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아군 상황으로 ○○은 계속 공격하여 ○○○ 일대의 북한군을 격멸하고 북으로 공격중에 있으며 ○○은 조공(助功)으로 동부 지역에서 계속 공격, 전과 확대를 준비중에 있습니다.
공구사(공군 구성군 사령부)는 전구(戰區)내에서 공중 우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해구사(해군 구성군 사령부)사는 서해안 상륙작전 지원을 위해 해상 우세를 북으로 확장중에 있으며, 연해사(한미 연합 해병 사령부)는 평양 고립을 위한 서해안 상륙작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현재 (상륙작전을 위한)조건들은 모두 충족되었으며 선견(先遣) 부대 작전으로 ○○전방에 위치한 ○○는 사전 확보되었습니다."
브리핑에서는 평양을 공격하기 직전 함락시킬 지역, 한미 연합군이 상륙할 구체적 지점까지 적시됐다. 30일 <통일뉴스>에 의하면 "오늘 실시되는 연습은 '작계 5027-04' 3단계 2부에 의해 적용된다"는 말도 나왔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미군은 RSOI-FE는 전쟁을 억제하고 방어에 중점을 둔 연습으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해 연합사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 4일 "일부 시민단체와 학생들이 '방어'가 목적인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북침 훈련'이라는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장갑차 위에까지 올라가는 등 매년 위험천만한 불법시위를 벌이는데도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5027, 미 북폭에 대한 북한의 응전도 우발상황에 포함
그러나 이날 국방부의 브리핑을 통해 RSOI-FE의 목적이 '방어 작전'을 넘어 '북한 점령'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강하게 암시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작계 5027-04의 내용이다.
한국 전쟁 직후 남침한 북한군을 38선 이북으로 격퇴하는 수준이었던 작계는 계속 공세적으로 변해왔으며 2000년 조지 부시 행정부 출범 뒤 더 근본적인 변화를 겪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2002년)전략기획지침'에 따르면, 한미연합사(CFC) 및 유엔사령부(UNC)는 5027의 수정을 통해 북한군을 격멸하고, 북한 정권을 제거하며, 한반도 통일 여건을 조성한다는 것을 작계 5027-04의 '작전목적'으로 명시했다.
작계 5027-04는 '한반도 우발 상황'에 대한 개념을 새로 규정했다.
이전까지 5027이 적용되는 '우발'(contingency) 상황은 북한이 남침을 하거나 확고한 남침 징후가 포착되었을 때를 의미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미국이 북폭을 단행하고 이에 대해 북한이 보복 공격에 나서는 상황도 우발계획(Contingency Plan)에 포함시켰다.
미국의 선제공격에 의해 발생하는 북한의 응전도 전쟁 개시의 조건으로 규정한 작계 5027-04에 의해 RSOI-FE가 실시됐다면 방어용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
작계 5027-04는 한미연합사의 대북한 군사작전에 '예방전쟁' 개념이 적용됐고, 이는 각기 다른 작전계획인 5026과 5027, 그리고 5029와 밀접한 연관을 맺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내용은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12월 6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윤곽이 잡혔고,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여름 구체적인 검토를 거쳐 그 해 12월에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공무집행방해 적용될 수 없다"
작계 5027의 내용에 평양 고립과 함락, 김정일 정권 제거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글로벌시큐리티(www.globalsecurity.org) 등 해외 안보관련 연구소의 문건 및 국내외 언론 보도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한미 양국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단 한 번도 확인한 적이 없다.
이날 만리포 훈련장에서의 국방부 브리핑으로 이 같은 보도가 힘을 얻게 된 셈이다.
지난달 30일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한미연합 상륙작전 연습을 "북침 연습"이라며 몸으로 막아섰다. 국방부는 이들 가운데 18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4일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훈련은 침략전쟁을 부인한 우리 헌법 제5조의 평화주의 원칙 및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배한 '대북 공격연습'"이라며 "이를 막아나선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의 유영재 미군팀장은 "판례를 보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적법한 공무 집행을 방해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다"며 "이번 훈련 자체가 '공무의 적합성'을 갖추지 못한 만큼 이 혐의는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 '방어'에서 '공격'으로... 작계 5027의 변천사 | | | |
|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작계 5027은 원래 북한의 남침을 억제·격퇴하는 수준에서 마련되었다.
한국 전쟁 직후에 마련된 작계는 북의 남침 시 북한을 38선 이북으로 되돌리는 방어전략에 중점을 뒀다. 미국은 지난 1973년 '전진 방어(Forward Defense)' 전략을 채택, 유사시 북한의 개성까지 점령하는 방향으로 작전계획을 일부 수정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북한 전역을 무력 점령하는 계획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변화가 생겼다. 미군 군사전략에 적의 종심(縱深)을 파고드는 공중강습작전 개념이 도입되면서 작계 5027에 '북한 점령 작전'까지 포함되기 시작한 것이다.
작계 5027-92에는 유사시 한미 해병대가 원산 상륙작전을 펼치는 계획이 들어갔다. 이 작전은 북한의 남침을 격퇴하고 북진하는 한미 보병의 북진 작전과 함께 평양을 포위한다는 개념하에 마련됐다.
1994년 2월초 북미간의 핵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터졌을 때, <시사저널> 등 일부 언론에서는 한미연합군이 한반도 유사시 북한을 격퇴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단계에서 나아가 북한을 군사적으로 통일한다는 '작전계획 5027-94'의 5단계 내용을 처음 공개했다.
▲1단계로 신속전개가 가능한 억제력을 강화하고 ▲2단계로 북한의 서울 이북 남침을 저지하는 것과 함께 북한의 후방을 파괴하며 ▲3단계로 북한의 주요 전력을 격멸시키고, 원산 등에서 대규모 상륙작전을 전개하며 ▲4단계로 평양을 고립시키고 점령지역에서 군사통치를 실시하고 ▲마지막 5단계로 한반도를 한미동맹의 주도하에 통일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작계 5027에 또 한 번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시점은 1998년이다. 이전의 작계가 주로 북한의 남침을 상정한 것이라면, 5027-98에서는 '선제공격 전략'을 채택했다.
북한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확고한 증거'가 포착될 경우 북한의 포병 부대와 미사일·공군 기지 등을 '선제공격을 통해 파괴시킨다'는 계획이 들어간 것이다.
또 이전의 상륙작전을 더 구체화해 미 육해공군이 합동 상륙 작전으로 북한의 허리를 두 동강 내 북한 점령을 신속하게 마무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2000년도의 작계 5027에서는 미국의 한반도 증원 전력의 대폭 확대됐다.
미국은 90년대 초에는 48만명, 90년대 중반에는 63만명으로 증원군의 규모를 늘린 데 이어, 2000년 개정 작계에서는 증원군을 69만명까지 늘렸다. 또한 이 개정판에서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야포에 대응한 전력 증강 계획도 포함됐다.
이후 작계는 '우발 상황'을 확대 적용한 5027-04로 변화했다. | | | | |