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새벽 5시를 기해 전격적으로 돌입한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조합원 51명을 계약해지했던 극동컨테이너와 원청사인 삼성로지텍·삼성광주전자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언제든지 대화에 나서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이행 보장'과 '단체협약'을 두고 양측의 입장이 크게 갈리고 있다.
또한 노동청 등 정부 측은 "참여 규모 등으로 볼 때 영향력이 미비하다"며 현 상환을 '총파업'이 아닌 '집단운송거부'로 인식하고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대화 유도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노동계의 분석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9시 "광주로 집결하라"는 투쟁 방침을 밝혔지만, 광주광역시 동구 조선대학교에 집결해 있는 1000여명(화물연대 추산) 이외에 인원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있다. "내일(29일) 오후까지 지켜봐야 알겠지만 투쟁 방향을 결정하는 관건은 총파업 참여 규모"라는 화물연대 한 간부의 말처럼 참여 규모 역시 장기화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극동 "재계약은 할 수 있지만 단체협약은 안 돼"
홍현득 극동컨테이너 대표이사는 이날 오후 광주YWCA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물연대의 개입으로 대화의 장마저 파국의 장으로 이끌려가 안타깝다"며 "문제해결의 유일한 하나의 방법은 외부인과 제3자 개입이 아닌 당사자간 대화"라며 화물연대를 비난했다.
또 홍현득 대표이사는 "재계약 과정에서 이견을 보인 미계약 차주들에 대해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호 부장은 "계약해지된 51명 중 1/3이 이미 재계약을 체결한 상태인데 화물연대의 보복이 두려워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차주와 회사는 특수고용 관계로 단체협약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광주전자 한 관계자 역시 금호타이어의 3자 합의 사례에 대해 "법외노조와의 합의서에 서명한 금호타이어가 위법행위를 한 것"이라고 잘라 말하고 '3자 무개입 원칙'을 고수했다.
화물연대 역시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해고자 51명 복직과 고용보장 ▲운송료 인상 ▲단체협약 ▲삼성전자의 합의 이행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극동 측의 주장에 대해 "계약 해지자 중 일부만 선별복직시키겠다는 것은 결국 아무도 복직시키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화물연대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장원석 화물연대 정책부장은 "오늘(28일) 오전 광주 집결 방침을 밝혀 아직 많은 조합원들이 집결하지는 못한 상태"라며 "구체적인 투쟁 계획은 지도부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파업의 발단이 된 것이 극동과 삼성전자의 조합원 해고에 있는 만큼 이 문제가 해결되면 투쟁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히고 '광주 총파업'에 대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것이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이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화물연대 인정 않는 태도가 사태 악화시킨다"
화물연대에 따르면 전북·울산과 부산지역 등 전국 조합원들이 광주로 집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광주로 향하는 조합원들에 대한 검문 검색을 강화하고 있고 28일 합류한 조합원은 일부에 그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28일 안으로 나가달라"는 조선대 측의 퇴거 요청에 대해 최대한의 양해를 구하면서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한편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삼성광주전자 주변 도로에서 차량 시위를 벌여 하남산단 인근 도로가 차단돼 교통 혼잡을 겪었지만 삼성광주전자는 정상 조업을 했다.
이날 오전 경찰은 곧바로 열쇠공과 견인차를 투입해 하남산단 7번 도로에서 20여대의 차량을 이동조치하고, 13번 국도를 가로막은 132대 중 108대를 이동조치했다. 이에 따라 삼성광주전자로 향하는 9번도로로 우회해 물류운송을 하고 있다.
삼성광주전자 한 관계자는 "물류 운송에 다소 차질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조업 중"이라며 "우회 도로를 확보해 크게 지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차량시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사법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홍영기 전남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량시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히고 "조선대학교 안까지 경찰 병력을 투입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지방자치단체별로 대책을 수립하도록 지시하고, 사태가 악화될 경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해 범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