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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찼다!"

이것이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 세계명작 편>을 펼쳐 본 나의 첫 느낌이었다. 책의 무게뿐만 아니라 비어 있는 곳 별로 없이 꽉 찬 내지 편집과 마주친 인상이었다. 이 책에서 다룬 세계명작들의 무게는 또한 얼마나 큰가!

일본 문학가들이 일구어낸 세계명작 백과 864쪽

▲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 세계명작 편>
ⓒ 이다미디어
이 책은 모두 226편의 세계명작을 다루고 있다. 프랑스, 영국, 미국, 독일, 러시아 문학, 그 밖의 세계 각국의 문학 순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세계의 시와 시인, 노벨문학상에 대한 소고, 노벨문학상 수상자 일람표가 권말부록으로 있다.

하드 커버에 내지가 864쪽이니 들고 다니기도 힘들 정도다. 처음엔 저자가 이 많은 문학 작품을 읽고 정리했다면 그것은 대단히 경이롭고 경외스런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쿄외국어대 교수인 가메야마 이쿠오 외 101명이 저자라는 말을 듣고 "기적은 아니었군"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런 한편 우리 문학자들이 직접 쓴 글을 모아 놓은 이만한 책이 없는 우리의 현실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가 '명작(名作)'이라는 명사가 붙는 소설을 다 읽으면 좋겠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나온 세계명작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아닌 터라 속독을 하더라도 간단치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다 읽었으면 해 보지만 그것은 오히려 욕심일 것이다. 그럴 때 필요한 책이 바로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 세계명작 편>이다.

이 책에 필진으로 참여한 하라 다쿠야 교수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흔히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문학 작품을 별로 읽지 않는다고 말한다. 내 주위에 있는 학생들을 보면 그 말이 결코 옳지만은 않다고 여겨지지만, 한편으로 지하철 안에서 만화 잡지에 넋을 잃고 있는 젊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하기야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 세계명작 편> 5쪽에서


다쿠야 교수는 패전한 해에 중3이었고 폐문임파선염을 앓으며 집에서 요양했던 모양인데 '그때 느꼈던 만큼의 기쁨을 다시 느껴 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그 이유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책장에서 소설이라는 소설은 모조리 꺼내서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했다. 처음엔 일본 소설이었다. 그리고 부친이 번역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은 것이 다쿠야 교수가 대한 첫 서구문학 작품이었던 모양이다.

다쿠야 교수가 사춘기 소년의 호기심으로 만난 아름다운 유부녀 안나와 청년 장교 브론스키의 열렬한 사랑 이야기 <안나 카레니나>는 재미는 그다지 없었지만 일본 소설에서 느끼지 못했던 묵직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독자는 주인공에게 자신을 투영해서 그들의 인생을 같이 경험

세상을 떠난 지 100여 년이 지난 도스토예프스키나 체호프의 고전이 생활 관습이나 풍속, 기후가 다른 전세계의 독서가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쿠야 교수는 "주인공에게 자신을 투영해서 그들의 인생을 같이 경험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뛰어난 문학 작품은 시대나 국경을 초월해서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이다. 비록 시대와 언어권은 달라도 인간의 속성이나 삶의 본질은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다쿠야 교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예로 들어 이렇게 말했다.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서 실시된 대숙청으로 수많은 작가와 시인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중학교 교과서나 19세기 러시아의 문학 요강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런 소련도 1985년부터 고르바초프에 의한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에 의해 지하에 묻혀 있던 많은 작가들의 이름이 다시금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도스토예프스키가 100년도 더 전에 남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속에 나오는 이반의 극시 '대심문관(大審問官)'에서 제기한 빵과 자유라는 문제가 그야말로 가장 현대적인 주제라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것이다.
-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 세계명작 편> 7쪽에서


직장인과 청소년의 논술 향상에도 도움을 줄 책

이 책에서는 각 장마다 이들 각국 문학의 흐름에 관한 개요로 시작하여 각 명작마다 줄거리, 작가 소개, 작품 속의 명문장, 참고 노트, 그리고 원서에는 없지만 '한국어판 번역서'에 관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출판사의 그 정성이 고맙다.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 세계명작 편>은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 세상을 바꾼 세계 고전·명저 편>에 이어지는 값어치 묵직한 번역서다. 세계 명작을 한 편이라도 더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들이나 세계 명작을 읽고 싶어도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 독서와는 벽을 쌓아놓고 있지만 세계 명작에 관한 지식을 지니고 싶은 사람에게 기쁨을 줄 만한 책이다. 그리고 직장인과 청소년들의 논술 향상에도 도움을 줄 만한 책이다.

덧붙이는 글 |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세계명작 편> 가메야마 이쿠오 외 100인 쓰고 임희선 옮김/2005년 6월 7일 이다미디어 펴냄/하드커버 223×152mm(A5신) 864쪽/책값 2만7000원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세상을 바꾼 세계 고전․명저 편> 사사키 다케시 외 69인 쓰고 윤철규 옮김/ 2004년 5월 20일 이다미디어 펴냄/하드커버 223×152mm(A5신) 840쪽/책값 2만7000원 

●김선영 기자는 대하소설 <애니깽>과 <소설 역도산>, 평전 <배호 평전>, 생명에세이집 <사람과 개가 있는 풍경> 등을 쓴 중견소설가이자 문화평론가이며, <오마이뉴스> '책동네' 섹션에 '시인과의 사색', '내가 만난 소설가'를 이어쓰기하거나 서평을 쓰고 있다. "독서는 국력!"이라고 외치면서 참신한 독서운동을 펼칠 방법을 다각도로 궁리하고 있는 한편, 현대사를 다룬 6부작 대하소설 <군화(軍靴)>를 2005년 12월 출간 목표로 집필하고 있다.


교양으로 읽어야 할 절대지식 (세계명작 편)

가메야마 이쿠오 외 지음, 임희선 옮김, 이다미디어(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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