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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오전 철거민들이 건물 옥상에 설치한 망루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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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거민들이 건물 옥상에 설치한 망루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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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오산시 세교택지개발지구에서 16일 오후 철거용역업체 이모(25)씨가 화염병으로 인해 사망한 사건과 관련, 현장에 투입됐던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이 대한주택공사(주공)의 무리한 철거강행과 경찰의 늑장 대응을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은 철거민 김모(41)씨 등을 상해치사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아무도 화염병·시너 존재 말하지 않았다"

철거용역업체 직원 45명이 철거민들이 설치한 망루를 철거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된 시각은 16일 오후 3시30분경이다. 이에 일곱세대 주민 10명과 전국철거민연합 관계자 15명은 5층 높이의 W빌라 옥상에서 화염병과 페인트 통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용역업체 직원 이모씨가 그 자리에서 불에 타 숨졌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용역업체 직원들은 한결같이 "화염병과 시너가 있는 줄 알았다면 현장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철거를 의뢰한 주공은 현장의 위험성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안전모와 방패를 착용하고 작은 소화기 몇 개만 든 채 현장에 투입됐다. 몇몇 직원들은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며 "안전교육을 따로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하루 일당 5~6만 원을 받는 아르바이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업체 직원들은 "사망한 이씨의 몸에 불이 붙었을 때 현장에 있는 경찰과 소방서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고 소방서 직원들도 늦게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철거민들의 저항도 있었지만 결국 이씨는 수백명의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에 타 죽었고 시신도 그 자리에서 1시간이나 방치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화성경찰서는 철거민들이 시너와 휘발유 각각 300ℓ, LP가스통 10개, 화염병 제조용 빈 병 500개를 가지고 있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장은 지켜봤지만 철거 문제는 주공과 주민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간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이씨의 사망과 관련해 "철거민들의 저항이 격렬해 손을 쓸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세교택지개발지구를 책임지는 주공 오산사업단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1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종일관 "모른다", "관계자가 없다", "18일 홍보실로 물어보라"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으며 대답을 피했다.

▲ 철거민들이 던진 화염병과 인화물질에 의해 철거용역업체 직원이 불에 타 숨진 현장에 시커먼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철거민들이 뿌린 것은 물인가 시너인가

빌라 옥상 망루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철거민들은 "이씨의 사망은 의도하지 않은 우발적 사고"라며 "몸에 불이 붙은 이씨에게 뿌린 것은 시너가 아닌 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과 철거용역업체 직원들은 철거민들이 이씨를 겨냥해 시너를 통째로 끼얹은 의도적 살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망 사고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김모씨는 "철거민들이 옥상에서 처음엔 돌을 투척했고 이어 페인트와 화염병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는 "화염병 파편의 작은 불길 속에 이씨가 있었는데 위에서 시너 한 통이 통째로 부어져 순식간에 큰 화염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경찰도 "성인 남성이 어떻게 화염병 하나에 순식간에 불에 타 숨질 수 있냐"며 "철거민들이 부은 것은 물이 아닌 시너"라고 주장했다. 주변 주유소의 한 직원도 "화염병 하나 치고는 너무 거대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며 말했다.

이씨의 시신이 안치된 오산시 한국병원의 의사는 "시신이 현장에서 즉사할 만큼 거대한 불길에 탄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가 벌어진 현장에는 여전히 불에 탄 잔해들과 검게 그을린 벽이 남아있다. 그 모습들도 화염병 하나에 의한 흔적 치고는 크다.

철거민 "끝까지 목숨걸고 싸우겠다"

경기도 화성경찰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철거민 김모(41)씨 등 3명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빌라 망루 위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철거민 25명에게 자수를 권유하며 경찰 5개 중대 600여명을 현장에 배치하고 있다.

철거민들은 "사망한 이씨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적절한 보상과 가수용 단지 건설을 보장하지 않으면 끝까지 목숨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일곱 세대는 세입자가 아닌 가옥주들. 이들이 사용하던 철거대책위원회 사무실 벽에는 '죽을 각오로 싸우면 살 것이고 살 생각으로 싸우면 죽을 것이다'라고 적혀있다.

경찰과 주공 쪽은 "이들은 택지개발예정부지 열람공고가 난 2001년 6월 25일 이후에 문제의 현장으로 이사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적절한 시점에 강제 진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사회단체 회원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가운데 용역업체 사장이 직원의 사망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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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단체 회원들이 농성중인 철거민들에게 식료품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이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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