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전시 국정감사에서는 독립운동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의 행적이 애국지사의 비문에 새겨져 있음에도 5년째 시정조차 하지 않고 있는 대전시(시장 염홍철)의 '배짱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행자위 소속 강창일 열린우리당 의원은 4일 대전시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염홍철 대전시장에게 "같은 공적비의 앞뒷면에 서로 다른 사람의 공적 내용이 새겨지는 코미디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 조부(이돈직)의 공적내용이 새겨진 것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 아니냐"고 추궁했다.
강 의원은 "이돈직씨는 국가보훈처에서 독립운동을 한 증거가 불충분해 심사보류됐고 서훈을 받은 바도 없다"며 "그런데도 대전지역의 대표적 애국지사인 김용원 선생의 생애비와 휘호비에 확인되지 않은 이돈직씨 행적을 끼워넣은 기념비를 왜 그냥 두고 있냐"고 캐물었다.
이에 대해 염 시장은 "현재 당사자(비문에 새겨진 양 후손) 간에 민·형사 소송이 제기돼 있어 그 결과를 봐야 하고, 역사적 사실도 검증돼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염 시장의 발언과는 달리 양 후손간에는 제기된 소송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전시는 비문에 엉뚱한 사람의 공적을 끼워넣은 해당 단체에게 비문 수정을 지시해 이를 이행하겠다는 각서도 받아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대전시가 (비문 사업에) 보조금을 보조했는데 제대로 확인 못했던 것이 불찰 아니냐"며 "어떤 연유로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의 조부 행적을 비문에 새겼는지 철저히 조사해 서면으로 답변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강 의원은 한국전쟁 당시 군경에 의해 집단 학살된 대전 산내학살 사건과 관련해서도 "대전시가 진상규명과 유골수습 및 위령사업을 위해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염 시장은 "예"라고 짧게 답했다.
대전광역시는 지난 2000년 대전애국지사숭모회(회장 이규희)의 요청에 따라 대전지역 대표적 항일운동가인 애국지사 김용원 선생의 휘호비 및 생애비 건립사업으로 국고를 보조했다.
그러나 이 비문에 당초 계획에 없던 계룡건설 명예회장의 조부인 고 이돈직의 생애비문을 '독립운동가'로 새겨 넣었다. 정작 진짜 독립운동가인 김용원 선생의 생애비문과 휘호비문은 뒷면에 새겨져 있다.
또 김용원 선생이 이돈직씨와 함께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기재돼 있으나 이씨의 독립운동여부는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전시는 거듭된 민원제기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5년째 기념비 문안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