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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내용의 피켓
대체복무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내용의 피켓 ⓒ 전쟁없는세상
5월 15일, 스승의 날이면서 부처님 오신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이기도 하다.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은 병역거부와 전쟁, 평화, 징병제 등의 문제가 단순히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 속에서 각 국의 병역거부운동그룹들이 5월 15일에 공동행동을 펼치는 날이다.

해마다 특정 지역의 병역거부이슈를 선정해 각 국에서 연대하여 힘을 실어 주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올해로 세번째로 치뤄지는 병역거부자의 날 행사이며, 올해의 초점인 그리스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연대의 행사와 한국의 병역거부자들에 대해서 알려내는 행사가 14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치뤄졌다.

평화인권연대의 정용욱씨는 그리스 상황에 대한 이야기해 주었다. 특히 이라크전과 관련된 임무를 띄고 출항하는 그리스 전함 '나바리노'호에 승선을 거부해 결국 징역 3년 4개월에 처해진 기오르기오스 모나스티리오티스(Giorgos Monastiriotis)의 편지는 평화를 위한 직접행동으로서 병역거부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이날 행사와 더불어 병역거부연대회의에서는 그리스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였다고 한다.

기오르기오스의 편지 중에서

"내 양심에 따라 저는 이라크 민중을 무자비하게 살상하는 행위에 참가하거나 어떤 식으로라도 도움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전쟁에 참여하기를 거부합니다. 전쟁이 공식적으로 끝난 이후에도 많은 이라크 사람들, 그리고 그 중 다수의 아이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쟁은 공식적으로는 종전되었을지 몰라도 앞으로 더 많은 전쟁들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쟁이란 열강의 지배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리스 해군으로부터 지금 즉시 퇴직할 것을 선언합니다. 그리스 해군은 명령과 위계질서를 통해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기구로서, 강요라는 방식을 통해 운영되며, 민중의 운동과 항쟁을 진압합니다. 나의 병역거부는 이라크 민중들과 평화를 사랑하는 그리스 민중들과 연대를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이기도 합니다."
피자매연대의 조약골씨는 에리트리아의 열악한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에리트리아는 에디오피아에서 1993년에 독립한 나라로 에디오피아의 북쪽에 위치하여 홍해에 접해 있다. 에리트리아는 1994년에 국민병역포고령를 선포하였고 그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기 시작했다. 1994년에 병역거부를 했던 사람들중 일부는 아직까지도 사막 한가운데의 섭씨 40도가 넘는 컨테이너 박스에 갇혀있다고 하였다.

이날 전시된 피켓들은 한국 병역거부운동의 현주소와 그들이 생각하는 평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전쟁없는세상 오영은씨는 한국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다. 2005년 4월 5일 현재 1077명의 병역거부자가 수감되어 있다. 국회에서는 작년 9월 발의된 '병역법중개정법률안'(일명 대체복무법안)이 논의되고 있고 올 3월 국방위원회 공청회를 거쳐서 5월에 국방위 법률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한 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각각 2명의 의원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소수자에 대한 처우는 그 사회의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나타내줍니다.
소수자에 대한 처우는 그 사회의 민주주의의 성숙도를 나타내줍니다. ⓒ 전쟁없는세상
여타의 소수자 문제와 마찬가지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문제도 사회 구성원 다수의 생각과 다른 소수의 양심과 신념에 대해서 차별과 편가르기가 아니라, 나와는 그저 '다른' 의견으로 존중해 나가는 인식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평화에 대한 병역거부자들의 생각도 평화를 향한 하나의 방법으로 인정하면서 공론의 장에서 함께 진정한 평화가 무엇인지를 논의할 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평화는 한 걸음 성장할 것이다.

그리스 대사관에 보내는 항의서한

그리스 정부는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차별적인 제도와 관행을 즉각 시정하라!

Korea Solidarity for conscientious Objection(KSCO)은 한국의 36개 시민단체들이 병역거부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조직한 단체이다. KSCO는 2001년 한국에서 병역거부 운동이 시작될 무렵부터 여러 국제단체들, 지역 내 풀뿌리 단체들과 연대하며 함께 활동해왔다. 이러한 국제연대를 통해 KSCO는 병역거부의 문제가 비단 일국이나 지역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인 문제이며 이것은 단순히 병역거부자 개인의 인권문제를 떠나 전 세계적인 군사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아직 병역거부권이 인정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그리스의 병역거부권 인정은 한국인들에게 많은 긍정적인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리스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병역거부자 인정 절차 및 대체복무제도 운영과 관련하여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도의 본래적 의미와 취지를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그 과정과 절차 역시 이에 부합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이 군사적 시스템 아래에서 형식에 그치고 있는 병역거부인정과 대체복무제도는 인권의 이름으로 인권을 억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병역거부자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이들의 요구는 차이가 인정되는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들을 범죄자로 혹은 비상식적 주장을 하는 사람들로 취급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이는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그리스 정부는 병역거부자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이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고 군축과 평화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모쪼록 그리스가 국제사회에서 갖는 역사적 위상에 걸맞게 병역거부권 및 대체복무제도를 인권의 원칙에 부합되도록 확립하여 한국과 같이 아직 병역거부권이 마련되지 못한 나라들의 모범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이에 KSCO는 그리스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병역거부자 선정 절차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이를 위한 독립적인 심사·관리 기구를 마련하라
- 형벌적 성격의 대체복무제도를 개선하라
- 군 복무자 및 직업 군인에 대한 병역거부권 인정하라
- 유엔인권위원회 권고안 등 병역거부권 및 대체복무제도에 관한 국제인권기준을 준수하라

15.5.2005
병역거부연대회의(Korea Solidarity for Conscientious Obj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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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거부를 하면서 평화를 알게 되고, 평화주의자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출판노동자를 거쳐 다시 평화운동 단체 활동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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