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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들어가는 길에선 배가 물살을 가르고 지나가자 그 물살이 강변에 이르렀다 밀려나오며 포물선의 완곡한 문양으로 강에 일렁거렸다. 산도 안개의 힘을 빌려 그 윤곽을 희미하게 숨기며 비슷한 문양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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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평사 입구의 나무 두 그루는 일주문을 대신한다고 한다. 나무는 하늘과 대화하고 싶었나보다. 나무가 저 정도 컸다면 그것은 큰 정도가 아니라 수십년의 공력으로 저만큼 날아오른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아득한 높이는 컸다기보다 날아올랐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나무 옆의 의자에선 사람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도시에 있을 때 대화는 회색빛이나 산에 오면 대화는 초록에 물든다. 초록빛 대화를 꿈꾼다면 자주 산에 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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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문. 일주문 다음에 만나는 문이다. 보통 절에 갔을 때 처음 만나는 문이 일주문이며 그 중간에는 사천왕상이 있는 천왕문이 있고, 그 뒤쪽으로 해탈문이 있다. 청평사의 회전문은 일반 사찰의 중문인 사천왕문에 해당되는 문이다.

여기서 회전이란 돌고 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그런 의미의 회전문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돌고 도는 인연을 생각하며 몸을 한 바퀴 돌렸다가 들어가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돌고 도는 인연은 이 회전문에선 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돌고 도는 사람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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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문을 지나면 경운루란 이름의 누각이 있다. 그 경운루의 가슴으로 들어갔더니 바로 앞 회전문의 지붕이 보이고, 그 위로 일주문 나무가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처음엔 나무가 하늘을 날아오르려 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보니 나무가 정작 궁금했던 것은 바로 누군가의 가슴 속이 아니었던가 싶었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세상에 또 있으랴. 그 꿈이 저렇게 높이를 키우도록 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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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부처님은 가장 깊숙한 곳에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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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보전. 안락함과 편안함은 부처님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 곳의 옆으로 약간 비켜난 곳에 있었다. 부처마저 버려야 그곳에 이를 수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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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폭포. 이름은 아홉 가지 소리란 뜻이다. 폭포는 물이 만드는 숲의 휘장이다. 숲 속의 휘장은 반드시 계곡을 흐르는 물에게 맡겨야 한다. 그곳에 인간이 만든 천조각에 버려졌을 때의 그 흉함을 생각하면 물이 숲의 휘장을 만드는 데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청평사에 오르고 내려오는 길은 내내 계곡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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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여러 가지 색을 갖고 있다. 그것은 투명한 듯하지만 속도를 얻으면 흰색이 되고 깊이를 얻으면 푸른 기가 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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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계곡의 물은 걸음이 바쁘다. 이상한 것은 무엇인가 걸음이 바쁜 것이 우리 곁을 지나면 우리도 그 속도감에 휩쓸리기 마련이나 계곡에서만큼은 물이 빠른 걸음으로 제 갈 길을 재촉할 때 오히려 사람들이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아예 그 자리에 내처 앉아 그 속에 발을 담근다. 그리고는 한참 동안 그 물의 속도감을 발등으로 툭툭 치며 마치 물의 길을 방해라도 하는 양 노닥거린다. 저리 바삐 제 갈 길을 가면서 사람들을 붙들어두다니 그때마다 저는 움직이면서 사람은 세워두는 계곡의 힘이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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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뱃길의 뒤에서 산과 물이 제 모습으로 풍경을 빚어 그것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습니다. 블로그 -->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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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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