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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시간. 아이의 뛰어난 연주에 금세 아이들이 모여듭니다.
음악시간. 아이의 뛰어난 연주에 금세 아이들이 모여듭니다. ⓒ 송주현
이런 가사의 F장조(바장조) 노래. 오늘은 이 음악을 리코더로 연주하기입니다. 아침시간에 연습할 기회를 주고 친구들 앞에서 연주를 하는 순서가 있습니다. 단순하고 짧은 소절이라 대부분 아이들이 익숙하게 연주를 하는데 한 아이가 여러 번 기회를 줘도 못합니다. 그럼 리코더보다 쉬운 멜로디온으로 해보라 하는데도 두 마디를 채 못 넘어가는 녀석. 일단 방과 후에 보자고 했는데….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 사랑했나봐 잊을 수 없나봐 자꾸 생각나 견딜 수가 없어…♪

아이가 가수 윤도현씨의 노래를 아주 맛깔스럽게 연주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멜로디온으로 말입니다. 담임인 제가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장단을 맞추니 주변 아이들이 슬슬 모여들고 합창이 이어집니다. 녀석은 악보는 못 읽을지언정 음악 감성이 뛰어난 아이인 것입니다.

"명준아, 선생님은 남잔데 왜 자꾸 사랑했나봐라고 하냐? 너도 남자잖아. 깔깔."

몰려드는 아이들 때문에 녀석이 슬슬 긴장하는 눈치이면서 그만 하려고 하기에 농담으로 어물쩡 넘기니 녀석은 흥이 났는지 다음 곡으로 이어갑니다.

♪어머나 어머나 이러지 마쎄이욧. 여자 마음은…♪

아이들은 백댄서로, 백보컬로 슬렁슬렁합니다. 아이고, 나참.

하긴, 따지고 보면 악보를 못 읽어도 한 번 들으면 그대로 따라서 치는 기타리스트를 제가 모르는게 아니고 손가락 세 개만으로도 블루스를 기가 막히게 연주하는 외국의 인기 가수를 알기는 합니다. 유명한 '아랑훼즈 협주곡'을 작곡한 로드리고도 시각장애자였다지요?

안드레아 보첼리의 'Sacred Arias' 음반 표지. 이 분도 시각장애인이지만 뛰어난 음악가이기도 합니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Sacred Arias' 음반 표지. 이 분도 시각장애인이지만 뛰어난 음악가이기도 합니다. ⓒ www.amazon.co.uk
"와! 우리 명준이 정말 끝내주는구나. '섬집아기'보다 백배는 더 어려운 노래를 정말 기가막히게 불지(연주한다는 말의 어린이 말)?"

분위기가 무르익는 김에 마침 가지고 온 CD 중에서 '안드레아 보첼리'의 성가곡을 하나 틀어주었습니다. 비온 뒤 아직 부옇게 흐린 날씨와 딱 맞네요.

"가슴이 뭉클해지는 노래지?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글쎄 시각장애래. 악보를 못 봐도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다는구나."

음을 잘 구분하는 귀를 가지고 태어난 저 녀석이 음악 이론까지 무장하면 정말이지 뭐가 되어도 되겠구나 싶습니다. 다행히 눈도 좋고 얼굴도 잘 생겼으니 차세대 비디오형 가수라고나 할까요? 우선 악보 읽는 것부터 가르쳐 주어야겠지요?

덧붙이는 글 | 어린이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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