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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3년, 한미동맹은 당초 정부가 지향한다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 구축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판에 처해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평화네트워크'와 공동으로 한미 동맹, 이제 득실 따지자'라는 제목의 특집 기획을 마련해 동북아에서 현재 우리의 위치는 어떤 것인지, 한미동맹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미국의 일방주의를 그대로 수용하면서 과연 한미동맹을 계속 유지할 만한 경제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고민해보려고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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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에서는 연일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군기지의 확장 이전을 위한 토지 '강제수용'을 단행하겠다는 정부와 국방부, 경찰, 용역직원들과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충돌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보수적인 거대언론들까지 나서 주민들의 반대를 "반미세력의 세뇌", "안보불감증", "지역주민들의 이기주의"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같은 시기에 미군 재편이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과 비교해 보면 많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아마 표면적으로 보이는 가장 큰 차이는 '용역깡패'라고도 불리는 용역직원들을 동원하는 전근대적인 국가권력의 행사방식을 일본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점일 것이다. 이런 방식의 '법 집행'은 한국사회 국가권력의 전근대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철거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한미 간의 주한미군 재편을 둘러싼 협상과 이행 과정, 그리고 미일 간의 주일미군 재편을 둘러싼 협상과 이행 과정을 비교해 보면 또 다른 차이점들이 드러난다.
'전략적 유연성'을 관철하지 못한 주일미군
한일 양국 정부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미군기지 재편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랐다. 일본은 주일미군재편에 관한 협의를 '전략목표 공유→역할분담 합의→개별기지 재편'의 단계를 밟아 진행해 왔다. 이에 따라, 작년 2월의 '2+2'(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 협의에서 정세인식과 전략적 공동목표에 대한 합의를 이루었고, 10월에는 미일 역할분담에 대한 합의와 그에 기반한 개별기지의 재편안을 발표했다.
이러한 미일 양국의 접근법은 전략목표와 역할분담 등 견해차가 크지 않은 부분에서 합의를 하고 나서, 이해관계가 복잡한 개별기지문제로 넘어가겠다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의 처지에서도, 길게는 탈냉전기 이후부터 짧게는 클린턴 정부 시절부터 추진되어 왔던 '미일동맹 재정의'의 연장선상에서 전략적 목표와 역할분담 문제에 합의를 하고, 구체적인 개별기지재편 협의에서 주일미군 기지부담을 줄여 보려는 의도였다. 기지부담에는 미군주둔에 대한 예산 지원, 주일미군의 역할 변화에 따른 미군기지의 변화도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전략적 유연성의 주일미군 버전'이라고 불렸던 미 육군 제1군단사령부의 자마기지 이전안은 기지재편 협의 과정에서 '변형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원래 미국은 자마기지에 동북아, 동남아, 중앙아시아, 중동(이른바 '불안정한 호')을 관할하는 광역사령부(UEY)를 설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작년 10월에 발표된 주일미군 재편 <중간보고>에 따르면 미 육군 제1군단사령부를 개편한 새로운 육군사령부가 이전된다. 신설되는 자마의 미군사령부는 UEX(거점사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UEX는 UEY의 아래 단위이다.
또한, 재편되는 자마의 거점사령부는 미국의 육해공군과 해병대 4군을 통합해서 지휘하는 역할을 하며, 일본 유사사태와 극동유사에 대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일본의 언론들도 그동안 일본 내에서 극심한 논란을 불러왔던 미일안보조약의 '극동조항'과의 충돌문제와 주일미군의 해외출동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에 대한 일본 국내의 반발을 의식한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찌감치 미군의 전략적 유연화를 위한 기지재편안에 합의를 해 놓고, 기지이전을 강행하고 있는 우리의 실정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 발표는 지난 1월 19일의 한미 전략대화였지만, 그것은 이미 실행되고 있는 구체적 조치들의 사후추인에 불과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확인된 것만 보더라도, 한미간에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를 한 것은 2003년 9월 4차 FOTA(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회의) 회의를 전후해서이다. 미 2사단과 용산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에 대한 한미 양국의 '최종합의'가 있었던 것이 2004년 가을이었으니까, 미군기지 평택 이전도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평택은 항구가 있고 비행장이 있어 미국의 신군사전략에 따른 육해공 통합적 군 운용에 적합한 지역이다. 또한 평택으로 이전하는 2사단은 유연성과 기동성을 갖춘 미래형부대인 '신속기동군'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올해 1월 '전략적 유연성 합의' 발표 훨씬 이전부터 주한미군기지는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 따라 재편되어 왔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짜여진 시간표'대로 강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지부담 축소를 요구하는 주민들과 지자체의 요구, 전국적 쟁점으로
한편, 해당 지역의 미군기지 부담 축소는 주일미군 재편에 있어 일본 정부의 최대 현안이다. 일본 정부는 '억지력의 유지'와 '기지부담의 경감'을 미국과의 협상에 임하는 원칙으로 제시한 반면, 한국 정부는 애초부터 기지부담의 경감이라는 개념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한국의 방위를 위해 미군이 한국 영토에 주둔하는 것이 아님에도 한국 측이 부담의 축소를 사고하지 않은 것은 상식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군기지 재편이 오히려 평택·오산 지역을 '한국의 오키나와'로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아츠키(厚木) 기지(도쿄 인근 가나가와현)에 있는 항공모함 탑재기 부대를 야마구치현의 이와쿠니(岩國) 기지로 이전하는 기지재편 방침에 대해 투표자의 89%가 반대표를 던진, 지난 3월 12일의 이와쿠니 주민투표 결과는 미군기지의 확대 재편에 대한 반발의 표현이었다. 주민투표가 가능했던 것은 주민들의 요구를 시장이 받아들인 결과였다.
