도 했다.

▲ '제1회 강릉 배호 파도 가요제'에서 열창하는 가수 이동기씨.
ⓒ 배기모
▲ 올 봄 야유회 때 양주시 장흥면 소재 '부부농원'에서 점심을 함께 하는 배기모 회원들. 바로 이곳이 '배호의 집'이 둥지를 틀 공기 좋고 물 좋은 장소다
ⓒ 배기모
배호 노래의 참맛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가수 배호가 끝없이 그리워지는 늦가을. 멀리 부산에서부터 서예가 천유진(배기모 부산지부 부지부장)씨가 10여일 밤낮 걸려 새기고 쓴 '배호의 집' 현판과 가로 20m에 이르는 215곡의 붓글씨 제목을 들고 밤새워 올라온다고 한다.

'배호 없이는 못 사는' 전국 각지의 배기모 사람들은 벌써부터, 아무리 바빠도 '배호의 집' 현판식에는 꼭 참가하겠다는 뜻을 '배기모' 홈페이지(www.baehofan.com)에 잇달아 알리고 있다. 그렇다. 팬들이 살아 있으므로 "진정한 가수는 요절했어도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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