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311호 중법정. 피고인석에 앉은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과 검찰 사이에 김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배임수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을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법정공방전이 펼쳐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재판장 이기택 부장판사) 심리로 오전 10시10분부터 약 30분간 진행된 재판에서 김 의원은 "송아무개씨로부터 1억원을 빌린 것은 확실하다"면서 어떤 대가나 추가 금품 수수가 전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검찰측은 김 의원에게 '구청장 공천을 받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2002년 3∼4월경) 차용증 원본을 반환받았나", "채무 1억원을 면제받지는 않았나", "송씨에게 도와준다고 했나" 등의 질문으로 집중 추궁했으나, 김 의원은 "그런 적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검찰은 김 의원에게 "이자와 원금은 변제했나"고 묻자, 김 의원은 "그런 적 없으나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송씨로부터 3차례에 걸쳐 3000만원씩 총 9000만원을 받았는지 여부와 차명통장을 통해 2000만원을 추가로 받았는지 여부를 추궁하자, 김 의원은 "없습니다, 전혀!"라고 응수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김 의원의 지구당 전 회계책임자였던 이아무개씨가 송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고도 지구당 위원장인 김 의원에게 왜 보고를 하지 않았는지, 또 그럴 수도 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이에 김 의원은 "(보고하지 않는 일은) 있을 수도 있는 일이고 이씨가 개인적으로 한 일을 (내게) 보고할 의무도 없다"며 "지역구의 정책실장이나 비서실장을 하는 사람들은 준정치인으로서, 개인적인 정치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누구이고 관계에 대해 (위원장이) 아는 것이 불편할 것 같아 묻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이어 검사에게 "(2000만원 부분은) 송씨와 이씨 사이에 일어난 것이고 지역구 정치 실정을 살펴보면 이해할 것"이라고 당부하자, 검찰측은 "상식적으로 그럴 수 있냐"고 따지는 등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반해 김 의원 변호인단의 대표로 나선 백승헌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김 의원이 1억원을 송씨로부터 차용받고 면제를 받거나 차용증을 돌려받지 않았으며, 청탁을 받거나 추가로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선에서 간략히 첫번째 심문을 마쳤다.
'공판중심주의' 절차 따라 재판진행... 김 의원에게 돈을 건넨 송씨 증인신청
재판장인 이기택 부장판사는 증인의 증언을 생생하게 듣고 직접 판단하는 '공판중심주의' 절차에 따라 재판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이 부장판사는 "증인을 신청하고 그 당일에 증인에 대한 수사기관 조서를 변호인이 현장에서 열람하는 것은 그 조서의 증거능력을 부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호인의 반대신문권 보장 차원에서 증인으로 신청하는 참고인에 대한 검찰의 진술조서를 재판이 열리기 전인 4∼5일 전에 미리 제출해 달라"고 검찰측에 요청했다.
검찰은 다음 재판기일에 증인으로 김 의원에게 돈을 건넨 송씨를 세울 것을 요청했고 재판부가 변호인측의 동의를 얻어 이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대해 김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정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4월 임시국회 회기 중에 재판 출석에 어려움이 있다는 요청을 받아들여 임시국회가 끝난 이후인 5월 10일 오후 2시 열기로 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02년 서울 동대문구청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시 민주당 동대문지구당 수석부위원장으로 구청장 후보에 나섰던 기업인 송아무개(60)씨로부터 공천을 받도록 도와주는 대가 등의 명목으로 총 2억10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남기춘 부장검사)는 지난달 14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김재협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다음날인 15일 밤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는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같은달 18일 김 의원을 불구속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