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이후 자연을 거스른 눈부신 문명의 발전, 인간이 지닌 정신적 가치의 퇴보는 급기야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인간성 상실에 따라 증가하는 자살률, 무기력증, 폭력, 전쟁, 기아에 이어 지구생태계의 위협이 미래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21세기를 맞이한 인류가 직면한 위기다.
뇌를 알면 알수록, 과학의 발전으로 뇌의 신비가 밝혀질수록 뇌의 중요성은 더해가고 있다. 정신과 물질이 분리된 것이 아닌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이 20세기 후반 들어 밝혀진 이후 그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사람은 곧 그 사람이 가진 뇌다'란 말이 허황된 말이 아닐 정도로 과학으로 밝혀진 뇌는 그만큼 신비로운 동시에 희망적이다. 다름 아닌 인류가 만들어낸 문제를 해결할 유일무이한 열쇠를 '뇌'가 갖고 있음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에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가 무수히 많다. 뇌의 무게는 전체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전체 혈액의 15%를 소비하고 산소 20~25%를 사용한다. 15초 정도만 혈액공급이 뇌에 차단되어도 의식불명에 이르고 4분간 중단되면 뇌세포는 복원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 받는다.
뇌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진화에 맞추어 발전해왔다. 역사적으로 인체의 어떤 장기보다 뇌가 더 빨리 진화된 것을 보면 인류의 진화가 곧 뇌의 진화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인간이 모든 만물의 영장으로 우뚝 선 것 역시 다름 아닌 뇌의 비밀에 있다.
인간의 뇌는 포유동물 중에서 신체크기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크다. 뇌는 기능적으로 신피질, 구피질, 뇌간의 3개 층으로 나눌 수 있다. 진화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뇌간은 '파충류의 뇌' 혹은 '원시뇌'로 불리며 생명현상을 직접 담당한다.
포유류가 출현하면서 발달한 것이 다름 아닌 구피질인데, '포유류의 뇌'라 불리며 신피질 아래쪽에 있으며 감정과 관련된 대뇌변연계를 포함한다. 마지막 오늘날 인간의 무한한 창조성의 바탕인 신피질. 언어활동을 토대로 기억, 분석, 판단하는 모든 창조활동이 이루어져서 '인간의 뇌'라는 별명을 지닌다.
중요한 것은 이 3개 층을 이렇듯 두드러지게 갖고 있는 생명체가 없다는 점이다. 뇌의 3층 구조의 편향성이 곧 오늘날 인류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인류는 신피질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자연스러운 감정 작용이 억제되고 논리와 사고가 앞서며, 끊임없이 일어나는 스트레스와 과도한 사고 작용에 따른 지나친 신피질의 사용은 구피질의 자유로운 감정정화와 뇌간의 생명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어느 하나의 활성화는 다른 것의 퇴보를 초래시켜 결국 통합된 뇌의 기능이 아닌 편향된 기능을 강화시켜 부작용을 만든다. 오늘날 인류가 만들어낸 갖가지 문제가 그러하듯.
인간은 뇌의 3층 구조에서 보듯 '생명현상', '감정정화', '성찰과 창조'의 모든 능력을 갖고 있다. 인간의 생명활동을 담당하는 뇌간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인간 본연이 가진 생명에너지를 극대화시킬 수도 있으며,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도 있다. 또한, 창조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물어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을 할 수 있는 위대함을 가진다. 이것은 그 어떤 다른 생명체도 갖지 못한 능력이다.
또한, 인간의 신체 중에서 정보교환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뇌이다. 보이는 생리화학적인 작용은 보이지 않는 정보로 나타나므로, 뇌는 수많은 정보로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정보의 작용이 물질적인 현상을 만들어낸다. 건강한 정보와 오염된 정보가 만들어낼 뇌의 현상은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결국 한 사람의 가치는 그 사람이 가진 뇌의 정보 양과 질에 따라 달라진다.
뇌는 모든 것을 창조할 수 있으며 모든 것을 파괴할 수도 있다. 자신의 뇌를 어떠한 상태로 유지시키는지, 어떠한 정보로 채워갈지가 자신의 미래를 만든다. 그 뇌가 모이고 모여 인류의 미래를 만든다. 그만큼 뇌는 중요하다.
현재 뇌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식의 90%는 최근 15년 동안 발견된 것들이다. 뇌는 아직 온통 수수께끼투성이다. 하지만,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말미암아 그 동안 가려져 있던 많은 현상들이 밝혀지고 있다. 아직 숨겨진 비밀이 너무나 많지만, 인간의 뇌가 가진 중요성은 지금껏 알려진 것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다.
더 이상 뇌가 인류가 다가갈 수 없는 영역이 아닌, 활용해서 변화시켜야 할 대상이며, 뇌를 변화시킴으로써 오늘날 직면한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앞으로 과학으로 밝혀낼 그 어떤 뇌의 신비보다도 더 큰 발견이 아닐 수 없다.
'뇌는 인류가 가진 마지막 희망이다!'
덧붙이는 글 | [자료제공] 한국뇌과학연구원(www.kibs.re.kr)
이 기사는 한국과학문화재단 발행 과학전문지 [ScienceTimes]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