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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19일 세계 최첨단 과학기술의 산실인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무척이나 어울리지 않을 듯한 인물이 캠퍼스를 찾았다.

주인공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 이날 행사는 MIT 신경생물학 연구소가 주최하는 ‘정신연구회의’로, 공동후원인 자격으로 참석해 과학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물론 그 전에도 과학자모임에 참석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달라이라마가 공동후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는 처음이었기 때문.

연구소의 신경생물학자들이 달라이라마를 후원자격으로 모신 것은, 바로 미국사회의 패러다임까지 바꿀 만큼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아시아의 ‘명상(meditation)’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한 것. 과학적 연구를 위해서 명상가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동양의 명상(meditation)에 대한 뇌과학적 연구는 이미 서구 과학계에서 본격적인 연구에 나서고 있을 만큼 적극적이다. 종주국인 동양에서 단지 신비롭고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있을 동안 서양에서는 이미 의학, 과학, 교육분야에서의 연구가 국가적 차원에서까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NIH(미국국립보건원)은 2000년대에 들어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연구비를 지원해오고 있다. MRI(자기공명영상)이나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촬영)같이 뇌 속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분석장비들이 발달하면서 명상의 신비가 점점 벗겨지는 추세다. 현재 하버드대와 MIT대를 필두로 미국의 많은 대학이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본격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서구에서 '명상'은 이미 하나의 트랜드를 넘어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단순한 동양의 심신수련을 넘어 의학, 교육계로까지 확대되고 있고 그 저변에는 서구의 합리적 이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과학적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의 명상이 서구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되는 동안 정작 그 종주국들의 과학적 연구는 조용하다. 특히 우리 나라는 단월드, 국선도, 수선재, 연정원 등 그 어느 나라보다 명상단체들이 즐비하다. 교육기관은 다양하지만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말이 있다.

한국의 심신수련 역사는 고조선의 선도문화로부터 비롯되었고 한민족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실제 명상의 종주국이 우리 나라라는 것 그리고 수련법들과 그 깊이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높아 인도를 넘는 명상의 종주국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오랜 역사에 비해 세계화를 위한 과학적 연구는 미미한 실정이다. 세계적 정신지도자인 달라이라마를 직접 초청하는 MIT 대학의 열정과 열린 사고가 부러울 정도이다. 오히려,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도 신비와 비과학적 대상으로 여겨 과학자들이 연구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 당시 디스커버리지에 실린 조박사의 침 논문
ⓒ Discover
최근 세계 최초로 PET(양전자방출영상) 장비를 개발해 한국인 노벨상 후보로 손꼽히는 조장희 박사가 한국 고유명상의 뇌과학적 연구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3월 한국뇌과학연구원(www.kibs.re.kr) 이승헌 원장과 공동연구협정을 맺고, HSP명상(단학, 뇌호흡)의 뇌과학적 연구에 본격 나섰다.

동양의 ‘침‘과 뇌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개척해 동양의학의 신비를 서양과학으로 밝힌 과학자로서도 유명한 조 박사는 미국서 침 연구 당시 “침의 종주국은 아시아인데, 과학적 연구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막대한 시장은 모두 서양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자산을 잘 활용해서 그것에 집중한다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많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이 섞인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현재 전세계에 불고 있는 ‘명상’ 붐은 단순한 트랜드를 넘어서고 있어 과거 ‘침’에 대한 서양의 관심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수천 년의 역사 동안 이뤄온 많은 정신적 자산들을 소중하게 지켜내고 더 이상 신비주의나 비과학적 대상으로 치부해서도 안 될 것이다. 열린 사고와 더불어 끊임없는 과학적 연구로 아시아적 가치들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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