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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청은 최근 브로커 홍씨의 전방위 로비에 연루된 총경급 간부 2명에 정직 1개월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이는 수사권 독립을 요구하면서 검찰 지휘를 벗어나려는 경찰이 제식구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경찰청 앞에서 열린 X파일 관련자 처벌 촛불시위 사진.
ⓒ 오마이뉴스 안홍기
경찰의 '51년 숙원'이 이뤄질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방침에 합의하고, 12일 전에 의원입법 형태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지휘에서 벗어나기 위해 줄곧 노력해온 경찰로서는 두 손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동안 경찰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도록 수사권이 조정되면 경찰 개혁과 함께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날 수 있다"고 호소해왔다. 정치권과 국민들이 '수사권 조정'이라는 오랜 숙원을 풀어주기만 한다면 깨끗하고 투명한 경찰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한 것.

그러나 '수사권 조정'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과 달리 경찰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여전한 '제식구 감싸기' 폐해 탓이다.

지난 2일 경찰청은 '검·경·언' 전방위 금품 로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브로커 홍아무개(64)씨와 연루된 경찰 간부들을 징계했다. 홍씨 로비에 걸려든 현직 경찰 간부는 청량리경찰서장과 인천 동부경찰서장. 경찰수사 결과, 이들은 홍씨에게 각각 100만원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총경급 간부들의 금품 수수 사실이 밝혀지자 경찰청은 시민감사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재발방지 차원에서 엄중히 죄를 묻겠다"는게 당시 경찰청의 공식 입장이었다.

하지만 100만원을 받은 두 간부들에게 내려진 징계는 고작 '정직 1개월'과 그에 따른 대기발령 뿐. 선물을 받은 다른 경찰관 4명에 대한 징계 역시 계고 조치에 그쳤다. 이같은 사실은 언론을 통해서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채 슬그머니 넘어갔다.

또 지난달 말까지 밝혀진 브로커 홍씨 관련 경찰관은 모두 15명에 달했다. 애초 금품 로비 연루 의혹을 받은 경관은 3명으로 알려졌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7명으로, 15명으로 숫자는 계속 늘어나면서 초기에 사건이 축소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들에 대한 조사결과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다.

경찰, '수사권 조정' 요구할 자격 있나

경찰청의 징계는 최근 같은 사건으로 직원을 징계한 MBC와 사뭇 대비된다. MBC는 지난 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홍씨 로비 사건에 연루된 강아무개 국장과 김아무개 차장, 홍아무개 차장 등 3명을 해고했다.

또 다른 직원 2명도 각각 정직 3개월과 대기근신 15일 처분을 받았다. '일벌백계'라는 MBC의 발표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파격적인 징계다. 이밖에도 MBC는 '윤리세칙'을 만들고 '클린센터'를 설치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MBC가 단호하게 대처한 이유는 간단하다. 받은 금품이 얼마였든, 또 이유가 어떻든 '도덕성'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언론사 직원들이 로비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로부터 브로커 홍씨와 관련된 검찰 관계자 명단을 넘겨받은 검찰도 치밀한 내부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홍씨로부터 로비를 받은 현직 검찰 관계자가 있다면 기소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MBC와 검찰에 비해 경찰의 대응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언론사 직원과 마찬가지로 '도덕성'을 무기로 삼아야 할 경찰 간부의 금품 수수 사실이 드러났어도, 책임지고 쫓겨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재발방지 차원에서 중징계하라"는 시민감사위원회의 권고도 소용이 없다.

지금 경찰청은 '떨어지는 낙엽에도'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반백년 경찰의 숙원이 막 이뤄지려는 이 때 처신을 잘못해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경솔함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다. 아울러 경찰은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독자적 수사권을 달라"며 끊임없는 요청을 보낸다.

그러나 드러난 내부의 '환부'도 도려내지 못하는 경찰이 과연 수사권을 달라고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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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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