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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거벗은 121명의 남녀노소가 삶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속에 인간의 욕망과 투쟁, 환희와 슬픔을 역동적으로 농축시켜 놓았다.
ⓒ 한석종

▲ 수십명의 아이들이 서로 뒤엉켜 마치 과자 하나를 놓고 앙증맞게 다투는 모습이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 한석종
비겔란은 시간의 경과를 인간의 일생으로 풀이하여 그 삶의 수레바퀴가 남긴 자국들을 하나하나 조각으로 새겨 놓았다. 비겔란 조각공원의 모노리트(Monolith 하나로 된 원통형의 돌기둥) 앞에 서면 그동안 지나온 삶의 굴곡이 타이어 바퀴자국처럼 선명히 떠오른다.

비겔란 조각공원의 모든 길은 공상과 역동의 인간군탑인 모노리트로 통한다. 이 모노리트는 비겔란에 의해 석고로 만든 것을, 3명의 석공이 14년에 걸쳐 만든 것으로 1943년 비겔란 죽기 직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이 모노리트에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과 투쟁, 희망과 슬픔이 화강암 기둥 하나에 그대로 농축되어 있는 작품으로 비겔란의 탁월한 예술적 감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높이 17.3m, 무게 260t에 이르는 거대한 화강암 기둥에 벌거벗은 121명의 남녀노소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 내면의 원초적인 감정상태를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탑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정상을 향해 안간힘을 쓰며 기어오르는 모습이 부조되어 있는데, 마치 인생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처럼 비쳐져 비장함마져 느껴졌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손을 내밀어 떨어지는 사람을 끌어올리는 장면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임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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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리트를 정점으로 아래쪽에 12줄의 조각군들이 동심원을 그리며 펼쳐져 있다. 거대한 모노리트가 인간의 온갖 삶의 단면을 농축시켜 놓았다면, 이 조각품들은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을 세밀하게 풀어내고 있다.

비겔란의 작품에는 가족-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랑과 갈등-을 소재로한 작품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 불우한 유년 시절을 눈물겹게 보냈던 그였기에 목말랐던 가족의 따스한 정을 마음껏 그려넣고 싶지 않았을까?

특히, 그는 어린아이들을 무척 사랑했던 것 같다. 그의 작품에는 아이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수십 명의 아이들이 서로 뒤엉켜 마치 과자 하나를 놓고 앙증맞게 다투는 모습을 그려놓고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길게 젖을 늘어뜨린 채 엎드린 엄마 품속에서 강아지들처럼 젖을 빠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가득 불어넣기도 하고, 그 등에 올라 타 그지없이 당당한 자세로 해맑은 미소를 짓는 아이들의 모습은 돌로 만든 형상이라는 느낌을 훨씬 뛰어넘는다.

만지면 따스한 체온이 손끝에 느껴질 것 같고, 밀치면 금방이라도 벌렁 넘어져버릴 것만 같으며, 주먹으로 내리치면 코피를 줄줄 흘릴 것만 같은 생동감이 넘쳐난다. 인간의 생노병사와 희노애락이 이 하나의 기둥 모노리트에 농축되어 있으며 그 밑의 12줄의 현이 잔잔히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소년 소녀들이 무릎을 꿇고서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먼곳을 응시하며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고, 두 명의 소녀가 마주선 물구나무 사이로 행가래치는 모습은 서로를 의지하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전해주는 듯하다.

▲ 저토록 넓은 품안을 보았는가! 어머니의 품안은 바다보다 넓고 그 사랑은 하늘보다 더 크다.
ⓒ 한석종

▲ 오누이와 형제, 자매의 애틋한 정이 물씬 풍겨난다. 이러한 가족애가 고단한 삶을 지탱해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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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록 당당한 자세와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토록 나는 기꺼이 아이들의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지고 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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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상한 갈비뼈에서 느껴지는 굴곡진 삶이 이 손자들에게까지만은 번지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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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그저 희희락락(嬉嬉樂樂)인냥 소녀들의 끊임없는 재잘거림이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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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들의 호기심은 예나 지금이나 끝이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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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를 의지하면 어떠한 어려움도 거뜬히 이겨내고 행가래 쳐주는 일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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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자식이 있어 외롭지 않고 행복할 수 있었네! - 아버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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