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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달 16일 오산 철거현장에서 발생한 철거반원 사망사건 현장. 숨진 이씨의 시신이 101동과 102동 사이에 놓여 있다.(철거민 제공)
경기도 오산 수청동 철거현장 철거용역반원 사망사건과 관련해 농성주민들이 부검을 통해 사인규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직접적인 사망원인과 새로운 목격자들의 진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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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새로운 목격자들은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화염병 투척 후 시너를 뿌려 불에 타 사망했다는 언론보도와는 달리, 철거민이 일방적으로 농성장 출입구로 진입을 시도하는 철거반원을 향해 폭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101동 건물의 농성자와 102동 건물의 철거반원이 대치한 상황에서 투석전이 벌어졌고 건물 아래에 있던 철거반원 가운데 1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진술은 경찰이 목격자로 확보한 철거용역반원과 소방대원, 행정공무원 등 진술에는 빠져 있어 초동수사에서 쌍방폭력에 따른 사고사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수사가 진행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 사건 당일 불이 난 현장 위치.
ⓒ 김경호
이와 함께 경찰이 목격자 진술로 확보한 사망자의 위치가 101동 출입구 옆쪽이라는 진술과는 달리, 사망자의 위치가 쌍방 폭력이 이어졌던 101동과 102동 건물 사이였고 현장주변에는 철거반원들이 102동 건물 4층에 가지고 올라갔던 커터기, 해머, 노루발못뽑기(속칭 빠루) 등 철거장비와 4층에서 철거민을 향해 분사했던 소화기 등이 떨어져 있다는 점 등이 농성자들의 부검요구와 사인규명에 힘이 실리고 있다.

목격자 안아무개씨는 "사고 당일 수목원 쪽에 있었는데 철거반원들 가운데 일부는 농성장 안으로 진입을 시도했고 일부는 102동 건물 4층까지 올라가 있었다"며 "102동에 있던 철거반원들이 101동 농성장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했고 아래 있던 철거반원들은 출입구 진입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사건 당시 수목원 쪽에서 사진을 촬영했다는 김아무개씨는 "102동에는 농성장으로 진입하려는 팀을 지원하기 위해 철거반원 5~6명이 4층 베란다에 2명과 옥상에 각각 진입해 있었다"며 "그들은 소화기를 철거민이 있는 101동 쪽으로 분사했으나 바람이 거꾸로 불어 자신들에게 돌아갔다"면서 그 뒤 "철거민 농성장 4층 베란다 유리를 깨려고 자신들이 들고 있던 소화기, 철거장비, 집안에 있던 가재도구를 철거민을 향해 던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불이 난 뒤 철거반원들이 '누가 안 보인다'고 소리치자 사람이 죽었다는 직감을 느껴 사망자가 있는 곳을 사진으로 촬영하게 됐다"며 "당시 시신은 101동과 102동 사이에 있었고 고개를 땅에 떨어뜨리고 오른팔은 배 쪽으로 왼팔은 몸체에 깔려 손만 배 쪽으로 향해 있었고 두 다리는 가지런히 모은 채 약간 구부려 있었다"고 말했다.

27일 철거민 농성장을 방문한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명확한 사인 규명이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서 농성자들은 용의자일 뿐"이라며 "이들을 범법자로 규정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면서 "수사기관에 부검을 촉구해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사망자의 위치를 보면 현장주변에 떨어져 있는 철거장비와 소화기 등에 맞아서 직접 사망했거나 아니면 정신을 잃고 실신한 상태에서 불에 타 사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이는 철거민들이 화염병을 던지고 시너를 뿌려 불에 타 숨지게 했다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어 수사기관은 부검을 통해 사인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 화염병과 시너를 뿌려 온몸에 불이 붙어 숨졌다는 시신의 상태.(철거민 제공)
경찰의 새총 공격에 따라 부상을 입은 농성자들을 진료했던 오산시 의사협회 권영대 총무이사는 유족의 반대로 부검이 어렵다는 경찰의 주장과 달리 "사망한 철거반원의 경우 현장에서 사망한 뒤 발견된 변사자이기 때문에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하면 외상에 의한 사망인지 가스 질식에 따른 사망인지 직접적인 사망원인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살인혐의로 구속 기소된 철거민의 사건 변론을 맡은 다산법무법인 관계자는 "사망자의 위치와 현장주변에 떨어져 있는 소화기와 철거장비 등이 사망원인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와 경찰이 확보한 철거반원들의 진술과 다른 목격자의 진술, 증거자료가 달라 명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재판부에 지난 25일 증거보전신청을 했다"며 "재판부에서 판단에 따라 현장검증과 부검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사망한 철거용역반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철거민 성아무개씨는 기소돼 내달 3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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