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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와 관가의 정기 인사철을 맞아 관가가 어수선한데 개각 전망이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힌트'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곰곰이 따지고 보면 '없는 것만 못한 힌트'다.

주무수석인 정찬용 인사수석은 지난 23일 기자들이 연초로 예상되는 개각의 규모와 시기에 대해 '약간의 힌트'라도 달라고 요청하자, "개각 규모는 0석 이상, 시기는 1월15일 안짝이다"고 밝혔다.

인사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개각 구상을 묻자 "국회가 마감이 돼야 그 다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미리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소폭일 것"이라고만 밝혔다. 3명 안팎이라는 얘기다.

관가에서는 조각 당시 기용된 이른바 '장수 장관'(행자·여성부)과 수능시험이 문제된 교육부총리 정도가 꼽힌다.

그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오후 한완상 신임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는 참석자들이 오히려 인사의 방향을 가늠키 어려운 '선문답'을 나눴다.

먼저 한완상 총재가 김우식 비서실장에게 "얼굴이 좋으십니다. 연대 계실 때나 똑같네요"라고 덕담을 했고 김우식 실장은 "여기가 공기가 좋지 않습니까"라고 화답했다. 한 총재는 적십자사 총재를 맡기 전에 상지대와 한성대 총장을 지냈고, 김 실장은 연세대 총장을 지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적십자사 총재 자리가 골치 아픈 일이 많은데, 제가 일을 맡겨놓고는 걱정이 많았다"고 한 총재에게 인사말을 했다.

이에 한 총재는 "사실 보람이 있는 스트레스는 괜찮은데 진짜 골치 아픈 스트레스가 바로 교육부에 있을 때 받은 스트레스인 것 같다"면서 "제가 보기에는 교육부가 스트레스가 제일 많고, 그 다음이 여기 김근태 장관도 계시지만 보건복지부인 것 같고, 3등이 노동부인 것 같다"고 자신에 재임중 받은 '스트레스 지수'에 따라 장관직을 분류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이에 질세라 "제가 보기에는 교육부, 농림부 순서고 그 다음이 복지, 노동이 아닌가 싶다"고 '스트레스 지수 순위'를 교육·농림·복지·노동부의 순으로 바꿔 놓았다. 노 대통령이 농림부를 끼워 넣은 것은 쌀 개방 반대 등 농정의 어려움을 실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완상 총재는 지난 정부에서 통일·교육부장관 겸 부총리를 지낸 적이 있고, 노무현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을 한 경험이 있다.

두 사람이 꼽은 스트레스 지수 순위는 약간 다르지만 공통점은 교육부장관을 1순위로 꼽은 점이다. 그런데 청와대에서는 연세대 총장 출신의 김우식 비서실장의 '다음 자리'로 교육부총리를 1순위로 꼽고 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자신을 가장 가까이서 보필하는 비서실장을 '스트레스 지수 1순위'인 교육부총리 자리에 보낼지, 그리고 보낸다면 언제 보낼지가 청와대와 관가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이날 접견에는 김근태 보건복지·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과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이 배석했다. 다음은 이날 접견 참석자들의 대화록이다.

노 대통령 : (찻잔이 놓인 탁자가 참석자들의 의자와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것을 본 뒤) 손님 오신다고 상을 차려 놓긴 했는데 걸어가서 차를 마셔야 되네요.

권양숙 여사 : (바로 옆의 작은 라운드 테이블을 가리키며) 당신 찻잔은 바로 옆에 있잖아요.

노 대통령 : 글쎄 대통령은 특별히 주는데 손님 모셔놓고 상 차려놓고 운동하라고 이렇게 했나. 아, 정동채 장관도 오셨네요.

한완상 총재 : 김우식 실장님 얼굴이 좋으십니다. 연대 계실 때나 똑같네요.

김우식 실장 : 여기가 공기가 좋지 않습니까.

노 대통령 : 적십자사 총재 자리가 골치 아픈 일이 많은데, 제가 일을 맡겨놓고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한 총재 : 사실 보람이 있는 스트레스는 괜찮은데 진짜 골치 아픈 스트레스가 바로 교육부에 있을 때 받은 스트레스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교육부가 스트레스가 제일 많고, 그 다음이 여기 김근태 장관도 계시지만 보건복지부인 것 같고, 3등이 노동부인 것 같습니다.

노 대통령 : 제가 보기에는 교육부, 농림부 순서고 그 다음이 복지, 노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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