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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한양으로 진군하시기 전에 뒤를 돌보아야 합니다.”

이괄 덕에 살아난 한명련은 그에게 아낌없이 도움을 줄 것을 다짐한 뒤 한 가지 계책을 말했다. 한명련은 임진왜란에서 공을 세운 바 있었으며, 그 재능을 이괄이 높이 사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괄은 한명련이 압송되어간다는 소식을 듣기 무섭게 서아지를 보내어 구출해 오도록 한 것이었다.

“뒤를 돌보다니?”

“평안도에 병력이 비는 틈을 타 후금이 치고 내려오면 어찌 할 것입니까. 도성을 점령한다 한들 한낱 물거품이 되어 버린 것이외다.”

“흠… 그도 그렇군. 하지만 당장 어찌할 방도가 없지 않소. 의주에 병사들이 있으니 어찌 막아는 볼 것이고 그러니 우리는 신속히 진군하여 결판을 내는 수밖에는 없소.”

“의주부윤은 우리 사람이 아닙니다. 나중에 벌을 받을까 두려워 병사를 이끌고 우리의 뒤를 노릴 게 분명합니다.”

“그럼 어찌 하오?”

이괄이 낭패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명확한 해답을 가지고 있을 한명련을 쳐다보았다. 한명련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말했다.

“제 휘하에 쓸만한 자들이 많습니다. 비록 그들의 지위가 낮으나 허락만 해주신다면 능히 후금을 설득해 붙잡아 둘 수도 있습니다.”

달리 방법이 없었던 이괄은 한명련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대로 시행하게. 그대가 믿는 자들이라면 틀림없을 것이 아닌가.”

한명련은 휘하에 있는 변정호와 두억일을 불러 들였다. 변정호는 여진어를 능숙히 구사하는 역관이었고 두억일은 하급 군관이었다.

“자네 후금에 가본 적이 있나?”

변정호는 한명련의 말에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지만 감히 내색할 분위기도 아니었기에 솔직히 말했다.

“후금에 가본 적은 없으나 의주에서 그쪽 사람들과 자주 접촉한 바는 있습니다.”

“지금부터 의주로 한시바삐 달려가 후금과 친교를 맺게.”

변정호는 그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친교를 맺으려면 그에 걸맞은 벼슬을 가진 이를 보내야 할 것이외다. 어찌 저같이 미천한 자를 보내려 하시는지요?”

“정변이 끝나면 자네는 사역원 정(正 : 정3품 벼슬)으로 임용될 걸세. 그런데 어찌 미천한 자라 할 수 있나?”

“그러하오나….”

“자네가 맡은 일은 매우 막중하니 당장 채비를 차리고 떠나게나. 일이 성사되면 여기 억일이를 보내어 알리게!”

대를 이어 역관에 종사해왔지만 궁핍하게만 살아왔던 변정호인지라 불안한 마음에 앞서 벼슬자리와 부귀영화가 탐이 났다. 변정호와 두억일은 아직 난이 일어난 사실을 모르는 역관(驛館)에서 연이어 힘 좋은 말로 갈아타며 의주에 당도해 강을 건널 수 있었다. 변정호가 의주로 떠난 그날, 이괄은 병력을 결집해 평안도를 휩쓴 후 황해도로 나아갔다.

“뭐라! 이괄이 난을 일으켰다고!”

조정은 단숨에 발칵 뒤집혔다. 이괄의 식솔을 잡아놓고 있는 마당에 설마 난을 일으키랴 했던 조정대신들은 허둥대며 대책을 마련했고 먼저 내응이 염려된다는 이유로 전 영의정 기자헌 등 35명을 처형한 후 막강한 이괄의 군세를 막아 싸우기 위해 팔도에 병사들을 징발해 끌어 모았다.

그 사이 이괄은 난을 평정하기 위해 나선 도원수 장만의 주력 부대를 피해가며 황해도 황주와 평산 마탄에서 항왜병과 기병의 활약으로 연이어 관군을 크게 격파하여 기세를 올렸다. 이괄군이 개성까지 진격하자 인조는 원군이 오기 전까지 한양을 사수할 힘이 없음을 깨닫고 공주로 몽진을 갔고 난은 성공으로 끝나는 듯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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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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