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오후에 '3부 요인'을 경기도의 한 민간 골프장으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후에 골프를 쳤다. 노 대통령이 3부 요인과 골프 회동을 가진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청와대 수석·보좌관 등 보좌진과 여당 정치인, 그리고 야당 정치인 등과는 골프를 친 적이 있지만 3부 요인과는 라운딩을 가진 적이 없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오후 6시 이후에 보도해줄 것을 전제로 "노 대통령이 오늘 김원기 국회의장, 최종영 대법원장, 이해찬 국무총리 등 3부 요인과 서울 인근의 골프장에서 오찬을 함께 한 뒤에 운동중이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또 "노 대통령이 이날 오찬에서 최근 추진되는 사법개혁 등에 대해 편안하게 의견을 나누었다"면서 "오늘 모임은 노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라운딩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개정, 로스쿨 도입 등을 둘러싸고 사법개혁추진위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노 대통령의 '협조 요청'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휴일 골프 회동인 만큼 특별한 주제를 갖고 만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허리 전선에 이상이 없음' 과시한 셈

올해 들어 노 대통령이 골프장에 나간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월 권양숙 여사와 함께 청와대에서 '눈꺼풀 수술'을 받은 뒤에 제주도에 휴가를 가서 잠깐 라운딩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해찬 국무총리의 기자간담회 '실언'으로 노 대통령의 '허리 디스크 이상설'이 언론에 보도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이날 '허리 이상설'의 진원지인 이해찬 총리를 포함한 3부 요인과의 골프 회동으로 '허리 전선에 이상이 없음'을 과시한 셈이다.

노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의 '골프 인연'은 매우 유별나다.

노 대통령이 골프를 시작한 지는 올해로 9년째이다. 노 대통령은 1996년 총선(서울 종로 출마)에서 낙선한 뒤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1992년 총선, 1995년 부산시장 선거에 이어 지역구를 서울로 옮겨가면서까지 재기를 노렸으나 좌절한 데 따른 마음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서였다.

노 대통령은 이때 부인 권양숙 여사와 함께 골프 연습장을 찾아 함께 골프를 배웠고, 시간 나는 대로 골프장에 나가는 등 골프 치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골프를 시작하면서도 평소의 지론대로, 먼저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이론을 마스터한 뒤에 실전에 뛰어드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노 대통령은 컴퓨터를 처음 배울 때도 컴퓨터를 집에 사들고 가서 당시 중학생이던 아들 건호씨와 함께 내부를 다 뜯어보면서 실전을 익힌 것으로 유명하다.

골프에 빠진 노 대통령의 1차 목표는 유인태 의원 잡기

골프에 빠진 노 대통령의 '1차 목표'는 통추 시절부터 '잡기'(雜技) 능하고 '내기'에 강한 유인태 의원. 그러나 유인태 의원이 "노 대통령이 2000년 4·13 총선에 떨어지고 나서 골프를 처음 쳤는데 '언어카운터블'(unaccountable)이었다"면서 "한번은 필드에 나가서 멀리건(타수에 넣지 않는 미스샷)을 두 번이나 줬는데도 116타를 쳤다"고 회고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그때만 해도 노 대통령의 골프 실력은 상대가 안되었다.

참고로 유인태 의원이 17대에 등원해 스스로 매긴 골프 실력은 '110타'로 썩 좋은 실력은 아니다.

그후 노 대통령은 '대권 행보'에 뜻을 품은 2000년 8월 해양수산부 장관이 되고나서부터 '절치부심'해 골프를 본격적으로 배워 재도전했다. 이때 노 대통령은 매일 아침 연습장에 나가 프로 골퍼로부터 레슨을 받는 등 공개적으로 골프를 치고 다녀 정치권에서는 "노무현이도 골프를 친다더라"는 말이 나돌았다.

이후 노 대통령은 대권 레이스에 돌입해 2001년 11월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당시 대선전략·기획통인 이해찬 의원을 찾아가 "경선에서 꼭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당시만 해도 민주당 현역 의원 가운데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때였다.

뒤늦게 배운 골프이지만 싱글 수준(82타)인 이 의원은 당시 노무현을 돕겠다는 생각에서라기보다는 가볍게 "그러면 골프나 한 번 치자"고 제안했고, 이렇게 해서 이 의원의 초청으로 노 대통령은 '만만한' 유인태 의원과 역시 통추 멤버인 원혜영 당시 부천시장으로 조를 짜서 함께 라운딩을 했다. 경기도 안산의 한 골프장에서 네 사람이 골프를 쳤는데 가장 실력이 뒤처졌던 노 대통령이 89타를 쳐 성적이 제일 좋은 바람에 다시 보게 되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이해찬 의원과의 골프 회동을 통해서 자신을 도울 의사를 갖고 있던 이 의원을 자기편으로 만듦으로써 어찌보면 민주당 경선 승리의 계기를 만든 셈이다. 삼국지의 유비가 천하를 도모할 뜻을 품은 '도원결의'에 비유하면, 이날의 회동은 노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가 처음으로 대권 도모에 의기투합한 '안산 골프장 결의'였던 셈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분이 얼마나 좋았든지 집에 가자마자 권 여사에게 "여보, 오늘 유인태랑 나가서 89타 쳤다"고 자랑을 했다는 얘기는 참모들의 인구에 회자되는 무용담이다. 노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의 골프 인연은 '병주고 약주기'가 아니라 '약주고 병주기'인 셈인가?

덧붙이는 글 |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