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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대통령은 프랑스 공식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8일 오전(한국시간 8일 오후) 이라크 북부 아르빌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자이툰 사단을 전격방문, 우리장병들을 격려했다.
ⓒ 연합뉴스 김동진
노무현 대통령의 8일 자이툰 부대 방문은 그야말로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부대 방문계획 추진 자체가 극비리에 진행됐고, 발표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노 대통령은 대한항공 특별기가 샤를 드골 공항을 이륙한 지 30분쯤이 지난 8일 오전 4시 30분경(한국시간), 동행한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타고 있던 이코노미석으로 갑자기 찾아와 "비행기가 서울로 바로 못 간다"는 깜짝 발언과 함께 아르빌 방문 사실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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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는 일만 남았는데 (잠깐 쉬었다가) 참, 여러분한테 좀 이렇게 미안한 양해의 말씀을 하나 구하고 싶다. (약간 주저하면서)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이 비행기가 서울로 바로 못 간다. 쿠웨이트에 들러서 여러 분들이 쿠웨이트에 좀 지체해 주시고 저는 그동안에 여러 분 중 몇 분과 아르빌을 다녀와야겠다.

그동안 비공개리에 한 부대배치가 완전히 끝나서 장병들이 안착했기 때문에 연말을 기해 아무래도 제가 한번 가서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또 기왕에 파병을 해서 우리 장병들이 수고를 하는데 그리 하는 게 효과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다녀오기로 했다."

노 대통령 "이 비행기가 서울로 바로 못 간다"

노 대통령은 이어 "8일 도착한다고 기사들을 썼을 텐데 그 '오보'는 국민들이 양해하고 받아주지 않겠느냐"면서 "좀 힘들더라도 빨리 송고하고 싶을 텐데 아르빌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사를 쓰지 말고)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전격적인 자이툰 부대 방문계획 발표와 함께 신변안전을 위한 보안유지 요청이 이어졌다.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은 취재진들에 노 대통령이 자이툰 사단을 방문하고 쿠웨이트 알 무바라크 공군기지로 돌아올 때까지 각 언론사 정보보고 및 기사송고를 절대 하지 말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권 보좌관은 이어 "이 순간부터는 기내 통화를 삼가 달라"고 당부하면서 "위성전화상으로 말하는 것도 각국 정보기관에서 100% 감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아르빌에서 쿠웨이트로 돌아온 직후인 한국시간으로 8일 오후 6시 이후부터 각 언론사에 보고하도록 했고, 기사 송고는 7시부터 가능하도록 통제했다.

한편 청와대 기자실에는 이날 오후 들어 "이병완 홍보수석이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겠다'며 오후 4시에 브리핑을 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4시가 가까워지자 국방부 기자실 등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방문설이 제기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방문 추진 계획은 '동방계획'으로 명명됐다. 방문계획은 노 대통령이 지난달 APEC 정상회의에서 돌아온 직후인 11월 25일 오전, 김우식 비서실장과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이종석 NSC 사무차장에게 "유럽 순방후 귀국 길에 아르빌을 방문해 자이툰 사단 장병들을 격려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실무검토를 지시하면서 본격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NSC 사무처와 합참, 외교부, 청와대 경호실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실무검토를 진행했고 같은 달 27일 노대통령이 최종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APEC 정상회의에서 돌아온 직후에 아르빌 방문 계획

이에 따라 NSC 사무처와 청와대 경호실, 합참 작전본부 등은 행사계획을 '동방계획'으로 명명하고 준비팀을 구성해 실무준비에 착수했다.

동시에 고위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정부에 통보하고 합참본부장을 통해선 현지 다국적군 사령부에도 통보했다. 물론 관련 기관의 필수 관계자 이외에는 일체의 보안이 유지 됐다. 이달 초 실무준비요원을 현지에 파견할 때도 표면상으로 쿠웨이트에서 개최되는 회의 참석 등의 다른 목적을 내세웠다.

특히 노 대통령이 프랑스에서 당초 일정에 없던 퐁슬레 상원의장 면담일정을 잡은 것도 아르빌에 도착시간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아르빌 공항은 야간 관제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오전 7시부터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의 출발 일정을 당초 오후 4시 (현지시간)에서 저녁 8시로 늦췄던 것이다. 프랑스 상원의장 면담은 아르빌 도착시간을 맞추기 위한 '대타'였던 셈이다.

노 대통령은 자이툰 부대를 방문한 뒤 쿠웨이트와 이라크 정부에 부대 방문사실을 통보했다. 반기문 외교장관은 바르자니 쿠르드지방정부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노 대통령께서 유럽방문을 마치고 귀국 도중에 예정에 없이 갑자기 자이툰 부대를 방문하기로 결정해 오늘 아침 약 1시간 반 정도 자이툰 부대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게 되었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해서 양해를 구했다.

이에 바르지니 총리는 "아르빌 방문을 환영한다"면서 "귀하의 설명을 잘 들었으며 사정을 이해하겠다"고 양해를 전하면서 "노 대통령과 귀하가 꼭 다시 아르빌을 방문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해서 노 대통령이 쿠웨이트 알 무바라크 공항에서 군용기 편으로 아르빌까지 왕복 4시간40분 가량을 비행해서 2시간 가량 자이툰 부대에 머무는 '동방계획' 작전은 멋진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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