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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명의도용 피해 신고 건수가 14만 건에 육박한 가운데, 해외에 살고 있는 재외국민과 자신 명의의 휴대폰이 없는 내국인의 경우 계정삭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명의도용 피해 신고 건수가 14만 건에 육박한 가운데, 해외에 살고 있는 재외국민과 자신 명의의 휴대폰이 없는 내국인의 경우 계정삭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 엔씨소프트 홈페이지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명의도용 피해 신고 건수가 14만 건에 육박한 가운데, 일부에서 '회원탈퇴 사각지대'를 노출해 계정삭제 시스템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리니지 운영업체인 엔씨소프트는 지난 13일 리니지 명의도용 사실이 처음 알려진 뒤 16일부터 리니지 홈페이지를 통해 휴대폰 인증을 거친 후 계정삭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해외에 살고 있는 재외국민과 자신 명의의 휴대폰이 없는 내국인의 경우 계정삭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의 경우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인증을 한 휴대폰이 없기 때문에, 엔씨소프트 콜센터나 본사에 직접 방문해 본인 확인절차를 거친 후 계정삭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의 경우 본사 방문이 어려운데다 상담 전화 폭주로 콜센터 전화연결도 쉽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

"비싼 국제전화요금은 누가 부담하나?"

독일 뮌헨에 거주하고 있는 윤아무개씨. 해외에 거주한 지 2년이 지난 윤씨는 한국국적을 포기하지 않아 여전히 주민등록번호를 가지고 있다. 윤씨는 최근 언론 기사를 통해 리니지 명의도용 소식을 접하고 리니지 홈페이지를 통해 도용 여부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7월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윤씨는 바로 리니지 홈페이지 계정삭제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계정을 삭제하려 했으나 뜻밖의 장벽에 부닥쳤다. 본인 명의의 휴대폰이 없어 홈페이지를 통한 계정삭제가 불가능했던 것. 윤씨는 이 같은 사실을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엔씨소프트에 문의하려 했으나, 이 역시 휴대폰 인증을 받아야만 가능해 포기했다.

이후 윤씨는 엔씨소프트에 국제전화로 수십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현재 상담원이 통화중이니 잠시 후 다시 걸어주십시오."라는 답변만 들었다. 매번 통화를 할 때마다 전화요금은 고스란히 윤씨가 부담했다. 결국 윤씨는 이 같은 상황을 18일 <오마이뉴스>에 제보하면서 계정삭제의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이와 관련 엔씨소프트는 지난 13일 처음 리니지 명의도용 사실이 알려지자 콜센터와 본사 방문을 통해 계정삭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명의도용 신고사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계정삭제 불편을 덜기위해 지난 16일부터 리니지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계정삭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문제는 윤씨처럼 재외국민의 경우 국내 이동통신사에서 인증을 한 휴대폰이 없다는 데 있다. 결국 콜센터나 엔씨소프트 본사에 직접 방문해 본인 확인절차를 거친 후 계정삭제가 가능하다.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 사실상 본사 방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콜센터를 통해 계정을 삭제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윤씨는 "수십차례에 걸쳐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상담원과 연결이 안됐다"며 "이 과정에 들어간 전화비용만도 만만치 않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족·친지가 호적등본 가지고 오라고?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측은 재외국민이나 자신 명의의 휴대폰이 없는 경우 홈페이지를 통한 계정 삭제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내세웠다.

고기윤 엔씨소프트 고객지원센터장은 "본사 방문이나 콜센터 전화통화가 어려운 재외국민의 경우 국내에 거주하는 가족이나 친지가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호적등본을 가지고 회사를 방문할 경우 해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전화요금 부담과 관련해서는 "현재 명의도용과 관련한 상담전화 요금은 이른 시일 안에 수신자부담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씨처럼 재외국민이 아니더라도 자신 명의의 휴대폰이 없는 내국인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계정 삭제가 불가능해 윤씨와 마찬가지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들 역시 본사를 방문하거나 콜센터를 이용해 계정을 삭제해야 한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이처럼 회사 방문이나 콜센터를 이용해 계정을 삭제한 사례는 지난 14일 이후 최근까지 8000건에 이른다.

엔씨소프트 "휴대폰 인증은 본인 확인 최소 절차"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계정삭제 시스템을 고쳐 휴대폰 인증 없이 계정을 삭제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회사측은 이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고 센터장은 "계정삭제 시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 하면서 본인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휴대폰 인증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따라서 휴대폰 인증은 본인 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절차"라고 밝혔다

고 센터장은 "계정삭제 시스템을 고치기 위해선 인증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이 경우 기존 고객들이 혼동할 수 있기 때문에 인증방식 자체를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리니지 명의도용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17일 오후 8시 현재 총 13만7354건이 접수됐다. 사건 첫 날인 13일 약 1200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16일 4만6421건, 17일 7만4000건으로 폭발적으로 늘어 피해규모가 수십만건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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