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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분담금 삭감에 따른 '보복조치'라고?

오늘(6월 3일) 주한미군 한국인 노조는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미 지난 4월 1일 찰스 캠벨 주한미군 참모장은 한국인 노동자 1천명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5월 27일 주한 미 7공군은 112명의 한국인 근로자들에 해고를 통보했다. 주한 미7공군 측에 따르면 "한국 측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삭감에 따른 경비 절감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다. 방위비 분담금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는 점, 도리어 방위비 분담금이 줄어들어야 할 논리적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다른 글(<오마이뉴스> 4월 6일자 「캠벨의 방위비분담 불만은 '작계5029' 겨냥한 노림수?」)에서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미 7공군 측이 이와 같은 이유로 해고를 결정했다면 이는 위법의 가능성이 높다. 근거를 보자.

먼저 SOFA 합의의사록 제17조 2항 '노무' 조항을 보자.

"… 합중국 정부는 정당한 이유가 없거나 혹은 그러한 고용이 합중국 군대의 군사상 필요에 배치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고용을 종료하여서는 아니된다. …"

첫째, 방위비 분담금은 줄어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분담금과 해고와는 직접적인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해고의 합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방위비 분담금이 늘어날 때마다 고용을 그만큼 증가시켰는지, 방위비 분담금은 곧 노무비였는지 되물어보면 해답이 분명해진다.

둘째, 군사상 필요라고 해명한다면 차라리 그 해고는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2001년 미국의 QDR(Quadrennial Defense Review: 4개년 국방보고서) 이후 본격적으로 GPR(Global Posture Review: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이 시작됐다. GPR에 따라 용산기지이전협정이 이루어졌고,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이 있었다. GPR에 따른 주한미군의 재배치 및 재구성, 즉 경량화·전략적 기동군화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주한 미군의 1/3 철수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 업무를 주로 담당해온 주한미군의 한국인 고용원 감축은 사실상 2001년에 예정돼 있는 일이었다. 주한미군은 미군의 세계전략에 따라, 미군의 군사상 필요성의 감소에 따라 주한미군 고용원의 해고를 시작했다는 점을 정면으로 밝히는 게 낫다. 역으로 방위비 분담금 삭감을 명분 삼는 주한미군의 태도나 이를 보복으로 해석하는 일부 언론의 태도 또한 잘못된 것이다.

용산기지 이전은 GPR의 일환이다

주한미군이 굳이 사리에 맞지 않는 변명을 하는 이유를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해고의 시작을 LPP와 용산기지 이전의 정도에 맞춘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해고가 사실상 먼저 시작된 것이다. 아직 군사상의 필요가 있기 전에 선(先)해고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 본질적인 또 한가지는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일관되게 용산기지 이전과 GPR은 무관하다고 홍보해 왔다는 점이다. 용산기지 이전이 미측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GPR의 일환이라면 이는 미측 용산기지 이전 비용분담의 근거가 된다. 그 때문에 우리 측 비용전담의 근거로 '용산기지 이전은 GPR과는 무관하게 우리가 요청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비용부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늘 강조하지만 분명한 잘못이다.

용산기지 이전과 GPR은 확실한 상관관계가 있다. 용산기지 이전과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주한미군과 우리 정부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용산기지 이전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은 필연적이다. 용산기지 이전을 미국의 GPR, 즉 군사상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해고는 손쉽게 그 정당성을 획득한다. 그런데 해고의 합법성을 주장하기 위해 군사상 필요성을 인정하다보면 결국 용산기지 이전비용 한국전담 원칙이 그 근거를 잃게 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국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게 되는 것이다.

줄줄이 예정된 해고의 보호장치는 사실 상 없는 셈

GPR에 따른 용산기지 이전과 LPP협정에 의해 주한미군 고용인의 해고는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들의 투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용산기지 이전협정(UA) 어디에도 이들을 보호할 만한 장치는 없다.

정부의 용산기지 이전협정 설명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일실수입의 보상 및 한국인 해고보상 등을 포함한 SOFA에 포함되지 않는 청구권(Non-SOFA 청구)에 대해 보상할 책임이 없다'. 그러면 이들은 미국 쪽의 보상을 요구할 수 있을까? 문제는 미측이 이를 보상한다는 규정 역시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청구권 문제에 있어서만큼 미국도, 한국도 책임이 없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극히 비관적으로 해석하자면, 양국 정부의 합의로 대한민국 국민이 갖는 합법적 청구권의 근거를 부정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부정함으로써 모든 문제는 해결되는가? 청구권을 적극적으로 보상해주는 것도 일종의 부담이지만, 보상받지 못하고 그 손해를 고용인이 뒤집어쓰는 것 또한 일종의 부담에 해당한다. 상황이 이런 데도 한국정부는 지금까지도 90년 용산기지 이전협정(MOA)에서 보장됐던 청구권 조항을 삭제한 것을 커다란 성과로 홍보한다. 참고로 일본과 독일 등 외국의 경우, 정부에서 혹은 미측과의 합의 하에 청구권을 책임지고 보장해줬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구제받아야 하나? UA 제5조가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불가피한 잡비(unavoidable miscellaneous costs)" 조항이 그것이다. 정부는 소액의 행정잡비를 의미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2004년 1월 용산기지 이전협상 당시 미측은 '비용소요 목록표'를 정부에 전달해온 일이 있다. 이 목록표에서 미측은 기타비용에 "1. 재고용 불가한 한국인 고용원에 대한 퇴직 수당(severance pay) 2. 불가피한 계약종료 및 계약변경에 따른 보상비 3. 이전으로 인하여 직접적으로 피해가 발생하는 제3자에 대한 보상비 및 이태원 상인 수입보상 요구" 등이 포함된다고 제안해 온 것이다.

만일 이 제안대로 협정이 이루어졌다면 해고된 고용인들의 청구권은 기타비용에 포함되어 보장되게 된다. 물론 기자도 미측의 제안보다는 '한국 정부는 보상할 책임이 없다'는 정부의 설명을 믿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계약에 꼼꼼하기로 유명한 미국이 청구권 조항을 완전히 무시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면해석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용산기지 이전협상의 성과를 포장하기 위해서 직접적인 청구권 조항보다는 기타잡비 조항에 해석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여기에 또 다른 딜레마가 있다. 이면계약을 시인하자면 용산기지 이전협정에 대한 성과 홍보가 날아가게 되고, 이면계약을 부인하자면 해고된 고용인들의 권리가 무시된다. 정부는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보상책임 없음'을 홍보해왔지만, 그렇다고 이를 '미측이 보상할 것'이라는 설명 또한 한 적이 없다.

정부의 분명한 입장표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리고 협상과정에서의 표면적인 해석과는 달리 내부적으로 어떤 합의가 있었다면 정부는 지금 당장 그 내용을 공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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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영남대, 전남대 로스쿨 및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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