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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병호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지난 2월 국회 기자실에서 검찰의 삼성SDI 노동자 휴대폰 위치추적 수사포기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수사포기를 비판했다.
단병호 의원 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지난 2월 국회 기자실에서 검찰의 삼성SDI 노동자 휴대폰 위치추적 수사포기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수사포기를 비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삼성 X파일 사건과 관련, 불법도청의 피해자를 자처하는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위해 노조 사무실을 도청했다는 증언이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끈다.

삼성에서 노무관리업무를 맡았던 김형극씨는 지난 97년 출판된 <어느 삼성 노사관리자의 참회>란 책에서 88년 당시 밤낮없이 노조사무실을 도청했다고 털어놓았다. 공교롭게도 당시 상황에서도 <중앙일보>가 등장한다. 삼성중공업에서 노조설립을 주도하던 노동자들이 <중앙일보> 노조사무실에 들어가자 김씨가 이 사무실을 도청한 것이다.

삼성은 지난 25일 사과문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옳지 못한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며 "불법도청과 무책임한 공개 및 유포는 개인의 인권 확보와 우리 사회의 민주 발전을 위해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조 사무실 도청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삼성의 이같은 주장은 자신의 과거 관행에 그대로 적용되어 결국 '누워서 침뱉기'가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은 "노조 탄압의 무기로 도청, 감청, 휴대폰 위치추적을 해온 삼성이 도청으로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김 부대변인은 "안기부 불법도청 문제와 삼성재벌 일가의 노동자 감시, 돈과 펜을 동원한 정치통제는 경중의 차이가 없는 악폐"라며 "이건희 회장은 불법도청 문제를 핑계로 정경언 유착의 진실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정보전의 승리"

지난 4월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 법사위에서 삼성SDI의 노동자 불법 위치추적에 대한 특검법안을 제안설명했다.
지난 4월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회 법사위에서 삼성SDI의 노동자 불법 위치추적에 대한 특검법안을 제안설명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83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삼성코닝 구미공장 인사과, 삼성카드 총무과장, 포항지점장 등을 거쳤다가 95년 징계해고된 김형극씨는 책에서 삼성 노무관리 사례를 생생히 전했다.

김씨에 따르면 삼성은 노조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도청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했다. 그는 89년 회사 화장실에서 노동자 권익과 관련된 낙서의 범인을 찾기 위해 화장실 잠복근무를 하기도 했으며 삼성은 전 사원 필적조회를 통해 결국 주인공을 잡았다.

또한 삼성의 노동자 휴대폰 위치추적 의혹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안이다. 도청은 아니지만 이 역시 사생활 침해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04년 노조설립을 준비하던 삼성 SDI 전현직 노동자 10여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휴대폰 '친구찾기' 서비스에 가입돼 누군가에게 위치추적을 당했다며 '누군가'와 이건희 삼성 회장, 김순택 삼성SDI 대표이사 등을 고소했다. 그러나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휴대폰 위치추적 사실까지는 밝혔으면서도 끝내 그 '누군가'를 찾지 못해 올해 2월 기소를 중지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핵심용의자들의 통신과 계좌 등에 대하여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 등 수사가 불충분하다"고 반박했으며 "최근 특수부, 공안부 검사들이 삼성 구조본부에 대거 취업하고 있어 검찰의 공정성에 의혹이 제기된다"며 지난 2월 삼성에 대한 특검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번에 삼성 X파일 사건에 대한 특검법안이 발의되면 국회에는 두 건의 삼성 관련 특검법안이 다뤄지게 된다. 그럴 경우 삼성은 사생활 침해의 '피해자'와 '가해자'로 동시에 등장할 예정이다.

지난 2000년 출판된 <노조없는 기업경영>의 저자 김선동씨는 책에서 "노조없는 삼성의 경영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했던 요인이 바로 정보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선동씨는 "비서실은 전국 각 사업장에서 올라오는 정보를 종합해서 그날 그날의 상황을 분석하고 대처해 나간다"며 "이렇게 수집되는 정보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한가는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노사분규에 대한 정보를 당국에서 삼성에 물어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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