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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숙

"셋방살이에 가진 것 하나 없이 올망졸망한 3남매 남겨두고
내 나이 12살 때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고

먹을 게 없어 밥과 국수와 김치를 넣어 만든 죽을 매일같이 먹고
학교 갖고 갈 도시락이 없어
학교 수돗물로 배를 채우던 그 시절에…

우리 엄마는 어떻게 그 험한 시절을 넘겼는지

그 자식들 이제 다 장성해서 아들딸 낳고 세상사는 거에 별 어려움 없고
효도를 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걱정거리 안 만들어 드리고
그저 엄마 좋다고 주변을 맴돌고 있으니

우리 엄마
그때 희망의 끈을 놓아 버렸다면 우린 어찌 됐을까나

학교 다녀와서 달리 놀러갈 곳을 못 찾아
시장통 가판대에서 채소를 팔던 엄마 옆에서 얼쩡거리던 때
엄마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보였을까
외갓집에서 갖고 온 고추 한 종지 팔면서 50원 받던 기억이 난다
그때 1977년 시내버스비가 30원쯤 했던가

학교 등록금이 밀려서 사천왕 같은 선생님 눈빛이 무서워서
등록금주지 않으면 학교가지 않겠다고
생떼를 쓰던 아들이 길모퉁이에 버티고 서있을 때
우리 엄마 동분서주 돈 빌리려 연신 머리 조아리며
속으로 흐르는 눈물을 어찌 삭혔을는지

이제 불혹에 접어든 큰아들 가만히 생각해보면 눈물이 나온다

엄마 없는 내 미래를 생각해보면 아득하기만 하다
그때.. 세상은 꺼져 사라져 버릴 게다

우리 엄마 제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속옷가게 아줌마' 이은화씨의 기사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소개된 뒤 네티즌의 온정 어린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기고백적 글들은 또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아이디 'Qkim'은 위 댓글을 올린 뒤 "지금의 어려움을 훗날 언젠가 온 가족이 다같이 관조할 때가 올 것"이라며 "부디 하루 빨리 굳건히 일어서는 날이 오기를 빈다"고 이씨를 격려했다.

'슬픈총각'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50원짜리 핫도그'란 글을 통해 마음을 나눴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광주사태가 일어날 때 중1이었으니까 벌써 20년이 지났네요.
그때 누구나 가난했지만 함평중 다닐 때, 등·하교 때 군내버스차비가 100원이었는데
차가 아침·저녁 단 두 번 다니는 오지산골이었죠
비나 눈이 오면 차가 안 들어오는 건 다반사

그럼 20리가 넘는 길을
자전거 타고 눈와서 자전거가 가기 힘들면 걸어서라도 우산을 써도 비를 맞으면서
힘들게 1시간 넘게 도착한 학교
수업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
아침에 버스가 안 와서(?) 번 차비 100원
그 100원으로 사먹던 하나에 50원하던 핫도그
지금은 핫도그에 케첩을 발라주던데
(그땐 어김없이 설탕에 발라먹었지만)
설탕 묻힌 핫도그를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하면
그때 힘들게 학교 다녔던 그 힘든 생활을 되새겨보면

그 까까머리 중학생이 주식 관련 일을 하면서
일반 직장인 보단 좀 더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게
전 그 핫도그 힘(?)이라 생각입니다.
그 힘들게 차비 아껴서 사먹던 핫도그를 생각하면
나태했던 현실을 다시 추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항상 힘내세요."


시민기자 이은화씨의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거, 당신들은 아는가' 기사.
시민기자 이은화씨의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거, 당신들은 아는가' 기사. ⓒ 오마이뉴스 강이종행
이밖에 아이디 '한국인'은 '부자들만 살 맛나는 나라였는데?'란 글에서 "부자들은 외국으로 떼지어 골프 치고, 놀러 다니는데 서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어도 큰 효과가 없군요"라며 "그래도 인터넷 등에서 서민들의 삶을 온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세상이 굴러간다. 서민 출신인 대통령이 나온 것처럼 어려운 서민들도 언젠가는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이라고 이씨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3천원을 결제한 김지훈씨는 "가족들이 볼까봐 숨죽여 울고 갑니다. 좋은 날이 올 거예요"라고 말했고 '희망은 있다'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겨울의 벌판에 서 있을까. 찬바람이 나면서부터 마음이 더욱 아프다"며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선과 악, 정의와 불의를 구분 짓고, 호시탐탐 그들만의 사리사욕을 노리는 개인과 집단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되겠다"고 밝혔다.

건축자재 도매업을 한다는 '픽스맨'은 "제품을 공급해주는 매입처에 사명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적은 돈으로 흥정하지 말고 죽을 각오와 진심 어린 사명감으로 호소하고 설득해서 되도록 싸게 매입을 할 것"을 주문했다.

한편 이씨의 기사 '이렇게 힘들게 사는 거, 당신들은 아는가?'에 대한 '좋은 기사 원고료 올려주기'는 17일 오전 11시 40분 현재 네티즌 673명이 참가한 가운데 423만3천원이 모였다. <오마이뉴스>는 18일 오전 이씨에게 네티즌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원고료를 전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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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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