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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용역업체 직원이 불에 타 숨진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오산시 세교택지개발지구에서 18일 오전 철거민들이 건물 옥상에 설치한 망루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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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민과 대치하던 용역직원 1명 화염병 맞아 숨져

경기도 오산 세교 택지개발지구 용역직원 사망사건과 관련, 사태의 원인을 둘러싼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철거민 시위대는 용역업체와 주공을, 경비용역업체는 주공을, 주공은 경비용역업체를 각각 사망을 야기한 진원지로 지목하며 용역업체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원인과 관련해 가장 자주 언급되고 있는 부분은 현재 망루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구주들이 '알박기'를 노린 투기꾼이냐 아니면 불합리한 수용정책에 희생된 도시 빈민이냐는 점이다. 이는 곧 철거민들의 시위가 정당방위냐 아니냐를 가르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알박기' 혐의를 두고 있는 쪽의 주장은 이들의 이주시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건설교통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경기도 오산시 세교택지개발지구는 2000년 9월 25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고시됐다. 이후 1년 뒤인 2001년 9월 25일 주민들에 대한 공람·공고가 실시됐고, 2001년 12월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됐다.

현행법상 2000년 9월 25일 이전 전입자의 경우 이주자 택지를 부여받을 수 있지만, 이후 전입자는 이같은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다만 아파트 분양권과 이주 정착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권리는 주어진다.

현재 오산 세교 수청동 W빌라에서 망루 시위를 벌이고 있는 7세대 주민들은 공고일 이후인 2001년 6월 25일 이주했다. 택지개발지구예정지로 공고된 이후라는 말이다. 만약 이들 시위대가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주를 했다면 전형적인 투기꾼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 반대의 경우라 하더라도 매입자의 실수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투기꾼이냐 도시 빈민이냐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미리 개발정보를 입수하고 시세차익을 거둔 투기꾼에게 이용당한 경우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통상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개발계획에 대한 소문이 퍼져 있기 마련이므로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정당방위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철거민 주거권보장 운동을 벌이고 있는 전국철거민협의회의 한 관계자도 "현재 시위를 벌이고 있는 분들에 대한 도덕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며 다소 부정적인 시각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봤다.

또, 일반적인 철거민 투쟁이 세입자 위주로 이뤄진다는 것과는 달리 집을 가진 가구주들 중심으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전 시위와는 다른 대목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들을 두고 보상금을 노린 가구주들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시위대와 동반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국철거민연합 쪽은 "언제 이주했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여전히 적절한 이주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철연은 "경찰과 주택공사 측의 밀어붙이기식의 무리한 진압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경찰과 주공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다.

▲ 철거용역업체 직원이 불에 타 숨진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오산시 세교택지개발지구에서 18일 오전 철거민 단체 회원들이 농성 철거민들에게 식료품을 전달하려다 이를 저지하는 경찰에게 연행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용역업체 "주공이 시켰다", 주공 "경비업체에 철거업무 지시 않는다"

또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있는 부분은 경비용역업체의 과잉대응 혹은 주공의 과도한 업무지시다. 주공은 경비용역업체가 철거업무에 나설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철거에 나선 것이 화를 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비용역업체는 "지시가 없이 우리가 그냥 움직였겠느냐"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주공의 한 관계자는 "지금 문제가 된 업체는 지난 7월 계약을 맺었다"며 "이 업체는 철거용역업체가 아니라 경비용역업체이기 때문에 주공은 철거를 요구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계약서상 경비용역업체의 역할은 주민들이 해당지구에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라면서 "계약사항 불이행에 따른 책임을 면하기 위해 무리하게 진입을 시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했다.

주공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경비용역업체는 무리하게 철거작업을 시도하다 화를 당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철거업무는 철거용역업체가 별도로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비용역업체의 말은 다르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왜 돌팔매질을 감수하면서까지 철거에 나서겠느냐"며 주공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공의 지시없이 진입을 시도할 이유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신변보호 차원에서 진입을 시도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경험이 없는 일용직이 직접 철거에 나서게 된 구체적 사유에 대해서는 "위에서 시켰으니까 했겠지"라며 잘 모른다는 말로 일관했다.

다른 철거민 단체 "전철연 운동방식에 문제 있다" 부정적 시각

전국철거민협의회(이하, 전철협)는 철거민연합쪽이나 주공, 용역업체쪽의 구태의연한 대응방식과 함께 구시대적 운동방식을 문제삼고 있다. 전철협은 사태의 원인을 둘러싼 미묘한 해석 탓에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전철협의 한 관계자는 "망루를 만들고 화염병이나 사제총으로 싸우는 방식으로는 철거민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오히려 그러한 방식이 기득권 세력에 비판의 빌미를 줄 뿐"이라고 했다. 전국철거민연합쪽의 대응방식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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