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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의견이 서로 부딪히면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것을 확신하게 된다. 어느 식당 벽에 걸린 목(木)와불의 사진을 보고 시비가 시작되었다. "목와불은 사천 백천사의 목와불이 세계최대의 목와불이라 하더군"이라는 나의 말에 그는 "무슨 말씀, 기장 금산사의 목와불이 세계최대의 목와불이다"고 주장했다.
나는 최근에 사천 백천사의 목와불을 보았고, 그 역시 최근에 기장 금산사의 목와불을 보았기 때문에 '세계 최대의 목와불'에 대한 서로의 믿음에 대한 확신의 끈을 놓지 않았다. 급기야 가운데 앉은 친구가 심판을 내렸다. "오늘은 소주값은 세계 최대의 목와불 싸움에서 지는 사람이 부담"하라는 결정이었다. 서로 자신이 있다고 심판의 제안에 동의를 했다.
내 경우 길을 가다 사찰 이정표가 나오면 그 표지를 따라 사찰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내가 불교신자가 아니기에 부처님께 예를 올리는 목적보다 절집을 찾아가는 재미와 어떤 절집을 찾아가든 낯익은 산길과 비슷비슷한 풍경 속에 저마다 한 가지 정도의 자랑거리가 있는 곳이 절집이기에 구경꾼의 입장에서 부처님을 보러간다.
결국 세계최대의 목와불의 심판을 위해 기장 금산사를 찾아가 보았다(백천사는 얼마 전 본 기자가 구경갔다온 기사가 있다).
금산사.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 오리 547 (주지 무유 스님)' 정도가 인터넷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정보의 전부일 정도로 빈약(?)한 절집이다. 유명한 기장 장안사 입구에서 보면 금산사 이정표가 보인다. 버스길에서 산길로 2km 정도의 위치에 있으므로 넉넉한 마음으로 산책을 하거나 승용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금산사에 도착을 했다. 과연 대웅전 앞에 '세계최대 목와불 몸속법당 천년 목어 도량'이라는 현수막이 신도들과 구경꾼에게 홍보를 겸한 인사를 한다.
사찰규모는 소문으로 일부러 찾아온 절집 치고는 소규모라기보다는 단촐할 정도로 작다. 그만 그만한 야외 음식점(가든이라고 칭하는)의 크기 정도로 빈약(?)하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일부러 찾아간 절집 중에서 가장 작고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세계최대의 목와불'께 인사를 드렸다. 백천사 목와불이 세계최대인지 금산사 목와불이 세계 최대인지 금방 판단이 서지 않는다.
금산사는 대웅전이 전부이고 또 목와불 몸속법당이 전부인 사찰이다. 그래도 대웅전이 아름답게 중심을 잡고 있고 한켠에는 여느 절집과 마찬가지로 포대화상(布袋和尙)께서 예의 푸짐한 몸집과 인자한 표정으로 햇살을 즐기고 있다. 포대화상의 자리 뒤편에는 아담하게 신자들의 소원성취를 담당하는 목어가 '복전함'을 거느리고 여의주를 담은 입을 벌리고 있다.
금산사 '목와불 몸속법당'이 입소문을 타고 퍼지자 많은 신도들이 금산사로 오는 것 같았다. 눈으로 보아 오래되지 않는 사찰이지만 '목와불 몸속법당'만으로도 웬만한 전통과 법통을 가진 사찰보다 신도들의 방문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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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월20일. 음5.14)은 월요일이고 또 불교 쪽에도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많은 신도들이 '목와불 몸속법당'을 찾아서 방문을 하고 있어 좁은 대웅전이 붐빈다.
금산사 몸속법당에는 비로자나부처님과 아미타부처님, 그리고 노사나 부처님의 삼존불(三尊佛)이 모셔져 있다. 비로자나불은 진리를 상징하는 법신불로 대일여래(大日如來)라고도 한며 수인(手印)은 오른손으로 왼손의 집게손가락을 감싸고 있는 모습인 지권인(智拳印)의 모습인데, 이는 부처님의 세계와 중생의 세계가 본래 하나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미타불은 불신불로 수인은 시무외인(施無畏印)과 여원인(與願印)의 모습을 하고 계신다. 노사나불은 서원과 보살행으로 성불한 모든 부처님을 상징하며 수인은 '설법인(說法印)'을 취하고 있다.
요컨대 금산사 목와불 몸속법당의 삼존불은 지금 시대의 중생들이 법신은 비로자나불을 통해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法. dharma)의 진리를 깨달음과 동시에, 아미타부처님의 가피력을 입어, 노사나불과 같은 지극한 서원을 세워 그것을 실현하자는 정신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여하튼 "절집은 크고 작고를 불문하고 한가지 구경거리는 있다"는 평소의 내 지론이 맞는 것도 같다.
대웅전 다음으로 귀한 곳이 지장전인데, 금산사의 지장전은 현판조차 달지 않는 형태로 앉아 있지만 내부는 큰 사찰의 지장전에 뒤지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절집에는 흔한 것이 금산사에는 보이지가 않았다. '약수터'가 그것이다.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금산사에는 약수터가 보이지 않았다. 신도들을 위해 약수 대신에 찬물과 더운물을 선택해 마실 수 있는 자리는 마련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줄자를 준비하여 백천사와 금산사를 다시 한번 찾아가야지 '세계최대 목와불' 시비가 해결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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