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올해 들어서도 변액보험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대로라면 외환위기 이후 불었던 종신보험의 인기를 훌쩍 뛰어넘을 기세다. 당시 종신보험에 가입했던 고객들 가운데 상당수는 원금 손실에도 불구하고 '요즘 뜬다는' 변액보험으로 갈아타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과열은 언제나 부작용을 낳는 법. 최근 들어 변액보험이 지닌 허점에 대해 심심찮게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이라도 꼼꼼히 살핀 후 변액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변액보험의 허와 실을 세차례(①변액보험이 뭐길래 ②수익률 맹신은 금물 ③변액보험, 이래야 '굿')에 걸쳐 소개한다. 이 기사는 그 두번째다... 편집자 주


관련
기사
[변액보험허와실①] 종신보험 게섰거라! 변액보험 나가신다


▲ 변액보험에 가입한 뒤 중도 환매에 나섰다가 원금의 절반도 못건지는 등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가입 단계에서 설계사들이 제시한 수익률을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 오마이뉴스
광주에서 개원의 생활을 하고 있는 김씨는 지난해 7월 변액보험을 중도 환매하기 위해 보험사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김씨는 당시 모두 4개의 변액유니버셜보험에 월 400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었다. 김씨는 이를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기존에 가입한 보험을 모두 해약했었다.

하지만 중도 환매시 이자는 커녕 원금조차 절반도 건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분통이 터졌다. 상품 가입 당시 보험 설계사가 변액유니버셜보험을 언제든 추가 부담 없이 환매가 가능한 투신사의 펀드인 양 설명을 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의 끈질긴 문제제기에 회사측은 결국 보험계약을 취소하고 원금을 돌려줬다. 하지만 김씨는 여전히 당시 상품을 판매한 설계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증시활황에 수익률 50% 상품도 수두룩

최근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임에 따라 변액보험 수익률이 연평균 10%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차익을 얻기 위해 환매를 하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지금 환매할 경우 원금도 못 찾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나서 보험사와 설계사를 향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가입 초기에 해약을 하면 보험료의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설계사로부터 전해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현재 변액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생명보험사는 모두 16곳. 이들이 내놓은 상품만 132개에 달한다. 132개 상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14%. 132개 중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은 단 5개에 불과하다. 50%를 넘는 초고수익률 상품도 수두룩하다.

수익률이 크게 오르면 환매를 통해 차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투자자들의 자연스런 마음. 하지만 변액유니버셜은 아무리 투자상품 성격이 강조되더라도 엄연한 보험이다. 가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약할 경우 원금의 절반도 건지지 못한다.

수익률 모순

이는 보험료에 사업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사업비란 설계사 모집수당에 해당하는 신계약비와 보험사 직원 급여, 수금비를 말한다. 한 국내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사업비 비율이 월보험료의 800~900%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예컨대 한달에 30만원의 보험료를 낼 경우 240만~270만원의 사업비를 가입기간에 지불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업비는 가입 후 2년 이내 대부분 거둬들이기 때문에 가입 초기에 해약할 경우 높은 사업비 때문에 실제 낸 보험료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만을 돌려받게 되는 것이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일반적으로 사업비는 전체 보험료의 20~25% 수준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공시수익률과 실제 고객이 얻게되는 수익률이 괴리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보험료 100원을 내면 그 가운데 20~25원은 사업비 명목으로 보험사가 가져가고 나머지 70~75원으로 펀드에 투자하게 된다. 공시수익률이 10%라고 한다면 수익금은 10원이 아니라 7.5원이 된다. 이렇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100원을 투자했을 경우 10%가 아닌 7.5%의 수익률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보험사·설계사 수익률만 강조하며 상품 판매

문제는 보험사와 설계사들이 이같은 '수익률 모순'은 알리지 않고 공시수익률만 강조한 채 상품을 팔고 있다는데 있다. 최근 보험사와 설계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이 때문에 발생했다.

이에 대한 보험사 입장을 들어보자. 한 대형생보사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변액보험이 정착하기까지 20여년이 걸렸지만 우리는 판매비중이 30~40%까지 올라가는 데 불과 3~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이같은 과열 현상을 막기 위해 지난해 한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고 고객불만 모니터링, 설계사 교육 등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나름대로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 보험사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보험사에서 상품을 내놓기는 해도 실제 판매는 설계사의 몫이다. 보험설계사로부터 상품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도덕성이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처럼 주가가 오를 때면 설계사는 바빠진다. 수익률이 급격하게 오른 만큼 예정이율(보험사가 보험금 지급때까지 보험료 운용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더 올려 상품을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설계사들은 발 빠르게 상품 포장에 나섰다. 한 외국계 생보사의 설계사가 작성한 자료를 살펴보면 예정이율을 9.5%로 제시하고 15년간 계속 보험료를 낼 경우 이 기간 수익률이 177.6%에 달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보험소비자단체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설계사들이 실현 불가능한 수익률을 내세워 상품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 국장은 "자체 분석 결과 과거 15년간의 펀드 수익률을 살펴보니 연평균 2%의 수익률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보험사마다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너도나도 예정이율을 부풀려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계사 "무리한 경쟁 요구하는 보험사가 문제"

물론 보험 설계자들도 할 말은 있다. 보험 설계사 김성환(가명)씨는 "보험사마다 변액보험을 주력상품으로 선정하고 설계사들에게 과도한 실적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정이 이렇다보니 투자상품으로서의 장점만 부각하고 이 상품이 지닌 모순에 대해서는 당연히 감출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소송이 줄을 잇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지금 당장 큰 혼란은 없겠지만 앞으로 5년, 10년 후에는 변액보험을 놓고 소비자와 보험사 간의 소송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험업계에선 최소 10년 이상 가입기간을 유지해야 원금을 건질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만일 10년 후 해약을 해도 가입 당시 예정이율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면 대규모 소송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예정이율만을 믿고 변액보험에 가입할 경우 나중에 낭패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설계사가 제시한 수익률을 맹신하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보험사들도 더이상 상품의 장점만을 부풀려 판매 확대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해약시 불이익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등 고객 보호에 먼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