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국방의무에 대해 강변하던 보수세력과 군부의 권력자들조차 자녀들의 병역기피를 도왔다는 뉴스와 그들 스스로 고백해버린 군대의 비합리성, 전쟁과 군대, 인간이 인간을 파괴하는 전쟁행위와 이를 수행하기 위한 무기, 그리고 군대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함께 행복하고 즐겁고 싶을 뿐, 서로 적대시하고 서로를 위협하며 끊임없는 불안과 긴장 속에 살고 싶지 않다."
장애인 인권활동가인 문상현(27·청년인권연대 대표·사회당 당원)씨가 현역입영 통지서를 찢어버리는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강조한 말이다.
그는 입영통지서에 명시되어 있는 춘천 000 보충대 입소 예정시각인 7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방 국민은행 앞에서 A4용지 5쪽짜리 '양심적 병역거부 이유서'를 10여분간에 걸쳐 낭독했다. 그는 이날 "총과 칼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안전과 복지를 확충할 수 있는 대체 복무제 도입으로 우리의 공동체를 아름답게 지키고 싶다"며 대체복무제 도입을 호소했다.
문씨는 또 "이라크 전쟁이 내전으로 전화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탄압과 저항하기 위한 테러, 유고슬라비아의 내전과 체첸 반군의 러시아 테러 등 세계 곳곳에서 피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며 "타인의 죽음을 나와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총칼에 짓밟히는 생명과 자연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씨는 "부시행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북의 핵개발로 인해 한반도 전쟁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미국의 패권적이고 일방적 정책에 반대하며 전쟁 대비를 위한 군비증강이 아니라 평화군축을 제안하고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문씨는 8일 충북지방병무청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어 병역거부에 대한 입장을 거듭 밝힐 예정이다. 또한 사회당과 장애인권단체들은 15일과 16일 서울과 청주에서 문씨와 함께 하는 간담회 및 후원의 밤을 열 계획이다.
한편 사회당과 '전쟁 없는 세상' 등 30여명도 문씨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지지하고 대체복무제 도입과 징집제 폐지를 촉구했다.
사회당은 이날 지지 성명에서 "우리나라는 1990년 UN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가입했음에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해 비전투적 또는 민간 성격의 대체복무 제도를 실시하라는 권고 또한 계속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류경희(성인장애인교육모임)씨도 "대체복무제도는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며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죽음과 같은 것"이라며 "양심을 속이지 않고 양심껏 살고 싶은 이 땅의 기둥들을 아무 대책 없이 잘라 버리는 헌법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쟁 없는 세상'의 최정민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계속 늘면서 6월 현재 1100여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며 "오는 15일 임시국회 국방위 법률심사소위에 대체복무제 등이 담긴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어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시민단체들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