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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표지
ⓒ 여름언덕
강유원은 참 특이한 사람이다. 대단한 독서가로 박학다식하고 '회사원 철학자'라는 필명답게 야간에는 철학 강좌를 하는 선생님이다. 외유(外柔)는 잘 모르겠으나 자기 자신을 엄격하게 다스리며 학문에 정진하는 내강(內剛)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본인의 글들을 스스로 '잡문'이라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책에 대해, 지식인과 학문에 대해 이야기하는 폼이 사뭇 범상치 않다.

그가 묻는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우리 대부분은 공산주의라고 대답할 것이다. 정답은 "독재 또는 전체주의"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차원의 주제이고, 정치적 의사결정 방식에 따라 민주주의와 독재는 양극으로 나뉜다. 공산주의는 경제체제의 하나로 보아야 하고 공산주의의 반대는 '자본주의'가 되어야 한다.

그는 철학 선생님답게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는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가?", "자본주의 국가는 전체주의 국가인가?" 라는 명제를 던지고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를 예로 들어 '패스트푸드 전체주의'를 설명한다.

'맥도날드화'는 패스트푸드점의 원리가 전 세계의 많은 부문들을 지배하게 되는 사회경제적 현상을 의미한다. 맥도날드의 경영전략은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통제로 현대사회가 움직여가는 기본적인 작동원리이면서 동시에 특정집단에 속한 인간 전체를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전체주의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은 우리 생활의 모든 측면을 지배한다. 태어나는 순간 엄마 젖을 먹기 보다 분유를 먹게 하고, 분유에 이어서는 이유식, 그 뒤를 이어 패스트푸드를 먹게 한다. 죽을 때도 고상한 장례식을 치러주는 장례 산업의 도움을 받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유포하고, 신상품을 출시한다.

기업은 정부를 움직이고 반대세력을 무력화시켜서 우리의 인생전체를 기업의 식민지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 기업의 전체주의'이고 이 전체주의를 움직이는 메커니즘이 바로 '맥도날드화'인 것이다.

우리의 일상을 파고 들어와 있는 자본주의 기업에 의한 전체주의는 '일상적 형태의 전체주의'이다. 정치적 행태의 전체주의가 농약이라면 일상적 형태의 전체주의는 생물학적 오염과 같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기업에 취직하여 자신도 모르게 기업의 전체주의 지배를 돕고 있으나, 그것이 결국에는 우리의 목숨을 겨누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빤히 알면서도 어쩌질 못하는 이것이 바로 '일상적 파시즘'의 본질적 내용이고, '패스트푸드 전체주의'이다.

21세기를 정보화 사회라고 한다. 21세기에는 '창의력 있는 인간' 즉 자유로운 창조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창의력 있는 인간은 자유로운 인간이다.

현대사회는 수많은 선택과 결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인들은 당장 오늘 점심메뉴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고민한다. 제대로 된 선택과 결단을 하기 위해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를 따라가다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알콜 중독자가 늘어나고, 점 보러 다니는 사람이 많아진다. 옳고 그름이 검증되지 않은, 사회에서 떠돌아다니는 풍문에 자신의 삶을 맡기는 것은 노예처럼 사는 것이다. 나치 독일의 억압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여 평범한 소시민이 유태인 학살계획을 담담하게 수행해나가는 아무 생각 없는 평범함이 바로 현대인의 악의 원천인 것이다.

마치 광야에서 외치는 세자요한처럼 그는 외친다. "고민하라, 번뇌하라, 아무 생각 없음은 악이다. 21세기적 인간이 되어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그것에 근거해서 독자적인 판단을 하도록 노력하라."

그의 박학다식함을 좀 더 맛보고 싶다면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http://armarius.net/)에 들어가보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도서명 : 몸으로 하는 공부
지은이 : 강유원
출판사 : 여름언덕


몸으로 하는 공부 - 강유원 잡문집

강유원 지음, 여름언덕(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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