행정구역개편에 따라 새로운 이와쿠니시가 탄생했기 때문에, 이와쿠니시(岩國市)의 주민투표는 3월 20일 효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4월로 예정된 신(新) 이와쿠니시의 시장선거에서도 주민투표 결과는 중심쟁점이 될 것이 확실하다. 게다가, 야마구치현의 현지사까지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해 줄 것을 중앙정부에 요구하고 있고, 야마구치현과 인접해 있는 히로시마현도 기지 확대 재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실상 미군기지의 확대, 강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 작년 10월의 주일미군재편 <중간보고>의 결과에 대해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쿠니시의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 당황한 미군측이 일본 정부에 대해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 처지에서도 뾰족한 묘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이즈미 총리도 <최종보고서>가 나오더라도 "해당지역과 대화를 계속해 갈 것이고, 필요하다면 직접 설득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피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일미군 기지재편안에 대해 지역주민들과 지자체의 반발이 가장 강한 곳은 오키나와다. 오키나와는 전체 주일미군기지의 70%가 집중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일미군재편의 핵심적인 과제 중 하나가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반환과 축소였던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쟁점인 후텐마 비행장의 이전 문제가 여전히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도심한 가운데 있어 수많은 민원의 대상이 되었던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나고시의 헤노코로 옮기기로 양국 정부가 합의했지만 나고시와 오키나와현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전체의 기지부담 축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전안을 수정해 주민들을 설득한다는 태도다. 이것은 종전의 합의를 존중하라는 미국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애초 미국은 오키나와 나고시 앞바다 해상에 대체시설을 만들어 이전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주민들이 해상시위 등을 통해 저지하자 일본 정부가 헤노코 연안에 비행장을 만들어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후텐마 비행장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전할 방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일본 정부가 미국 측에 새로운 수정안에 대한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군기지를 확장, 이전하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를 평택이라는 한 지역의 '이기주의'로 축소하고, '안보불감증'으로 왜곡해 버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다시 한번 비교되는 부분이다.
강제수용을 강행하기 이전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역의 주민들을 설득하고, 아니면 기존의 방안에서 재검토할 부분은 없는지 공론에 부치는 것이 상식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또한, 때로는 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반대의 목소리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기도 하는 것이 외교와 협상의 ABC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재편 과정에서 한국은 무엇을 남겼나
기지 재편과 관련해서 미일 양 정부가 이견을 보이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오키나와 가네다 공군기지의 공중급유기를 확대 재편되는 이와쿠니 기지로 이전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항모 탑재기 부대의 이전조차 반대하고 있는 이와쿠니기지에 공중급유기를 이전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미일 양 정부는 기지이전 비용의 분담에 대해서도 아직 합의에 이르고 있지 못하다. 미국 측은 오키나와 해병대의 괌 이전 비용의 75%를 부담할 것을 일본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자국 여론의 반발과 이전비용 부담액의 비현실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아소다로 외상은 "미국 측이 제시한 이전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다"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실제 협상과정에서 어느 정도 부담액이 줄어들지 모르지만, 최소 50%까지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모습들은 우리 외교부와 국방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정부는 미국 측의 논리를 변호하는데 급급했다. 우리 외교부와 국방부는 한국 국민의 의견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그에 기반해 미국과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보다는 미국 측의 논리에 기반해 우리 국민을 설득하는데 더욱 열심이다. 게다가, 제대로 공론화도 하지 않았던 '결정사항들'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 재편을 둘러싼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의 요구를 거의 그대로 들어줬다. 전략적 유연성부터 기지 확장 이전, 환경치유 비용, 기지이전 비용까지 모든 측면에서 그렇다. 그렇다면, 주한미군 재편 과정에서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가? 같은 시기에, 같은 이슈로 골몰하고 있는 일본의 모습을 보면서 되돌아 볼 문제이다.
덧붙이는 글 | 이준규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정책실장이며, 이 기사와 관련된 내용은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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